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처음에 카메라를 들였을 땐 그저 심도표현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심도 얕은 사진이 질리더군요. 그래서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최근엔 스냅사진을 찍어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 항상 카메라를 소지하고 다니는데요.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네요. 놓치기 아쉬운 순간이 있는데 그걸 제대로 담아낸 적이 별로 없어요. 뭐 특별한 방법 없을까요?
A: 우선 기본적인 자세는 충분히 갖추셨습니다. 스냅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세가 바로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겁니다. 순식간에 지나치는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백팩보다는 숄더백이나 크로스백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는 게 좋겠습니다.
자, 그 다음에 할 일은 사전 답사입니다. 어떤 순간을 만났을 때, 그때 바로 담아내는 것이 스냅사진 아니냐고요?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요. 오랜 경험과 특출 난 감각이 아니라면 처음 간 장소에서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을 찍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작업이 바로 미리 둘러보기죠.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특별한 장소를 애써 찾아다니기 보다는 평소 출퇴근 동선 위주로 촬영장소를 잡는 것입니다.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그만큼 다양한 상황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너무 익숙하다 느껴진다면 움직이는 동선을 살짝 비트는 것도 괜찮습니다. 지하철 플랫폼이나 전철 안도 좋고 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횡단보도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디가 됐건 상관없습니다.
장소가 어디인가에 따라 구도 잡는 법이나 사용 렌즈도 달라지겠죠. 일반적으로 스냅을 촬영하기 좋은 초점거리는 35mm에서 20mm 중반 정도입니다. 이보다 망원이면 좁은 느낌이 강하고 광각이면 너무 많은 것들이 파인더에 들어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배경으로 스냅을 촬영할 때 간과하는 것이 건물입니다. 건물은 자연 풍경과 달리 정형화된 모습을 띱니다. 그래서 일반 적인 자연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해주죠. 그리고 구도를 잡을 때 또 다른 프레임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도시라는 배경을 잘 사용하면 꽤 인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만약 배경으로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장소에서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연히 좋은 상황을 만나서 사진을 찍을 때 보다 기다리고 기다려서 원하는 순간이 됐을 때 좋은 사진을 찍을 확률이 높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카메라 세팅도 더욱 완벽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촬영 모드는 매뉴얼 보다는 조리개 우선 모드나 프로그램 모드를 사용합니다. 순간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제어하는 시간을 최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리개는 너무 많이 열지 않는 게 낫습니다. 특정 사물만 돋보이게 만드는 사진이 아니므로 여러 사물이 조화롭게 한 화면 안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 좋겠네요.
스냅사진은 언제 어디서 어떤 피사체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셔터를 누를 때의 감정이 각별하지요.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었을 때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자, 이제 마음에 쏙 드는 스냅사진을 찍는 일만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