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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진 Oct 19. 2017

아이 앰 히스 레저

<아이 앰 히스 레저> 관람 리뷰


약간의 스포

일기처럼 쓰일 영화의 리뷰



10년 후 히스가 보내는 마찰 없이 스며드는 새벽 밤공기 같은 편지.

두툼한 이불속에서 산타할아버지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동심으로 돌아가기 충분했던 90분

아직도 히스 중심으로 돌고 있을 것 같은 세상을 닮은 개구진 히스의 주름진 미소.

출처 : 구글

나는 많은 배우들처럼 히스를 롤모델, 멘토로 손꼽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멈추는 법을 모르는 야생마는 길들여질 수 없었고 멈추는 방법은 오직 죽음뿐이 었을까. 영원히 멈춰있을 히스와 동갑내기가 되고서 이 영화를 접할 수 있음을 감사할 뿐이다.(감사합니다. 브런치) 90분의 러닝타임은 사실 대부분 알고 있는 것들이어서 복습하고 회상하며 그리고 그리워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점층적 의미에서 본다면 히스는 이름 이상의 것들을 남기고 갔다. 히스를 좋아하는, 좋아했던, 앞으로 좋아하게 될 순수한 영혼들에게 채움과 비움의 의미를 되짚어 준다.

출처 : 구글

영화를 보기에 앞서 의문점 두 가지를 안고 스크린과 마주했다. 첫 번째 의문점은 미쉘의 출현 유무로 그녀의 입에서 나온 히스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배우' 히스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사람' 히스를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테니. 마지막 의문점은 '10년이 지난 이제 와서 웬 영화?' 늦은 감 있어도 많이 있는 기분이었다. 상업적 인형이 되는 걸 죽기보다 힘들어했던 히스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영혼까지 안아 주는 기분이 들었다는 미쉘에 입에서 아빠 그리고 사람 히스 레저는 들어 볼 수 없었고 마지막 물음표는 퍼스의 파도 같이 흘러간 90분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흑백의 크랫딧과 함께 히스의 음성으로 무언부를 찍어준다.

출처 : 구글

28년간 진행된 히스에 여행을 흥망성쇠로 나누고 그 사이사이에 히스의 창작물로 멜로디를 입힌 청춘가 같은 영화다. 각색과 시나리오가 아니기에 반전은 없지만 잔잔하게 울리는 여운은 고레에다 못지않게 잘 정돈되어 있다. 광고사진작가로 유명세를 떨치던 데릭 머레이는 <I AM> 시리즈를 기획하며 디렉터의 길로 활보를 바꾸었는데 그중 <아이 앰 히스 레저>는 가장 최신작으로 <아이 앰 부르스 리>도 참 볼 만하고 재미있다.


출처 : 구글


호주의 작은 마을 퍼스에서 태어난 히스는 일찍이 누나를 통해 연기를 접했다. 연기를 하는 직업. 배우가 가져야 하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던 그가(심지어 운까지) 여러 다른 재능(체스, 하키)을 뒤로하고 진지하게 진로를 선택했던 나이는 고작 17살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절친한 트레버 디칼로와 함께 시드니로 터를 옮겼고 물불 가리지 않고 오디션을 보기 시작합니다. 나이에 걸맞은 그의 매력적인 허새와 열정이 통했는지 호주에서 촬영한 미드 <Roar>의 주인공으로 발탁되고 18살 연상의 리사와 연인관계로 발전합니다. 리사를 따라 헐리웃의 땅을 밟게 되고 당시 룸 메이트였던 맷 에이마토에게 대본 하나를 받게 됩니다. 대본을 받게 되자 운명이라도 만난 것처럼 주인공 페트릭 역을 따내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다음날 거짓말처럼 합격 통지를 받습니다. 그 영화는 히스의 운명을 바꾸게 될 '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입니다.


영화는 적지 않은 흥행을 하게 되고 단박에 하이틴 스타로 자리 잡은 히스에게도 작은 고난이 찾아옵니다. 제작자와 관객에게 온전한 배달부가 돼야 하는 배우 인생에 두려움은 누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적입니다.

'10가지~'를 통해 얻은 인기로 롤 모델이었던 멜 깁슨과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되며 빛나는 아우라를 가진 그에게서 한 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히스의 연기의 대한 순수한 열망을 알고 있는 깁슨은 믿어 주었고 다독여 주었다. 많은 시행착오는 최고의 스승이었고 보란 듯이 히스는 해내고 말았다. <페트리어트>를 통해 히스는 캐릭터에서 탈출하는 완벽한 법을 배웠고 연기의 대한 자신감도 함께 커져만 갔다.

출처 : 구글

대단한 기록가였던 히스는 연기를 한 번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매 순간 카메라와 함께 한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다양한 앵글에서 자신을 기록하며 기억했다. 정형화에 사로잡혀 배우들에게 자신의 연기를 현장에서는 잘 확인시키지 않는다는 이안 감독은 찍을 때마다 자신의 연기를 두려움 없이 보고 항상 보다 나은 장면을 선물하는 히스를 극찬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안 감독은 중국 속담 이야기를 하며 히스를 회상한다. "신도 질투하는 사람(다재다능한 사람)이란 말이 있는데 히스가 딱 그런 사람이죠"


히스는 영화를 선택할 때 감독을 최우선적으로 보는데 이안 감독을 좋아해 주어서 어찌나 감사한지 모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안 감독과 함께 한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영혼까지 안아주는 기쁨을 주는 미쉘과 만나게 된다. 미쉘과의 만남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히스는 딸 '마틸다'를 얻고 영원한 행복 속에 있을 것만 같았다. 오래가지는 못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흥행을 하며 미쉘과 공동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게 되는데 자신의 철학과 부합한 배역이라면 상업성이 있든 없든 출현하는 그였다. 물질적 삶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던 히스와는 반대로 미쉘은 명예와 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가치관 차이가 극명해지자 둘의 관계는 빠르게 썩어갔고 결국 그 과정에서 히스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얻게 되었다.  


