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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Jul 30. 2015

중망원 렌즈의 정석

Samyang 85mm F1.4 AS IF UMC

2008년, 한동안 CCTV 생산에만 매진하던 삼양옵틱스가 DSLR을 위한 새로운 렌즈를 발표했을 때 대중의 첫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그러나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 생산한 동일 화각 동일 F값 제품과 비교한 샘플사진이 나돌자 대부분의 사진동호회가 발칵 뒤집혔다. 가격은 절반 이하로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유명 제품에 필적할 정도로 결과물이 뛰어났기 때문. 이 렌즈가 있었기에 지금의 삼양옵틱스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삼양옵틱스를 지금 위치까지 끌어올린 견인차 역할을 한 이 렌즈는 무엇일까. 바로 삼양 85mm F1.4 AS IF UMC(이하 삼양 85mm F1.4)다.


‘가성비’라는 전제는 무의미하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현재 이 렌즈의 가격을 두고 가성비를 논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정도다. 공식 가격이 36만 원인데 가격대 성능비라는 말을 꺼내기에는 이미 상식을 넘어섰을 정도로 저렴하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타사 동일 스펙 MF 렌즈는 약 4.5배가량 비싸다. 물론 타사 제품은 소위 말하는 명품급 브랜드고 만듦새 또한 정교하며 외형적으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러나 렌즈가 만들어내는 사진은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유형의 소비자인가에 따라 선택하는 제품이 달라지겠으나 결과물만 놓고 보면 삼양옵틱스에서 만들어낸 이 렌즈는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하는 초보 사진가에서부터 수십 년간 셔터를 눌러온 프로사진가까지 폭넓은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가격적인 매력을 차치하고서라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렌즈이기 때문이다.

이 렌즈의 장점으로는 우선 매력적인 표현력을 들 수 있다. 최대개방은 물론이고 2~3스톱 정도 조인 상태에서도 최신 줌렌즈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아름다운 보케를 만날 수 있다. 보케는 단순히 빛망울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초점이 맞지 않은 피사체의 형태가 흐려지는 모양까지 아우르는 단어다. 따라서 조리개를 어느 정도로 조절하느냐, 피사체와의 거리를 어느 정도로 두느냐에 따라 보케의 모양도 달라지는데 자신이 원하는 표현법을 찾아가는 것도 이 렌즈를 쓰는 재미 중 하나다.

두 번째는 의외로 나쁘지 않은 해상력이다. 최대개방에서는 쨍한 결과물 보다는 부드러운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한두 스톱 조리개를 조이면 선명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최대개방에서 해상력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다른 F값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고 그 자체로도 얼마든지 수긍이 가능한 정도다. 다만 최대개방에서 확인되는 색수차는 사용자 촬영 환경에 따라 신경이 쓰일 수 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대구경 중망원 단렌즈

85mm는 사용자 입장에서 분명 매력이 있는 화각이다. 우선 상당수 사진가들이 편의성을 이유로 약 24mm에서 70mm를 커버하는 줌렌즈를 애용하고 있다. 보통은 여기에 광각 줌렌즈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라면 85mm를 마운트하고 파인더를 봤을 때 확실히 망원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85mm는 멀리 떨어진 피사체를 코앞에 있는 것처럼 찍을 수 있는 장비는 아니다. 그러나 피사체와 교감할 수 있는 동시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화각이다. 또한 표준 화각에 비해 손쉽게 주변을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이 화각의 매력이다.

풀프레임 바디를 지원하는 대부분의 줌렌즈는 F2.8 보다 밝은 경우가 거의 없는데 반해 삼양 85mm F1.4는 그보다 2스탑 가량 밝아 더욱 폭넓은 심도 표현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같은 조리개 값의 50mm 단렌즈보다 더욱 얕은 심도 표현이 가능해 피사체를 확실히 부각시킬 수 있다. 조리개 최대개방에서 최단 촬영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촬영하면 배경이 어느 곳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려지는데 이는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이 렌즈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미리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최근 생산된 3600만 화소급 초고화소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에서는 기대했던 것 보다 해상력이 낮게 표현될 수 있다. 아무리 평이 좋은 렌즈라고 해도 모든 카메라, 모든 화소를 커버할 수 있는 만능은 아니다. 최대개방 결과물에 너무 깐깐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참 요상한데 가성비가 훌륭하다는 말은 가격도 싸고 성능도 우수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가성비는 어디까지나 가격대비 성능이다.

두 번째로 알아두면 좋은 것은 최단 촬영거리다. 1m보다 가까운 곳에 놓인 피사체는 초점이 맞지 않는다. 생각보다 약간 긴 편인데 공간이 협소한 실내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망원렌즈 설계 특성상 최단촬영거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지만 약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85mm 화각으로 인물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면 1m는 가까운 면이 없지 않다. 최단촬영거리가 아쉽다는 건 어디까지나 작은 피사체에 한정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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