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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Feb 15. 2016

장인 정신과 최첨단 기술의 콜라보

후지필름 타이와 공장 팩토리 투어

첨단 기술이나 정밀 기술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아무에게나 쉽게 공장을 공개하지 않는다.  디지털카메라 제조의 경우 첨단과 정밀 모두를 다루는 회사니 더욱 비밀스럽게 운영된다. 아무리 프레스라고 해도 쉬이 공장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들어갈 기회가 생겼다 해도 사진 촬영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그런데 후지필름이 X시리즈 5주년을 맞이해 센다이에 위치한 타이와 공장을 오픈했다. 


한 톨 먼지도 허용하지 않는다

XF 100-400mm F4.5-5.6 R LM OIS WR은 일반 단렌즈보다 훨씬 많은 공정을 필요로 한다.

후지필름이 본격적으로 광학 산업에 뛰어는 해는 1940년이다. 그때부터 광학 유리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1949년에 후지필름의 첫 렌즈가 탄생한다. 당시 가장 많은 사진가가 사용하던 라이카 바르낙 바디와 호환되는 M39 스크루 마운트 렌즈였던 크리스타 시리즈는 이후 ‘후지논 스피드 트리오’라 불리는 밝은 렌즈의 모태가 된다. 1960년대부터는 대형 카메라를 위한 렌즈와 135 판형 SLR인 후지카 시리즈를 위한 렌즈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들어서는 대형·중형 시스템에 역량을 쏟아붇는다. 그리고 그 이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일반 카메라용 렌즈는 물론 방송 장비 및 영화 장비, 인공위성용 장비까지 두루 생산하게 된다. 후지필름은 2011년 광학 및 이미징에 관련된 자사의 모든 노하우를 쏟아 X 시리즈를 론칭하기에 이른다.

XF 100-400mm F4.5-5.6 R LM OIS WR의 메인 조립 공정.

그렇다면 후지필름의 카메라와 렌즈는 어떤 과정을 거쳐 사진가의 손에 다다를까? 후지필름 옵틱스가 주요 공장으로 꼽는 곳은 약 8개다. 그중 일본에 위치한 미토 공장에서는 글라스 몰드를 생산하고, 모리가네 공장에서는 렌즈를 연마하며 사노 공장에서는 렌즈 경통을 만든다. 톈진 공장과 필리핀 공장에서는 렌즈 연마를, 심천 공장과 쑤저우 공장에서는 하위 부품 조립이 진행된다. 이렇게 여러 공장에서 생산된 파트는 일본 센다이에 위치한 타이와 공장에 도착하게 되고 완제품으로 만들어진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렌즈.

우선 후지필름의 자부심과도 같은 후지논 렌즈 공정을 살펴보자. X시리즈 5주년을 맞이해 진행된 팩토리 투어에서는 XF 100-400mm F4.5-5.6 R LM OIS WR(이하 100-400mm)과 XF 35mm F2 R WR(이하 35mm) 생산 라인을 공개했다. 참고로 렌즈 생산 공정은 반도체 생산만큼 까다로운 환경을 요한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진복은 물론 라텍스 장갑, 마스크, 부츠 등을 착용해야 한다. 

 

정밀한 검수는 기계의 힘을 빌려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렌즈 제작 공정은 크게 3단위로 나뉜다. 조립, 보정, 검사 순으로 이뤄지는데 100-400mm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조립 과정에서는 각 렌즈 군별로 나뉘어 조립이 진행된다. 조립 파트는 크게 ‘그룹 조립’과 ‘하위 조립’, ‘메인 조립’으로 나뉘는데 100-400mm의 경우 14군 21매로 복잡하게 설계돼 조립 파트가 그만큼 더 많이 세분화되어 있다. 비교적 렌즈 설계가 간단한 35mm의 경우 100-400mm 보다 적인 인원이 투입된다. 예를 들어 100-400mm는 6개 그룹 조립이  가동되지만 35mm는 4개 그룹 조립으로 운영된다. 조립 단계라고 단순히 부품을 모아 하나로 합치는 과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 AF 체크를 거치는데 이때 과정은 기계에 의해 자동으로 진행된다. 

SFR 조정 공정. 이 단계에서 모든 렌즈의 특성 평가가 진행되며 표준 성능에 부합하도록 조정된다.

