Q: 요즘 주변에 보면 수동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이 부쩍 많이 보입니다. 어떤 사람은 가성비가 좋아서 쓴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비싸지만 그만큼 값을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여하튼 카메라가 AF를 지원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MF 렌즈를 쓰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도 MF 렌즈를 써보고 싶은데 선뜻 용기가 안 나네요.
A: 요즘 이종교배를 통해 MF 렌즈를 쓰는 경우가 부쩍 늘긴 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많이 보급된 결과죠. 그런데 사실 MF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미러리스 카메라만의 특권은 아닙니다. 과거 필름시대 SLR을 떠올려 보면 AF 기종보다 MF 기종이 훨씬 많았지요. 필름시대를 통틀어 MF 시대가 더 길었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죠. 그런데 디지털로 넘어와서도 MF 렌즈를 즐겨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MF 렌즈를 사용할 때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AF 렌즈는 초점이 맞는 순간, 초점이 맞은 피사체만 보여줍니다. 사용자가 처음 의도한 순간을 빠른 시간 안에 보여주는 것이죠. 이를 통해 효율적이고 신속한 촬영이 가능하지요. 그러나 사진이 항상 효율성과 신속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포커스링을 돌릴 때 내가 의도한 곳에 초점이 맞기 전, 혹은 그 뒤에 놓인 다른 곳에 초점이 맞은 순간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영감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우연이 더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주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인물 상반신 촬영을 할 때 일반적으로 눈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나 이때, 모델의 포즈에 따라 손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감각적인 결과물로 탄생될 수도 있습니다. AF렌즈였다면 눈에 초점이 맞은 걸 확인하는 순간 셔터를 누르겠지요. 그리고 손의 미묘한 움직임으로 전해지는 감정을 찍을 수 있는 셔터 찬스는 다시 오지 않겠지요.
MF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어댑터를 사용해 필름시대에 생산된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입니다. DSLR의 경우에는 M42 스크루 마운트 렌즈가 애용되는데 니콘 바디는 따로 어댑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니콘 MF렌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DSLR에서 파인더를 보며 M42 렌즈를 사용할 때에는 몇 가지 번거로운 점이 있는데 바로 조리개 설정입니다. 조리개를 조이면 파인더도 같이 어두워지므로 조리개를 개방해서 촬영한 뒤 셔터를 누르기 전에 원하는 조리개 값으로 바꿔야 합니다. 어댑터 없이 수동렌즈를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삼양렌즈와 자이스 렌즈입니다. 삼양렌즈는 가성비가 훌륭한 렌즈이지만 마운트면에 전자접점이 없고 카메라 바디를 통한 조리개 조절은 불가능합니다. 이에 반해 자이스 렌즈는 고가이지만 전자접점이 있어 EXIF 정보에 촬영 정보가 담기며 카메라 바디의 휠을 이용해 조리개 조절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