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tRain Sep 03. 2015

α7 시리즈에 독수리의 눈을 달다

Carl Zeiss Vario-Tessar T* FE 16-35mm F4

2013년 α7 시리즈 출시 이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광각 줌렌즈는 오직  하나뿐이다.  바로 Carl Zeiss Vario-Tessar T* FE 16-35mm F4 ZA OSS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쉬워할 일은 아니다. 웬만한 광각영역을 커버하는 동시에 전 구간 조리개값 F4 고정을 자랑한다. 여기에  칼 자이스의 명성에 걸맞는 뛰어난 화질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속이 시원하다

풀프레임과 미러리스의 조합은 제조사 입장에서도 꽤 큰 모험이다. 얇은 바디와 대형 센서의 만남이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렌즈의 마운트면에서 바디의 센서까지 거리가 짧아 광각계열 렌즈 설계가 곤혹스럽기 때문이다. 혹자는 플랜지백이 짧으니 렌즈를 더 작게 설계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그게 그렇게 단순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다. 과거 필름 카메라 시대에는 미러가 없는 RF 카메라가 광각렌즈 설계에 유리했던 것이 맞다. 그러나 필름과 물리적 성질이 다른 디지털 센서는 그와 같은 설계 방식으로 광각렌즈를 생산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주변부 화질 저하는 물론이고 심각한 주변부 광량 저하 현상과 컬러 캐스트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전용 렌즈가 모자랐던 탓에 α7 시리즈 발매 이후 상당수 사용자가 어댑터를 이용해 다양한 렌즈를 결합해 사용했다. 그런데 유독 플랜지 백이 짧게 설계된 초광각 계열 렌즈에서만 앞서 설명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소위 말하는 이종교배도 초광각의 목마름의 쉽게 채워주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α7 시리즈 사용자에게 최대 광각은 Vario-Tessar T* FE 24-70mm F4 ZA OSS에서 사용할 수 있는 24mm가 전부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고 2014년 11월, α7 시리즈 발매 이후 정확히 1년이 지난 시점에 사용자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렌즈가 정식 출시되기에 이른다. 바로 Carl Zeiss Vario-Tessar T* FE 16-35mm F4 ZA OSS(이하 FE 16-35mm)다. 이 렌즈의 등장으로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광각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FE 16-35mm는 α7 시리즈 사용자에게 그야말로 ‘속 시원한’ 청량감 넘치는 렌즈다. 초광각 영역부터 표준광각 영역까지 이 렌즈 하나만 있으면 된다. 번거롭게 어댑터를 이용해 무거운 DSLR용 렌즈를 물리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광각렌즈 부재로 느꼈던 설움을 한 방에 날려줄 정도로 성능도 우수하다.

그동안 α7 시리즈 사용자들은 드넓게 펼쳐진 자연과 평소에 만나기 힘든 생경한 풍경을 만나는 여행을 떠날 때 아쉬운 마음으로 α7을 서랍 속에 넣어두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FE 16-35mm 덕에 모두 옛날이야기가 됐다. 


아쉬울 것 없는 광각 줌렌즈

FE 16-35mm는 비구면 렌즈 5매를 포함한 10군 12매로 설계됐으며 전 구간 F4 고정 조리개를 자랑한다. 여기에 손떨림 보정 장치인 OSS를 적용해 2.5에서 최대 4스텝까지 흔들림 보정을 지원한다. OSS는 동영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렌즈를 설명하는데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칼 자이스 바리오 테사 설계다. 원래 테사 렌즈는 3군 4매의 간단한 설계다. 테사라는 이름도 그리스어의 4인 τέσσερα(테세라)에서 따 온 명칭이다. 알려진 바 대로 테사 렌즈는 심플한 구조로 훌륭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상력도 우수해 사용자들 사이에서 독수리의 눈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FE 16-35mm는 바리오 테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풀어 해석하사면 줌 기능이 있는 테사 정도가 된다. 그런데 줌렌즈 설계를 도입하는 순간 전통적인 방식의 테사 설계는 불가능해진다. 렌즈 구성만 봐도 10군 12매로 엄청나게 복잡하다. 즉 FE 16-35mm는 과거 자이스 테사 렌즈가 보여준 칼 같은 선예도를 보장하는 렌즈로 해석하는 게 옳다. 

실제로 촬영 결과물을 보면 최대 개방에서도 주변부 화질이 무너지지 않는다. 최대 광각 영역인 16mm에서부터 35mm까지 어느 화각에서도 우수한 선예도를 보여준다. 1m 이상 거리를 둔 원경에서는 냉정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쨍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근거리 촬영은 또 다르다. 최단 촬영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최대 개방으로 촬영하면 뒷흐림에서 꽤 따스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광각 줌렌즈인데다가 최대 개방이 F4로 살짝 어두운 편이지만 35mm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 심도표현도 가능하다. 

이 렌즈를 실물로 직접 보면 의외로 크기가 크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DSLR에 비해 크기가 작은 미러리스의 특성상 렌즈도 작길 바라는 기대감 때문에 더 크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동일한 스펙의 DSLR용 렌즈와 비교했을 때 무게도 100g 정도 가볍고 미세하게나마 크기도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기에 대한 의문은 남을 수밖에 없지만 고화소 센서를 탑재한 α7R 시리즈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FE 16-35mm는 α7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방진방적 기능을 갖췄다. 따라서 험난한 환경에서도 비교적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역동적인 풍경사진을 찍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변화무쌍한 날씨를 견딜 수 있는 장비다. 특히 광각렌즈로 담아내는 풍광은 평온한 날씨보다 악천후일 때 더욱 빛난다.

소니에서 직접 만든 렌즈인 만큼 다양한 보정 기능도 지원된다. 카메라 설정에서 [렌즈 보정] 메뉴에 있는 음영·색수차·왜곡 보정에 체크하면 해당 기능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사실 FE 16-35mm의 가장 큰 매력은 초광각에서 표준광각까지 아우르는 화각이다. 최근 렌즈 교환식 카메라 사용자의 렌즈 구매 트렌드는 광각 줌렌즈에 대구경 표준 렌즈 하나 정도를 더하는 방식이다. 풍경이나 건물은 광각 줌렌즈로 촬영하고 심도를 표현하고 싶을 때 대구경 단렌즈를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FE 16-35mm는 α7 시리즈 사용자에게 꽤 유용한 렌즈다. 

어두운 최대 개방 조리개값, 미러리스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크기와 무게. 이 렌즈의 단점을 꼽으라 한다면 주저 없이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광각 촬영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주저 없이 손에 쥘  수밖에 없는 렌즈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