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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Oct 01. 2015

타협을 모르는 표준 줌렌즈

FUJIFILM XF16-55mm F2.8 R LM WR

후지필름 X마운트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걸출한 성능을 보여주는 단렌즈군이다. 그렇다고 해서 후지필름을 단렌즈에만 집착하는 브랜드로 오해하면 안 된다. 타사에 견줬을 때 결코 뒤처지지 않는 줌렌즈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드의 얼굴로 인식되는 플래그십 표준 줌렌즈는 후지필름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DCM이 XF16-55mm F2.8 R LM WR을 톺아봤다. 


줌렌즈의 존재 이유

과거 초창기 필름 시대에는 단렌즈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가 주류를 이루던, SLR이 등장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당시에는 ‘단’렌즈라는 용어도 따로 없었다. RF 카메라는 파인더 특성상 줌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SLR이 카메라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되고 렌즈로 들어오는 상을 그대로 파인더에 담아낼 수 있게 됐을 때, 줌렌즈라는 획기적인 장비가 등장하게 됐다.

세계 최초 35mm 카메라용 줌렌즈인 Voigtländer Zoomar 36–82mm F2.8

줌렌즈는 말 그대로 다양한 화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줌렌즈가 등장한 이후로 사진가는 단렌즈 여러 개를 소지해야 하는 불편함과 수시로 렌즈를 교환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부터 해방됐다. 참고로 35mm 스틸카메라용 세계 최초 줌렌즈는 독일의 포익틀랜더(Voigtländer)에서 만들었으며 초점거리는 36-82mm, 조리개는 F2.8 고정이다. 1959년에 만들어진 렌즈임을 감안하면 꽤 놀라운 스펙이다.

최초의 줌렌즈 스펙에서 알 수 있듯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애용되는 줌렌즈는 표준 화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광각영역과 망원영역을 커버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줌렌즈를 표준 줌렌즈라고 칭한다. 최근 생산되는 표준 줌렌즈는 20mm대 중반을 넘어서지 않은 광각 영역과 80mm대 근방 망원영역을 커버하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필름시대에 생산했던 Fujinon-Z 43-75mm F3.5-4.5. 예나 지금이나 후지필름의 만듦새는 신뢰감이 간다.

후지필름의 최초 줌렌즈는 Fujica X마운트 SLR을 생산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에 개발된 후지카 시리즈는 당시 사진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의 후지필름 디지털 카메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후지카는 29-47, 43-75, 75-150, 85-255까지 4종의 후지논 줌렌즈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금 기준으로 봐도 크게 흠잡을 것 없는 알찬 화각 구성이다.

FUJIFILM X-T1 / ISO 400 / F8 / 1/350초 최대 광각영역인 16mm로 촬영한 사진. 광각 렌즈 특유의 공간감이 느껴진다
FUJIFILM X-T1 / ISO 400 / F8 / 1/350초 동일한 장소에서 최대 망원영역으로 촬영했다. 최대개방으로 촬영해 갈매기 뒤로 펼쳐진 풍경을 흐리게 만들었다.

초창기 Fujica SLR 카메라가 생산된 지 40년이 훌쩍 넘은 지금 후지필름이 선보이고 있는 줌렌즈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 필름시대의 꼼꼼한 기준은 그대로 가져오고 성능이나 화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했다고 볼 수 있다. XF16-55mm F2.8 R LM WR는 35mm 환산 약 24-84mm 화각을 제공하는 동시에 전제 줌구간에서 조리개 최대 개방 F2.8을 지원한다. 기본 사양만 놓고 봐도 꽤 훌륭하지만 조금 더 꼼꼼하게 살펴보면 더 놀랍다.  


하나로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줌렌즈에서는 최대 망원영역의 화질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최대망원 영역, 조리개 최대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결과물을 보장한다.

