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a7R II
소니 디지털 센서의 진화는 매번 사용자 예측을 앞선다. α7R에 탑재된 3600만 화소 센서는 사용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고화소 대비 양호한 계조와 ISO폭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소니는 그 정도에서 만족하지 못한 듯하다. α7RⅡ에서 화소를 4240만으로 끌어올리고 사진이라는 예술 장르가 지녀야 할 다양한 표현력까지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고화소 카메라는 화소만 높으면 된다는 고정관념을 깔끔하게 깨트린 α7RⅡ의 실력을 확인해봤다. 어쩌면 이제 고화소 카메라의 바로미터를 새로 정의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예민한 성격을 띠는 사물이나 사람은 그만큼 포용력이 좁다. 예민한 덕분에 더욱 꼼꼼한 것이 장점이겠으나 이해도나 관용도는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고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곱게 포기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일반적인 디지털 센서도 마찬가지다. 고화소화를 추구하면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수긍해야만 한다. 동일한 센서 면적에 화소가 높아지니 화소 피치가 좁아지는 게 당연하고 이로 인해 없던, 혹은 보이지 않던 단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감도와 다이내믹 레인지(dynamic range, 이하 DR)다. 화소 피치가 좁아지면 간섭현상이 늘게 되고 고감도 이미지 퀄리티 저하로 이어진다. 또한 DR 폭도 좁아져 다양한 상황에서 폭넓은 계조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좁은 DR은 후보정 과정에서 사진가의 인내심을 시험하기도 한다. 이처럼 고화소 센서는 태생적으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화소=고화질’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날 수 있다. 고화소를 커버하지 못하는 해상력 낮은 렌즈가 문제 될 수 있고 이미지 프로세싱이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α7RⅡ는 이러한 다양한 이슈로부터 저만치 떨어져 있다. 분명 톱클래스에 속하는 고화소 센서를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문제점으로부터 자유로운 카메라다. 오히려 화소가 낮은 전작보다 해당 문제점이 나타날 확률이 낮다. 지금까지 출시된 풀프레임 카메라 중 유일하게 이면조사 방식 센서를 택한 덕분이다. 이면조사 방식 센서는 사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인 빛을 더 풍부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고 그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 믿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소니가 공식적으로 보증하지 않는, 과거 필름 시대 RF 카메라용으로 설계된 초광각렌즈의 경우 이전 α7 시리즈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플랜지백이 짧은 RF 카메라의 특성을 살려 필름면에 최대한 가까이 가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렌즈를 디지털 시대의 미러리스 카메라에 조합하면 입사각 문제로 인해 심각한 주변부 광량 저하 현상은 물론 중앙부를 제외한 영역에서 컬러 캐스트 현상과 화질 저하가 발생한다.
그러나 α7RⅡ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직접 촬영한 결과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정됐던 필름 시대 RF용 초광각렌즈를 마운트 했을 때 꽤 인상적인 결과물이 탄생했다.(http://me2.do/IMevYppo 에서 크게 볼 수 있음.) 촬영에 사용된 장비는 코시나에서 생산한 Voigtlander Super Wide-Heliar 15mm 첫 모델이다. 디지털에 맞춰 새롭게 설계된 모델이 아니라 M39 스크루 마운트로 제작된 렌즈다. α7RⅡ와 조합 시 주변부 광량 저하가 확연히 줄었고 컬러 캐스트는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미했다.
이러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이종교배를 통해 과거 렌즈를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이면조사 방식 센서의 수광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졌음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까운 미래에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콤팩트함을 살려 센서면과의 거리를 좁힌 새로운 렌즈가 탄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α7RⅡ의 진가는 필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진가가 의도적으로 조명을 조절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달리 야외에서는 자연의 빛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플래시나 반사판과 같은 장비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멀리 떨어진 풍경을 담을 때는 조명도 무용지물이다. 부가적인 장비를 휴대하지 않고 순간을 담아내는 스냅 사진가에게도 자연광은 절대적이다. 특히 명부와 암부의 노출차가 상당히 큰 장면에서는 어느 한 곳에 맞춰 노출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DR이다. 센서가 감당할 수 있는 DR 폭이 얼마나 넓은 가에 따라 사진의 분위기가 천양지차로 벌어진다.
α7RⅡ의 DR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명부와 암부 모두 고르게 색정보가 유지된다. 인위적으로 명부와 암부를 끌어올리는 HDR과 달리 전체적인 톤이 자연스러우며 한 번의 셔터에 담긴 결과물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더불어 소니가 보증하는 α7RⅡ용 E마운트 렌즈는 비교적 근래에 설계된 렌즈인 만큼 4240만 화소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해상력을 보여준다. 화면 구석구석의 디테일을 촘촘하게 재현해내 트리밍이나 크롭 시에도 뭉개지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미지 센서(sensor)는 원래 예민(sensitive) 해야 한다. 동시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는 포용력도 지녀야 한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동시에 지닌 센서 기술은 사진가가 새로운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센서가 센스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