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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Jan 04. 2016

함께  둘러앉아 먹는 밥처럼

흔히들 사진은 혼자만의 작업이라고 합니다.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이 여러 개일 수 없고 파인더를 바라보는 눈 또한 하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겠지요. 어떤 피사체가 됐건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내니 누가 뭐래도 사진은 혼자서 찍는 게 맞습니다. 물론 사진을  찍기까지 여러 명이 힘을 모아 함께 협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결국 서터를 누르는 순간은 혼자입니다.


유난히 꽃에 천착하는 사진가도 있을 것이고 하늘을 나는 새만 고집하는 사진가도 있을 겁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사진가도, 우리 사회의 단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작가도 있지요. 다들 저마다의 철학을 가지고 피사체를 대합니다. 이 세계는 하나지만 저마다 보는 세계가 다르니 사진으로 담아내는 세계도 다릅니다. 

어디 찍는 순간뿐인가요.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후보정 작업이 이뤄집니다. 누군가는 하이키로 보정할 때 또 다른 누군가는 노출 언더로 사진을 완성합니다. 개인의 취향은 다양하고 그만큼 다채로운 사진이 탄생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 사진을 시작하기 위해 카메라를 새로 장만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 카메라와 렌즈를 고르고 있을 테지요. 그의 첫 사진은 보잘 것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파인더를 바라보며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는 순간, 새로운 세계 하나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세계는 점점 확장되고 성숙해지겠지요.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리겠습니다. 사진은 혼자서 찍습니다. 자신만의 추구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묵묵히 혼자서 셔터를 누릅니다. 그러나 빼먹은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사진을 찍기 전에 벌어지는 일들이죠. 예를 들어 하다못해 새로운 장비를 추가할 때도 주변의 조언에 귀기울입니다. 찍고 싶은 피사체가 어디에 있는지 검색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장소를 먼저 찾아간 누군가의 후기를 참고하기도 하죠. 생각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사진의 방향을 잡기 위해 기존 작가의 사진집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사진을 찍기 전에는 혼자가 아닙니다.


사진을 찍은 후에 벌어지는 일도 사진가 혼자만의 몫이 아닙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사진가라고 해도 자신의 사진을 블로그나 SNS에 올려 타인의 의견을 듣지요. 그냥 좋아요만 누르는 사람도 있지만 어디가 좋은지, 어디가 모자란지 말해주는 고마운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사진의 시작과 끝에 타인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마치 친한 지인과  둘러앉아 밥을 같이 먹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사진을 잘 차려진 식탁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군가가 그것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지요. 역으로, 타인의 도움을 식탁 위 음식으로 비교한다면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맞겠지요. 사진을 함께  둘러앉아 먹는 밥이라 여기는 것.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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