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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진 Sep 14. 2016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밀정

#5 밀정 리뷰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스포가 다소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초호화 캐스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말 빵빵한 배우들, 조연이라고 믿기지 않는 이병헌의 여운이 남는 장악력, 디테일에 신경 쓴 것이 보이는 배경들의 세세한 묘사들, 긴 영화에도 불구하고 절묘한 아웃포커싱으로 몰입감도 나쁘지 않았던 2시간, 어디서 많이 본듯한 잔잔한 노래 속 폭풍우가 치는 장면들, 의열단이라는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를 상기시켜주는 주제들에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김지운의 밀정은 우리 민족에 가장 아픈 시기에 최전방에서 바이러스들과 싸우는 무투파 의열단의 활동을 그린 영화다. 김지운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스타 감독이며 정말 수없이 많은 흥행 기록을 남겼고 단지 트렌디한 영화만을 해서 얻은 명성은 아니다. 10년의 백수생활은 단지 흘러간 시간들이 아닌 맛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채워가는 시간들 이였을 것이다. 김지운 감독은 시나리오를 빨리 뽑아내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빠르게 뽑아낸 시나리오 안에서도 명확한 장르와 장르 속에서 예외의 것을 비틀어 버리는 것이 탁월한 감독이라 생각한다. 이번 영화는 스타일리시한 연출까지 포함시키고 싶다. 아니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넣느라 필요한 부분을 조금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확실히 초반 연출은 스타일리시한 인트로로 시작한다. 일지메가 지붕을 날라다니듯한 추격신으로 거미가 먹잇감을 옭아매듯 의열단 단원 김장옥의 숨통을 조여 온다. 이정출과는 우정을 나눈 사이로 상부의 생포 명령이 있었는지 끝까지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정출이다. 그는 아주 간단히 살자고 우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생포된다면 죽음보다 더 큰 죽음을 경험하게 될 김장옥은 이정출 앞에서 자결한다. 이 장면이 꼭 필요했나 싶었지만 이 장면은 정채산이 이정출에게 마음의 빚을 건들자는 대사에 마음에 빚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의 대사 속에서 그 시대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을 알 수 있다. 이미 기울어 버린 배(조선)에 남아 배를 지키기 위해 죽음까지도 아깝지 않은 의열단과 그들을 밝고 살아남기 위해 빠르게 태세전환한 쥐(친일파)들 그 쥐들이 살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이 영화에서는 정보라는 것에 비중이 있다.

일본에게 꽤 신용을 얻은 이정출은 의열단 소탕을 임명받고 단장인 정채산을 끌어내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만들어 놓는다. 사실 이정출은 살 수만 있다면 어느 쪽도 상관없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는 배신이지만 그는 그런 배신감이라는 것에 해방되어 보인다. 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듯 보인다. 일본어에 능숙하여 여러 활동으로 얻은 정보를 팔며 출세욕을 꿈꾸지만 출세욕 또한 크게 없다. 여러 조선인들 중에 얻은 정보인지 안 인지는 모르지만 얻은 불상을 가지고 김우진을 찾아간다. 김우진에게 뭔가 있는 걸 확신한 이정출은 정채산을 끌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은 고스란히 하시모토에게 전달된다. 김우진 또한 술자리를 통해 여러 대화를 통해 얻은 정보와 감으로 얻으려 하는 정보를 취하기 위해 자세를 취한다.

무대는 조선에서 상해로 넘어간다. 상해에서 정채산과 조우하게 되는 이정출은 정채산에게 폭탄을 조선에 옮겨달라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받는다. 이정출은 흔들린다 사실 그에게는 흔들일만한 큰 이유는 없다. 시대는 일제강점기 중반이었는데 당연히 조선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서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아마 김장옥의 대한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는 술이다. 술은 마초에게도 소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전대미문의 물건 아닌가. 초중반 각이 살아 있던 이정출은 정채산을 만난 후로 사람이 확실히 변한 게 보인다. 조금은 어눌해 보이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송강호로 돌아온다.

극장판 런닝맨을 보는 기분이었다. 요즘 무한상사가 영화 퀄리티를 내고 있고 어마어마한 출연진들로 이슈가 된 적이 있어서 더 크게 들었다. 영화 열차신이 딱 끝나며 갈대 밭을 파고드는 정채산의 뒷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정확히 게스트가 빵빵한 영화판 런닝맨을 보는 기분이었다. 밀정이란 남몰래 사정을 살피는 정보꾼으로 쉽게 스파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조선이기에 가능한 건지 정을 많이 호소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부분도 조금은 불편하게 받아들여졌고 사건이 일어나면 그걸 막기 급급하고 어떤 경로로 어떻게 밀정이 되었고 어떻게 정보가 세어갔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조회령(카톡개)은 정말 정보만 주었나 보다 열차 안에서 만났는데 인상착의와 몇 명이 왔고 누가누가 왔는지 내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인데 그런 것들이 궁금할 것 같은데 연계순(한지민)을 보고도 하시모토는 그냥 지나치며 그렇게 부담스럽게 열차 안 사람들을 샅샅이 보며 지나갔으면서 애기 똥기저귀 갈고 있는 사람은 그냥 지나간다. 비위가 안 좋은 건지..... 결국 하시모토 일당은 모두 죽임을 당하고 조회령 또한 김우진에게 죽임을 당한다.

