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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진 May 25. 2016

칠 년간의 공허함 칠 분 만에 해결

#3 호텔 디자이어 리뷰



7년간 아무도 찾지 않았던 땅이 7분 만에 아름다운 정원의 로 꽃피는 마법 같은 이야기

이 영화는 33분 동안 먹구름이 지나가고 7년간 가장 뜨거웠던 7분을 보여주면서 40분의 하루가 비와 함께 끝난다.

독일의 단편영화로 배우 활동을 겸하고 있는 세르게이 모야의 작품이다. 너무나 낮 뜨거운 포르노와 야동 같은 직설적인 연출과 함께 낭만이라는 연출도 같이 입혀 전혀 외설적으로 보이지 않고 한편으로는 아름답다는 말도 나온다.

신비감이 감도는 음악은 조금 더 영화를 다채롭게 만들고 부족한 듯 부족하지 않아 보이는 설명은 클라이맥스와 함께 자연스럽게 끝이 나버린다.


영화를 외설적으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다." 외설보다는 여러 종류의 욕망의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목을 해석하면 호텔의 욕망이다. 호텔 안 여러 인물들의 욕망을 보여주며 그 중심에는 안토니아가 있다. 욕망을 떠올린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뭘까?? 역시 사랑과 돈, 명예 정도가 아닐까 싶다. 영화는 돈과 명예보다는 사람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미혼모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대 여성의 워너비 몸매를 자랑하며 샤워를 하고 있는 안토니아의 꽤 자극적인 인트로로 시작된다. 루카(안토니아의 아들)를 아버지가 있는 파리에 2주간 보내야 하기 때문에 분주히 준비해야 하지만 안토니아는 어딘지 여유롭다. 막상 차를 운전하는 건 급해 보인다. 혼자 크는 아이는 어리광쟁이도 금방 어린이 답지 않는 어른으로도 큰다. 루카는 후자 쪽에 가까워 보인다.


영화의 대사들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30분 영화이기 때문에 대사를 충분히 설명해 주어야 할 시간들이 없고 그 시간들은 대사가 아닌 장면으로 대신한다. 올 들어 뜬금없이 안토니아는 루카에게 엄마를 위해 나비를 잡아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첫 등장부터 루카는 잠자리채 같은 것을 들고 다닌다. 그리고 버스로 가는 슬로모션 속에서는 아예 루카가 잠자리채를 머리에 쓰고 있을 정도로 피피엘을 한다. 배경들을 잘 봐야 한다.




펠릭스는 안토니아를 사랑한다. 아니 좋아한다는 라이크 전 단계가 맞다. 호텔에서 만나는 첫 번째 욕망으로 소극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작중 몇 컷 안 되는 불량에도 그의 속마음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표정과 얼굴에서부터 나 순박한 순정남이라고 쓰여 있다. 더운 날 강조하는 건 알겠는데 땀좀 그만 집착하면서 안 닦았으면 좋겠다.



오스 토르 스키는 사랑보다는 권력욕과 또는 진,  명예욕을 상징하는 사람이다. 처음 등장 씬에서 마치 마법소녀가 변신할 때 나오는 경쾌한 음악으로 연출하여 안토니아를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안토니아의 잘못을 이용하여 임원에게 점수를 따려 하는 사회에 가장 많은 류를 차지하는 그런 인물이다. 영화에서 게이 사장은 그에게 족제비 같은 말로 그의 욕망을 확실히 말해준다.



표정연기 하나 정말 좋다 이분..... 연기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순간순간 담지 못하는 미묘한 감정선까지도 잘 잡아낸다.


질린스키는 게이로 안토니아를 측은하게도 시기의 대상으로도 보는 인물이다. 아이의 대한 욕망이 강한 소유자로 보이며 다시 말해 여성향적인 게이 인 것 같다. 안토니아를 사람으로서 좋아하지만 아이를 핑계 삼아할 일을 다하지 못하는 안토니아의 태도에 못마땅해한다. (실제로 처음 신에서도 아들을 보내야 하는 날임에도 이미 준비를 다해놓은 루카보다 느긋하며 시간까지 물어본다.) 여러 위기? 에도 거짓말까지 해주며 안토니아를 생각해주는 게이 친구로 신데렐라의 멋진 드레스와 구두를 만들어 주는 마법사 같다.