아물 수 없는 상처 속에서 방탄과 나락의 길로 접어든 히스는 몰라보게 건강이 악화되어 갔다. 포 페더스에서 같이 연기한 지몬 한쓰(흑인 배우)는 뉴욕에서 본 그를 회상하며 "그의 달라진 모습을 보며 많이 걱정이 되었어요."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불면증이 심해 약에 의존해야 했고 빈틈없이 문신으로 몸을 채워갔다. 비움 없는 그의 삶은 그 당시에도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인 '퀸즈 겜빗'(마약에 중독된 젊은 체스 선수 이야기)을 제작하여 염원하던 감독의 데뷔를 꿈꾸고 있었다. 그 당시에 놀란 감독에 열열한 팬이 었던 히스는 조커 역 제의가 들어와 망설임 없이 승낙하고 6주간 호텔방에서 스스로를 감금하고 미치광이 철학 살인마로 천천히 변해갔다.

출처 : 구글

다크 나이트는 역사상 깰 수 없는 기록을 남겼고 그 주역은 단연 조커였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히스 레저 인지도 몰랐다. 목소리도 어딘가 달랐고 분장을 했지만 이질감 짙게 느껴진 이 천재적인 배우는 누구지 하고 검색했을 때 역시나 하며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또 한 번 세상이 담지 못한 그는 다음 작품으로 존경하던 테리 길리엄 감독의 <파르나서스의 상상극장> 제의가 들어오고 거절할 이유 없이 바로 승낙한다. 히스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자신을 혹사하는 방법을 택하는데 거의 집에도 가지 않고 연기에만 몰두한다. 걱정된 제작진들은 집에 가서 쉬라 하지만 집에 가면 걱정과 함께 뜬 눈으로 잠을 잘 수도 없다며 이곳에 머물 것을 부탁한다. 결국 2008년 1월 22일 히스는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로 인해서 많은 루머들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운명을 알기라도 하는 듯 바쁘게 움직이고 준비했던 그는 밥 먹듯이 이야기했던 27 클럽에 합류한다.


출처 : 구글

정당히 를 몰랐던 히스의 죽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적당히 웃어줄 줄도 알고 적당히 대기업들을 이용할 줄도 알았다면 그의 궤도는 아직도 진행 중일 것이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그에게 열광하고 그를 그리워하는 게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히스는 약물 오용으로 죽음을 맞이 했다. 오직 무한동력으로 채움만을 일삼던 히스에게 어울리는 죽음이지만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다. 히스는 2008년에 죽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산자들은 그의 죽음을 가지고 입 맛 다시는대로 각종 루머들을 만들어 냈다. 히스는 자살할 수 없는 사람이다. 세상은 그가 사랑하는 꽃들로 넘쳐 났고 딸도 있었다. 무엇보다 멜 깁슨과 같이 한 영화 <페트리어트>에서 캐릭터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배웠고 지구상 누구보다도 잘했기 때문이다. 알콜과 흡연을 밥먹듯이 하는 양아치 스킵 잉브롬 <독 타운의 제왕들>에서 섬세한 마초 게이 <브로크백 마운틴>가 되기까지 고작 일주일이 걸렸으니 말이 필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연기력이 '적당' 했다면 설득당해줄 용의도 있지만 완벽했기에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잃어간다.


그의 여행은 끝이 났지만 세상에 남은 히스들에게는 시작을 알리는 영화.

천재는 고독하다는 말도 피해버린 히스. 강한 빛일수록 주변은 짙은 그림자가 지기 마련이다. 원대한 빛이 옆에서 빛나고 있다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히스의 주변 그림자까지 안아 버리는 따뜻함은 여러 사람에게 큰 그리움을 남겼다. 넓은 세상의 일부이고 싶었던 남자 하지만 세상이 품기에는 부족했기에 신이 데리고 간 남자. 온전한 하루를 살았고 온전한 하루들이 모여 온전한 인생을 산 그의 편지는 그의 인생처럼 얼어버린 호수에 도끼를 내려찍지는 않지만 적어도 호수 위에 돌 하나가 던져져 수면 위에 작은 파동이 일렁이기에 충분했다.


삶은 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택할 수 있다. 전속력으로 죽음을 향해 달렸던 그의 발자국은 깊게 찍혀 있다.

허기짐에 손을 모으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면 하늘은 더 큰 배고픔을 줄 뿐이다.


당신이 태어난 곳은 어떤 곳입니까?

오늘은 어떤 실패를 안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까?


당신의 시간은 얼마가 남아 있습니까? 어떤 결과로 채워질지 신은 알려주지 않지만 누구를 위한 선택으로 다가갈지는 자신이 알고 있습니다.

-히스의 편지 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iIluBvQ77Bk




Authorling   |  Ja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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