조선에 의열단원들은 도착을 하고 의열단 단원들을 잡기 위해 역 안에는 일본군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그만큼이나 정보가 새어갔는데 어째서인지 김우진과 몇몇은 그냥 통과하고 연계순(한지민)만이 체포되고 그 과정에서 역은 아수라장이 되고 연계순을 사랑하는 연계순이 잡혀가자 이성을 잃은 김우진은 일본군들에게 달려들지만 동료들에게 저지당하고 이내 정신을 차린다. 사랑은 대업도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게 블라인드를 확실히 친다. 우진은 무사히 폭탄을 조선에 가지고 왔지만 많은 손실을 입었고 지금 생각할 수밖에 없고 기댈 수밖에 없는 이정출을 다시 찾는다. 이정출은 연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연계순의 고문을 일조하면서 생긴 우진의 대한 마음의 빚 때문인지 우진의 호출에 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또 밀정에 의해 세어나간 정보는 그들을 죽음의 문턱으로 인도한다.

처음엔 저런 시대에도 재판을 하고 형을 집행했구나 했지만 알아보니 3.1 운동 이후라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공포정치를 하는 시대가 아닌 정신지배에 더 힘을 주는 시대로 재판이 이루어졌다. 일본인 중에는 한국인을 대변하는 일본인도 있다고 한다. 재판장 안에서 더 빛을 발하는 송강호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못해 결의에 차있다. 역시는 역시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우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런 감정선을 간직하며 연기하는 송강호의 연기는 일품이 확실하다.

비로소 누울 수 있는 벙어리 선생

밀정 속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연출과 장면이다. 일본의 처절한 고문 속에서 스스로 자결을 하기 위해 혀를 자르는 공유는 어떻게 살았는지 살아있다. 교도소는 독방으로 외롭고 차디차 보인다. 공유는 계속 앉아서 창밖을 보거나 초점 잃은 짙은 눈망울 속에 무언갈 계속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 우진은 편하게 누울 수 없다. 밖에서 내가 가지고 온 폭탄을 이정출(송강호)에게 임무까지 주었으니 계속해서 불편하게 앉아서 기다리며 하나둘씩 죽어가는 동료들의 소식을 들으며 더욱더 편안할 수 없다. 드디어 송강호가 고위간부들이 모이는 파티에서 폭탄을 폭파시키고 많은 사상자와 부상자를 냈다는 정보를 얻자 비로소 공유는 편하게 누울 수 있다. 자기가 했던 무모하고 실패만 했던 살기 위해 발악했던 민족을 위해 처절했던 그 간의 기억들을 생각하며 계순을 생각하며 햇 살 닿는 곳에 얼굴을 묻고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눕는다. 비로소 헛된 노력은 아니었다는 조선의 해방에 내가 이바지했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서서히 편안해진다.

감정을 쥐어짜는 한국영화 특유의 버릇이 없어 좋았다는 댓글

비교적 평안한 감정선을 유지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송강호라는 감초에 도가튼 배우가 나옴에도 그 흔한 웃음포인트 구간도 없었다. 간간히 크게는 아니지만 동요할 수 있는 기복이 있지만 휘몰아치며 알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나는 그런 장면은 없다. 그래서 더 담백한 건 사실이지만 너무 단조로운 것도 사실이다. 처음 스타일리시한 장면을 조금 줄이고 3분 정도 연계순과 김우진의 사랑에 빠지게 되는 회상신을 하나 넣고 회령이 배신한 이유가 포기라면 똑같이 회령이 아닌 계순이 배신을하여 열차 안에서 계순을 우진이 총으로 쏘는 루트로 만들었으면 좀 더 감정적이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다. 공유의 호소력 짙은 눈망울에 눈물을 떨어 뜨리며 사랑하지만 단원들 앞에서 본보기를 보여야 하는 간부로서의 위치 그 사이에 요동치는 우진이 자기 손으로 계순에게 총을 쏘는 장면..... 일품일 것 같다.

재미있고 담백한 영화다. 배우들만 봐도 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고 거기다 아픔 역사만큼이나 거대한 민족성을 지닌 우리로서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 불편했다.




Authorling   |  Ja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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