질린스키가 출근하자마자 안토니아를 찾으며 동양인 주방 직원가 한 말이 재미있다. "성촉절이네 분명!" 이란 대사는 2월 2일을 성촉절이라고 하는데 어원은 여러 교회의 축제날이지만 아기 예수가 40일 후에 교회에 봉헌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리스어로는 히 파판 데라고 도 하는데 만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주방 직원의 성촉절이라고 한 표현은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줄리아는 레즈비언으로 정확히는 남자도 여자도 상관없는 바이라고 생각한다. 욕망을 힙히자면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나르시시즘적 욕망이 있는 듯 싶다. 나를 지키며 소중히 생각하는 욕망이 아닌 현실을 즐기며 모험적으로 사는 밝은 삶이야 말로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선물 같은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중에 굳이 있어야 하나 싶은 인물인데 확실한 건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안토니아를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영향은 있다.



안토니아가 라커룸에서 우는 이유는 사장에게 야단맞아서 가 아니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자신을 비탄하며 줄리아에게 털어놓는다. 안토니아는 애 딸린 싱글맘은 남자들을 장님으로 만든다고 한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사랑과 생계 문제는 어중간한 마음으로는 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 문제와는 별게로 안토니아의 본인의 문제가 가장 커 보인다. 계속해서 루카라는 방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상량하게 노크를 해도 열어주지 않는 건 결국 본인이기 때문이다. 이제 신데렐라의 드레스로 갈아 입고 무도회장으로 향한다.



하우스 키핑을 하며 꼭대기로 가는 안토니아는 루카의 말과 줄리아의 말을 번갈아 가며 생각한다. 룸 서비스를 부탁받아 흑백의 방 안으로 들어간다. 방안은 무도회장처럼 통속적인 욕망들이 즐비해있고 신데렐라가 나와는 맞지 않는 무도회장에 입성했을 때 하고 있었을 것 같은 표정을 하는 안토니아를 볼 수 있다.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무도회장을 서둘러 나와 어딘지 멋쩍음 웃음을 지으며 보드카 한 모금을 마시며 룸으로 향한다,




맹인 화가 줄리어스는 '맹인이 그렸다'는 말에 항상 그림자 지어지는 자신의 그림이 작품 그 자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그런 사회에 억눌려 있다. 작품세계의 욕망이 짙은 인물이다. 성의 꼭대기에서 쥴리어스와 안토니아는 마침내 만나게 되고 쥴리어스는 안토니아의 구두를 처음 만지며 그녀의 존재를 눈치 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들은 서로를 갈구한다. 그들의 관계는 외설적인 관계지만 외설적인 관계가 아니기도 하다. 슬로모션으로 낭만을 그리며 때로는 줌인을 하여 그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으며 때로는 빨리 감기를 통해서 속도감마저 보여준다. 외설적으로 표현된다고 느끼는 건 우리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고난을 사회 탓으로 돌리지 않고 오직 자기성찰에 의해서 극복한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점이 많다.

계속해서 신데렐라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처음 질린스키가 신데렐라라고 말했듯 이야기의 들어있는 내면적 스토리나 외면적 스토리나 신데렐라의 동화와 많이 닮아 있다.

신데렐라는 오랜 세월 동안 고독과 힘든 상황들을 사회 탓으로 돌리지 않으며 오로지 자기 성찰의 과정을 통해서 현실을 돌파한다는 점이 그렇다. 안토니아도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것은 없다 순전히 자기 문제라고 돌린다. 신데렐라는 동화 속에서 단 한 명의 인간관계도 없으며 계모와 언니들에게 고난을 받으며 8할 정도를 그렇게 흘러가다가 2할 정도에 상을 받게 되는데 그게 왕자와의 결혼이다. 호텔 디자이어에서도 8할 정도 먹구름이 끼는 안토니아의 하루에 2할 정도를 아무런 인간관계가 없는 아무런 인간관계가 없는 줄리어스라는 왕자와의 관계로 포상을 받는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유럽 특유의 따뜻한 빛은 영화를 계속 보게 해주는 이유 중에 하나로 들 수도 있다.

영화가 대단한 점은 작가나 감독의 생각을 연출과 그때그때 맞는 음악 배우들의 연기 그 모든 것이 하나가 돼야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것도 고작 2시간 만에 전해 야한다. 전달하는 역량에 따라서 고수와 하수로 나뉜다.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고수들은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40분의 영화는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허접하고 그림에 맞지 않는 오브제를 넣는 기분까지 들었다. 첫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잘 만들었네 정도라고 생각한다. 세르게 야 모야에게 배우가 아닌 감독의 가능성도 보여준 고마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



Authorling   |  JaoL

Photograph |  Ja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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