2015년 초에 공개된 XF16-55mm F2.8 R LM WR(이하 XF16-55mm)은 출시 당시 ‘플래그십 표준 줌렌즈’라는 수식어를 달고 등장했다. 해당 렌즈가 나오기 전까지 후지필름이 보유한 표준 줌렌즈는 XF 18-55mm F2.8-4 R LM OIS 한 종뿐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변 조리개로 설계돼 최대 망원 영역에서 최대 개방 조리개가 F4로 어두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최대 광각으로 촬영한 사진. 광각 렌즈의 넓은 화면과 얕은 심도가 동시에 표현됐다.

XF16-55mm는 전작에 비해 중요한 부분이 개선됐다. 우선 지원 화각이다. XF 18-55mm에 비해 최대 광각 역역이 35mm 환산화각 기준 27mm에서 24mm로 넓어졌다. 초점거리만 넓어진 것이 아니다. 전제 줌 영역에서 최대 개방 조리개값을 F2.8로 설정할 수 있어 심도 표현이 폭이 넓어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35mm 환산 84mm 상당에 해당하는 최대 망원 영역에서도 F2.8로 촬영이 가능해 손 떨림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적어졌고 그 결과 손떨림 방지 기구를 생략하는 대신 방진·방적 기능을 추가했다. 

배롱나무 꽃에 가까이 다가가서 촬영했다.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했음에도 초점이 맞은 주변부 화질이 우수하다.

후지필름의 플래그십 바디인 X-T1는 방진, 생활 방수, -10°c 저온 작동 등 악천후에서도 사진 촬영이 가능한 바디다. 그러나 여기에 기존 XF 18-55mm를 마운트 하면 비가 내리는 상황이나 먼지가 많은 곳, 혹한의 추위에서는 사진을 찍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바디의 내후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같은 기능을 지원하는 렌즈가 필수인 것. 그런 의미에서 내후기능을 갖춘 XF16-55mm는 플래그십 바디와 제짝인 렌즈다.

16mm 구간으로 촬영한 사진.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XF16-55mm는 ‘플래그십’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고화질 이미지를 제공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후지필름은 12군 17매 렌즈 구성 중 약 1/3에 해당하는 6매를 특수 광학 유리로 채워 넣었다. 비구면 렌즈 3매와 ED 렌즈 3매는 구면 수차 색수차를 감소시켜 우수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후지필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조리개를 무리하게 조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회절 현상을 보정하고 광각 이미지 주변부 화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LMO(Lens Modulation Optimizer) 프로세싱을 지원한다. 실제 필드에서 촬영을 해 보면 거의 모든 조리개 값, 모든 초점거리에서 매우 균일하고 우수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X-T1의 새로운 펌웨어(V4.0)에 탑재된 AF 시스템으로 촬영했다. 순식간에 튀어 올라 물에 빠지는 피사체를 정확하게 잡아냈다.

칼 같이 선명한 이미지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조리개를 개방했을 때 나타나는 보케는 줌렌즈답지 않게 매우 아름답게 표현된다. 뭉개면서 흐리지 않고 공간을 구분하면서도 부드럽게 심도를 표현한다. 원형 조리개를 채용해 빛망울도 동그랗게 맺힌다.

최대 광각으로 해질녘 노을을 담았다. 드넓은 하늘의 오묘한 색이 그대로 담겼다.

고ISO 표현력이 좋아진 지금 F2.8 보다 더 밝은 조리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은 그다지 많지 않다. 따라서 대구경 단렌즈만의 개성적인 표현력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줌렌즈로 대부분의 상황을 커버할 수 있다. 여기에 전제 줌 구간 F2.8 고정 조리개를 지원하고 내후성까지 갖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만약 보케 표현력까지 개성적이라면 금상첨화다. XF16-55mm 하나면 충분한 이유다. 

덤블링하는 사람을 물에 비친 반영으로 담았다.



제품 사양

렌즈 구성        12군 17매

초점거리         16-55mm(35mm 환산 24-84mm)

화각                83.2°-29°

조리개             F2.8-22

조리개날          9개, 원형

최단 촬영거리  30cm

필터구경          Φ77mm

크기                 Φ83.3mm X 106.0mm(광각)

                        Φ83.3mm X 129.5(망원)

                                                                                            무게                65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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