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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진 Jun 05. 2016

세월의 역사와 함께 가족이 된다.

#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리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고레에다 히즈카로의 '닮은 점 찾기'의 최고점을 달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피가 땡긴다는 말 따위를 하자는 게 아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함께한 역사는 물보다 깊고 걸쭉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는 가족의 가장 큰 단위가 아버지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시선으로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가족들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인물들의 대사만 봐도 사랑이 넘치고 배경만 봐도 아이들에게 애정을 쏟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크게 시골과 도시를 구분지은 건 두 쪽다 아이들에게는 장단점 있다는 말이지 시골이 좋고 도시가 좋고를 말하자는 게 아니다. 각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아버지만의 아버지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다.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지만 사랑스러운 '케이타'와 고마운 아내 '미도리'와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성공한 건축가 료타가 어느 날 케이타를 낳은 시골병원에서 실수로 아이가 바뀌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의 가정과는 180도 다른 유다이의 가정과 조우하면서 갑자기 나타난 친자 류세이와 같이 살아온 생자 케이타 사이를 갈등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크게 배경이 다른 두 명의 아버지가 나온다. 고지식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들을 사랑하면서 자신과 닮은 점을 계속 찾는 도시 아버지 료타와 아이들에게 비슷한 눈높이로 같이 호흡하며 따뜻함으로 닮은 점 따위는 아무 문재 없다는 시골 아버지 유다이라는 아버지들로 나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이란 경제적인 환경은 둘 째고 도시든 시골이든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피부로 부등 끼며 보내는 환경이야 말로 좋은 환경이라고 말한다.



료타는 전형적인 도시가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경제적으로는 부담이 없고 그렇기에 일이 많다. 상대적으로 시골보다는 시간을 낼 수가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료타는 첫 장면에 잠깐 시간을 할애하여 가족상담까지 참여하고 금방 오지 않아도 되는 일터에 더 빠르게 돌아간다. 뭐든지 혼자 해왔던 료타는 케이타에게 그대로 교육한다. 영화에서는 그렇게 하다가는 정작 아버지라는 그늘이 있어야 할 시기에 아버지가 없다면 가족들은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영화에서는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버지의 일을 미루지 말라고 말한다. 뭐든지 때가 있는 법인데 자라나는 유년기의 아이들에게는 아버지의 존재는 그 어떤 슈퍼히어로들보다 거대하기 때문이다. 료타는 류세이의 가출사건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입장을 알게 되고 카메라 속 케이타의 시선은 오직 자신에게 머물러있음을 가슴 아파하고 케이타에게 찾아간다. 사실 료타는 낮잠을 자면서 어버이날 때 받은 꽃을 소파 사이에서 발견하는데 꽃 부분을 찾는 료타는 이미 케이타를 생각하고 있다.


반가운 얼굴 곡성의 히로인! 쥰상


유다이는 전형적인 시골 가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 시골은 자녀가 많다. 3명의 자녀를 키우고 부모님까지 부양해야 하고 연세 좀 많은 아버지다. 시골은 큰 돈이 오고 가는 곳이 아니다. 그렇기에 3남매에게 남부럽지 않게 사주고 싶은 것을 다 사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자급자족적 마인드로 옷과 장난감을 고쳐가며 동생에게 물려주곤 한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아버지라는 분들은 금전적으로 민감하고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료타의 가족들과 처음 대면할 때 돈에 욕심을 냈던 부분은 그런 아버지의 역할에서 오는 것이다. 병원 측의 실수고 당연히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부분이기에 좀 더 욕심을 부린다. 그리고 시골은 상대적으로 도시보다 시간이 많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도 많아진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떠나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 아버지다. 유다이는 료타에게 일도 좋지만 아버지의 일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며 시간을 들이라고 충고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유년기에는 함께하는 시간이다. 유년기 시절에 아버지와 같이 호흡하는 시간의 중요성을 시골 가정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반년만에 케이타가 유다이 자식들과 "형제 같네~"라는 말까지 듣게 된 이유는 유다이와의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칸영화제까지 수상을 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절찬리 상영해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조금은 진부한 주제를 가지고 감독은 진부하지 않게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보는 내내 먹먹한 마음을 만들고 이 땅의 가장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느껴진다. 실제로 감독은 인기 감독으로 일이 너무 많아 집을 거의 숙소 수준으로 잠 만 자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루는 아침에 나가는 고레에다를 보고 딸이 이런 말을 하면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다음에 또 놀러 오세요~" 사실상 이름만 아빠지 남보다도 못한 유대를 가지고 있다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딸은 항상 잠 만 자고 가는 손님인 줄 알았다고 한다.)




개성 넘치는 극과 극에 두 가 정의 이야기는 큰 재미로 다가왔다. 료타가 쪽에서 내민 사진은 규격에 딱 맞는 증명사진이었고 유다이가 쪽에서 내민 사진은 활동적이며 자연스러운 수영복 사진부터 나는 이 영화에 이미 빠져있었는지도 모른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도 여김 없이 가족들의 개성이 나온다. 어딘지 불편해 보이는 미소와 어정쩡한 자세의 료 타가와는 다르게 유다이 가는 친하다는 선을 넘는 막연한 포즈들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많이 찍고 안 찍고의 문제보다는 친근함의 문제다.




그간의 잘못을 사죄하고 싶은 료타는 케이타를 찾아가지만 케이타는 계속 피해 도망 다니기만 한다. 계속 케이타를 쫓아가며 갈려져 있는 도로의 끝에서 만나게 되고 처음으로 케이타의 눈높이에 맞추고 아이와 눈을 보며 진심이 담긴 말로 사죄를 하고 이를 받아주는 케이타와 함께 유다이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열린 결말로 영화는 끝이 난다.


아마 영화의 결말은 케이타를 데리고 집에 와서 원래의 구성원으로 행복한 나날들을 살아갈 것이다. 중간중간 미도리와 유카리가 하는 대사를 빛 대어 볼 때 혈육의 부모 : 생육의 부모에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두 가정이 서로 자주 왔다 갔다 하며 한가족처럼 살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그렇게에 해당하는 부분은 아버지에게만 해당하는 부분은 아니다. 그렇게 아들이 되고 그렇게 어머니가 되며 그렇게 가족이 된다. 아버지의 이름이 얼마나 무거운지 한가정을 이루어 보면서 하나도 닮지 않은 료타를 키우는 생모에게 잘못을 뉘우치려 하지만 생모의 어머니는 이미 료타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너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가족이 아니라면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피가 이어져있으면 어떻고 이어지지 않았으면  어떤가 영화에서는 빨간 긴 실들보다 같이 살아가는 세월의 연결선이 더 질기고 끈끈하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가 끝나가며 제작진들의 이름들이 하나씩 올라간다. 배경음악으로 사이사이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데 계속 뭉글뭉글한 기분을 들며 생각에 잠겼었다. 아이들의 연기력은 어른들의 연기보다 좋았고 섬새한 목소리의 떨림과 세심한 표정들과 상황의 맞는 어정쩡한 제스처까지 아이들의 목소리와 연기는 나를 무장해재 만들었고 분명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똑같이 무장해재 되는 기분을 느낄 거라 생각된다. 가슴 따뜻해지며 오후의 단비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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