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으나 ‘감성’이라는 단어가 우리 주변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모든 국물맛을 ‘엄지 척’으로 만들어주는 MSG와 같습니다. 뭐가 됐든 일단 감성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보면 그럴싸해집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와 조합해도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너도 나도 일단 ‘감성’을 붙이고 봅니다. 사진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아니, 예외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가장 적극적으로 감성 딱지를 붙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진은 다른 장르 예술보다 운의 영향을 많이 받지요.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한 초보도 운만 좋으면 10년 내공의 사진가보다 눈에 띄는 사진을 찍어낼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오해가 생기기 쉬운데, 감성이라는 단어도 궤를 같이 합니다. 운이 좋다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운이 없다면요? 좋은 사진을 척척 찍어내는 사진가들은 죄다 운이 좋은 걸까요? 그렇다면 감성만 넘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걸까요?
감성이라는 단어는 사진을 찍기 위해 선행되는 수많은 것들을 한 방에 가려버립니다. 기본적인 카메라 조작법, 예를 들어 조리개나 셔터스피드의 상관관계는 물론이고 경험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무시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소위 말하는 감성 사진을 찍기 위한 몇 가지 방법만 습득하려 하죠. 후보정이라던가, 후보정이라던가.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가의 고군분투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정 장소를 수십, 수백 번 찾아가기도 하고 수십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진가도 있습니다. 무거운 삼각대와 기자재를 짊어지고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장비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사진세계를 개척하는 작가도 많습니다.
적당히 뒤를 흐리게 만들고 흐드러지는 보케를 만든 다음에 약간 물 빠진 듯 한 파스텔톤으로 색상을 정리하면, 그걸로 사진이 완성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렇지가 않지요. “좋은 사진을 위한 법칙은 없다. 단지 좋은 사진만이 존재할 뿐이다.” 안셀 아담스(Ansel Adams, 1902~1984)가 남긴 말입니다. 감성 사진을 찍기 위한 법칙 따위는 없습니다. 감상자의 감성을 건드려 감동을 주는 사진이 존재할 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