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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Dec 14. 2015

일상을 특별한 하루로 만드는 렌즈

Fuji Film XF 35mm F2 R WR

특별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드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을 특별한 인상으로 남기는 것이 목적인 사진가도 많다. 이번에 후지필름이 선보인 XF 35mm F2 R WR는 후자를 위한 렌즈에 가깝다. 작고 가벼워 언제 어디서나 휴대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 X마운트 후지논 렌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돼 누구나 큰 고민 없이 사진 생활 동반자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더해졌다.


미러리스의 장점을 살리다

그동안 후지필름에서 출시한 렌즈는 화질에 있어서 어떤 타협도 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분명했다. 특히 단렌즈는 일부 광각 계열을 제외하면 F1.4 혹은 그보다 밝게 설계하는 대담함까지 갖췄다. 우수한 화질, 밝은 조리개 값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던 것. 그랬던 후지필름이 어깨에 힘을 살짝 뺐다. 진중함을  버렸다기보다는 마니아 일변도 정책에서 대중적인 방향으로 핸들을 튼 느낌이다. 그 결과가 바로 XF 35mm F2 R WR이다.

우선 이 렌즈의 외관을 살펴보자. 기존에 출시됐던 XF35mm F1.4 R에 비해 확연히 콤팩트 해지고 가벼워졌다. 여기에 렌즈 하단으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클래식한 디자인까지 더했다. 잘 빠진 RF 전용 렌즈를 보는 느낌이다. 후지필름의 카메라 바디와 매칭 했을 때 전체적으로 클래식한 동시에 모던한 느낌까지 더해진다. 후지필름의 디자인 철학이 고전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기에 지금까지 출시된 대부분 렌즈 교환식 X 시리즈와 잘 어울린다. 특히 클래식 SLR 카메라 디자인을 차용한 X-T10과 RF 카메라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X-PRO1에 마운트 했을 때 미적 완성도가 가장 높다.

눈에 보이는 스펙 상으로는 XF 35mm F1.4 R보다 뒤쳐질 것 같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우선 XF35 mm F1.4 R은 6군 8매 구성 중 비구면 렌즈를 1매 채용하고 있지만 XF 35mm F2 R WR은 6군 9매 구성 중 비구면 렌즈를 2매 탑재했다. 그 결과 최대 개방에서 더욱 날카로운 묘사가 가능해졌다. 부드럽고 몽글거리는 보케 표현을 즐기는 사용자라면 비구면 렌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한 XF35mm F1.4 R이 나은 선택이겠지만 리얼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XF 35mm F2 R WR이 취향에 맞는 장비일 수 있다.

스펙 상으로 눈에 띄는 구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WR기능. WR은 Weather Resistant의 줄임말로 다양한 악천후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렌즈에 붙이는 후지필름만의 명칭이다. XF 35mm F2 R WR은 렌즈 외관 전체를 금속으로 제작하고 총 8군데를 실링 처리해 우수한 내후성과 방진 성능을 자랑한다. 따라서 비나 먼지에 아랑곳 않고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최대 -10°C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한다.

기존 XF 35mm F1.4 R에 비해 작고 가벼워지고 스테핑모터까지 더해져 AF 속도도 진화했다. 일본 CIPA 기준 0.08초의 AF 속도를 자랑한다.  빠른 데다가 소음까지 줄여 더욱 정숙해졌다. 조용한 곳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동영상 촬영 시에도 렌즈 구동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기능이 후지필름의 미러리스 시스템을 극대화하고 있다. 비교적 무겁고 기동이 불편하다는 후지필름 렌즈의 단점을 해소하고 미러리스와의 궁합을 극대화시킨 렌즈다.







일상 속 보석을 포착하는 장비

일반적으로 미러리스 시스템의 장점으로 작고 가볍다는 점을 꼽는다. 덕분에 휴대가 편할 뿐만 아니라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촬영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사진가의 욕심은 렌즈를 크고 무겁게 만든다. 조리개가 밝아질수록 렌즈는 커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바디는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기술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발전하지만 광학기술로 승부해야 하는 렌즈는 이야기가 다르다. 조리개가 밝으면 밝을수록 렌즈가 커지는 것은 현재까지 불변의 법칙이다. 따라서 미러리스 카메라가 크기를 줄여가도 렌즈는 그 속도를 맞출 수 없다. 결국 사진가는 자신의 촬영 스타일에 맞춰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후지필름은 환산 50mm 초반에 해당하는 렌즈에 다른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F1.4라는 밝은 조리개 값을 원하지 않는다 해도 XF 35mm F1.4 R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DSLR을 판매하는 타사의 경우 대중적인 인기가 많은 해당 화각을 조리개 값을 어둡게 해 다양한 베리에이션으로 출시하는 경우가 많음을 생각하면 후지필름의 XF 35mm F2 R WR 출시는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타사와 달리 해상력이나 각종 기능에 있어 타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눈에 띄게 성능을 끌어올린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XF 35mm F2 R WR은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팔방미인 렌즈다. 작고 가벼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도 적합하다. 굳이 크고 무거운 카메라 가방에 수납하지 않고 데이백에 넣고 다녀도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카메라를 꺼내 일상의 순간을 담아낼 수 있다. 스마트폰의 영역으로 넘어간 일상 사진을 스마트폰이 담아낼 수 없는 고퀄리티로 담아낼 수 있게 된 것이 이 렌즈의 가장 큰 공로다.

‘나 사진 찍는 사람이오’라는 티를 내지 않아도 되니 언제 어디서든 부담 없이 카메라를 꺼내들 수 있는 것은 꽤 큰 장점이다. 카메라를 꺼내 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가방에 넣어둬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이에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이 있다고는 하지만 시끄럽게 울리는 인위적인 셔터 소리는 주변 시선을 돌리기 충분할 정도다. 그러나 후지필름의 X시리즈와 XF 35mm F2 R WR을 조합한 경우라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정숙한 셔터음과 사용자 귀에도 들릴 듯 말 듯한 렌즈 구동음 덕에 신속하고 촬영을 마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인파에 묻힐 수 있다. 

사진을 취미로 하면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 이벤트처럼 사진을 찍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상이 식상하고 비루해 사진을 찍기 부적합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매일 지나치는 골목길에도, 항상 타고 다니는 버스나 전철에도 빛나는 순간은 존재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는 친구와 이젠 너무 오래돼 권태기가 다가오는 연인의 얼굴도 빛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처럼 빛나는 일상의 보석을 기어이 캐내고야 마는 것이 사진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XF 35mm F2 R WR은 그 순간을 후회 없이 담아주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조력자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제품 사양


렌즈 구성                   6군 9매

초점거리                    35mm (35mm 환산 53mm)

화각                           44.2°

최대 조리개                F2

최소 조리개                F16

조리개 날 수               9매(원형 조리개)

최단 촬영 거리           35cm

최대 배율                   0.135배

크기                           φ60mm x 45.9mm

필터 크기                   φ43mm

무게                           17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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