조립을 마친 렌즈는 보정 공정으로 이동한다. 첫 번째로 SFR 조정이 이뤄지는데 이 단계에서 모든 렌즈의 특성 평가가 진행되며 표준 성능에 부합하도록 조정된다. 이후 자동 공정을 통해 UV 본드로 모든 파트가 고정된다. 100-400mm의 경우에는 초망원 렌즈의 특성상 SFR 조정 이후에 사전 해상도 체크가 이뤄진다.

마지막 검사 과정에서는 각종 테스트가 진행된다. 해상도, 줌 기능을 포함한 각종 기계적 작동 상태, 비네팅, AF/조리개 작동 상태를  테스트하며 최종적으로 카메라에 마운트 해 외형 상태까지 체크한다.


꼼꼼한 인간의 손과 정밀한 기계의 협업

메인 보드 조립 전의 X-Pro2.

이번 팩토리 투어에서는 신제품인 X-Pro2와 또 다른 플래그십인 X-T1 생산라인도 공개했다. X-Pro2는 ①메인 보드 조립 ②외관 파트 최종 조립 ③펌웨어 인스톨 ④이미지 퀄리티 체크 ⑤수평 수직 체크 ⑥버튼 컨트롤 체크 ⑦검사 및 파인더 기울어짐 얼라이먼트 ⑧통합 퍼포먼스 테스트 ⑨해상도 및 먼지 테스트 ⑩가죽 접착 및 최종 검사까지 총 10개 공정을 통해 완성된다. 

메인 보드 유닛 조립도 사람의 손으로 진행된다.

이중 통합 퍼포먼스 테스트의 경우 20가지가 넘는 항목이 반자동으로 진행된다. 다양하고 복잡한 테스트를 사람과 기계가 함께 담당하는 것. 이를 통해 최상의 밸런스와 퀄리티를 담보할 수 있으며 원가 절감도 이뤄진다. 해상도 및 먼지 테스트는 자동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수동으로 진행되는 것보다 높은 검출률을 보장한다. 가죽 접착 공정도 반자동으로 이뤄진다. 공장 직원이 가죽의 위치를 지정해 대력적인 접착을 하면 기계가 단단하고 확실하게 가죽을 붙여 완성하는 방식이다.

X-T1은 바디 상단부 조립에 손이 많이 간다. 그만큼 복잡하고 정밀하다.

X-T1의 생산 공정은 X-Pro2와 거의 같다. 그러나 SLR 타입으로 설계돼 상판 제작 공정이 다르다. 복잡한 상판 조립 과정 때문에 하루 생산량도 차이가 나는데 X-Pro2는 약  800대가량을 만들 수 있는 반면 X-T1은 300여 대 밖에 조립하지 못한다. 

X-T1의 감도 조절 다이얼 파트.

조립이 끝난 제품은 포장 공정으로 이동한다. 포장 공정은 크게 ①포장 단계 ②각인 단계 ③최종 검사 단계로 나뉜다. 포장 단계에서는 패키지에 적힌 시리얼 넘버와 제품에 적힌 시리얼 넘버가 동일한지 체크하고 설명서를 동봉한 다음 중량 측정을 통해 빠진 물품이 없는지 확인한다. 각인 단계에서는 레이저 각인을 진행한다. 렌즈 하단에 적힌 시리얼 넘버와 ‘MADE IN JAPAN’은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레이저 각인 기계. 이 곳에서 렌즈 하단에 시리얼 넘버와 ‘MADE IN JAPAN’이 각인 된다.

최종 검사에서는 최종 출하 전에 이미지 퀄리티와 외관 체크를 한 번 더 실시하게 된다. 렌즈는 모든 제품을 확인하는 전수 검사로 진행되며 카메라 바디는 10% 무작위 검출로 검사를 진행한다. 무작위로 선택된 카메라 중 50% 이상이 문제가 있을 시에는 전수 검사를 실시한다. 

팩토리 투어를 위해 특별히 새긴 글씨. X 5th Anniversary라는 글씨가 또렷하게 보인다.

후지필름 타이와 공장에는 약 5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진가의 손으로 전달되는 각종 장비를 최종적으로 조립한다.  디지털카메라의 ‘디지털’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제작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되어 있을 것이라 추측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방점을 ‘카메라’에 찍는 그 순간 연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사진을 만들어주는 기계 카메라. 카메라에서 유독 인간적이고 따스한 느낌이 전해지는 이유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적어도 후지필름 X시리즈와 후지논 렌즈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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