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YANG 12mm F2.8 ED AS NCS Fish-eye
삼양옵틱스는 꽤 영리한 브랜드다. 사용자들이 선호할만한 화각에 집중해 렌즈 라인이 복잡하지도 않고 화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탓에 줌렌즈는 생산하지 않는다. 또한 매뉴얼 포커싱이라는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광각렌즈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독 다른 서드파티 브랜드보다 피시아이렌즈가 많은 편이다. 오랜 시간 피시아이렌즈 설계에 공을 들여온 삼양옵틱스가 결국 일을 냈다.
지난해 9월 해외 포럼을 들썩이게 만든 렌즈가 있다. 유럽의 성당 내부를 찍은 샘플사진은 바닥의 의자부터 천장까지 모두를 담고 있었고 중앙부부터 주변부까지 매우 고른 해상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미지의 퀄리티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해당 사진을 촬영한 렌즈가 삼양옵틱스의 제품이라는 것. 유명 카메라 회사 혹은 일본의 서드파티 광학회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삼양옵틱스’가 일궈낸 결과였다.
그렇게 세상에 알려진 해당 렌즈의 정확한 이름은 SAMYANG 12mm F2.8 ED AS NCS Fish-eye(이하 삼양 12mm F2.8 피시아이)다. 혹자는 피시아이렌즈는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니냐, 독특한 화각이 매력적이지만 이내 식상해지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렌즈는 다음과 같은 단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질리지 않는 피시아이 렌즈’.
사실 지금의 피시아이렌즈는 초광각렌즈에 자신의 영토 상당 부분을 내어준 상황이다. 10mm대 초반을 커버하는 줌렌즈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고 피시아이렌즈와 달리 둥그런 왜곡도 생기지 않는다. 물론 당연히 해당 스펙을 자랑하는 렌즈는 고가다. 그리고 초광각렌즈도 좌우·상하 수평이 어긋났을 때 왜곡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줌렌즈 특유의 과도한 크기와 무게는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삼양 12mm F2.8 피시아이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렌즈다. 우선 12mm라는 더 넓은 화각으로 피시아이렌즈를 설계했다. 따라서 다른 화각으로 설계된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왜곡이 덜해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수평을 맞춰 촬영하면 마치 일반 렌즈로 사진 여러 장을 찍어 붙인 스윕 파노라마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 렌즈가 커버하는 화각은 180°. 일반 12mm 초광각렌즈의 약 121°와 비교했을 때 훨씬 넓은 범위를 담을 수 있다.
너무 넓게 찍혀 구도를 잡을 때 불편한 점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피시아이렌즈 특유의 개성 넘치는 표현력을 활용하면 밋밋한 풍경에도 힘이 실린다. 일부러 수평을 맞추지 않고 카메라를 위 아래로 꺾어 촬영하면 풍경 자체가 역동적인 모습으로 담기기도 한다.
사실 삼양은 APS-C사이즈 센서에 대응하는 8mm F2.8 UMC Fish-eye II를 발매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해당 렌즈는 미러리스 카메라 전용으로 설계됐으며 결정적으로 풀프레임 카메라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 12mm F2.8 피시아이의 출시는 풀프레임 카메라 사용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모델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피시아이렌즈의 특징을 깊은 심도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맞는 말이다. 삼양 12mm F2.8 피시아이도 마찬가지로 깊은 심도를 자랑한다. 렌즈에 표기된 심도표를 보면 조리개를 F8로 조이면 0.3m부터 무한대까지 모두 초점이 맞는다. 따라서 적당히 조리개를 조이기만 하면 웬만한 스냅 촬영은 따로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될 정도다. 일반적으로 스냅은 1m 이상 거리를 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초점링을 0.5m 정도로 맞추고 조리개를 F8로 조이면 구도를 맞추고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렌즈가 단순히 깊은 심도만 즐길 수 있는 렌즈라는 말은 아니다. 조리개를 최대 개방으로 열고 가까운 곳에 있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면 기존의 피시아이렌즈에서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정 중앙에서 측면으로 살짝 비껴 난 곳에 피사체를 두고 가까이 다가가 촬영하면 배경이 꽤 흐려지는 동시에 피사체가 더욱 강조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배경이 어떤가에 따라 보케를 만들 수도 있다. 특유의 왜곡을 즐기면서 배경이 흐려지는 재미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피시아이렌즈를 단순히 풍경이나 건물 사진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사진이나 특정 피사체를 강조하는 사진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렌즈가 질릴 틈도 없다.
실제로 이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180°라는 화각이 절로 실감이 난다. 눈으로 정면을 응시했을 때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 정도로 넓은 세상을 담는다. 그러나 넓게 담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그렇게 담은 세상이 얼마나 선명하게 담기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80°를 커버하는 이 렌즈의 화질은 어떨까? 8군 12매로 설계된 이 렌즈에는 두 장의 비구면 렌즈와 세 장의 ED렌즈가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화질에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 여기에 코팅까지 더욱 세심해졌다. 기존의 삼양 독자 코팅 기술인 UMC(울트라 멀티 코팅)에서 한 단계 진보한 나노 코팅 시스템(Nano Coating System, NCS)을 적용해 반사율을 보다 효과적으로 낮춰 더 높은 콘트라스트를 실현했다. 즉 상당히 우수한 화질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전 조리개 구간 전체 영역이 균등하게 우수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조리개 최대 개방 F2.8에서는 주변부 화질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눈에 띌 정도로 선예도가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100%로 확대해서 볼 때 그 차이가 드러나는 수준이다. 조리개를 5.6 이상으로 조이면 대부분 영역을 중앙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동안 어떤 광학회사도 풀프레임에 대응하는 12mm F2.8 피시아이렌즈를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한 적은 없다. 일종의 틈새시장인 셈인데 삼양옵틱스는 그 틈을 제대로 노렸다. 물론 틈의 폭은 넓지 않다. 그러나 삼양옵틱스는 특유의 집요함으로 폭이 아닌 깊이를 더해갔다. 그 결과가 바로 SAMYANG 12mm F2.8 ED AS NCS Fish-eye다.
렌즈 구성 8군 12매
화각 180°
조리개 F2.8~F22
최단 촬영거리 0.2m
크기 77.3×72.7mm(캐논 EOS마운트 기준)
무게 515g(캐논 EOS마운트 기준)
지원마운트 캐논 EOS, 니콘 F, 펜탁스 K, 소니 α, 캐논 M, 후지필름 X, 삼성 NX, 소니 E, 마이크로 포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