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곁에서 기도합니다.

by 이지연

<뒤러: 기도하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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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집니다.

참 달콤하고 기분 좋은 말이다. 그러나 정말 다 이뤄질 수 있을까?


동네 병원에서 혈액 검사가 이상하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남편은 암 표지자 검사 수치를 계속 확인했다. 남편의 수치는 기준점보다 훨씬 높았다. 남편은 계속 걱정이 되었는지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다. 나는 철없이 괜찮을 것이라 남편을 다독이기만 했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암이라고 했다. 그것도 무시무시한 암, 췌장암. 다른 장기들도 함께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암이라니,

왜, 우리가,

왜 아파야 하는데

숨이 막히게 엉엉 울었다.

부끄러움도 잊은 채 털썩 주저앉아 울어대기 시작했다.

당장 수술이 가능할지 모른다고 했다. 의사는 열어봐야 안다는 무서운 말만 했다.

우리는 절망의 늪에서 헤어 나오려 해도 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 기도하자.

한참을 울다 지친 딸을 보며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더 많이 기도하라고 이런 시련도 주신 거야. 우리 기도하자,

함께 기도하면 헤쳐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날부터 우리는 남편을 위해 기도했다.

매번 병원 일정과 남편의 식단 준비, 아이들 챙기기에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나는 남편을 위해서 못 할 것이 없었다. 어김없이 4시에 일어나 교회로 달려갔다.

제발 살려달라고, 제발 지켜달라고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다.

나와 아이들에게는 아직 남편이 필요하다고, 제발 우리를 버리지 말라고 기도했다.


주변 사람들은 남편을 향해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1년도 못 산다고 했다. 남편과 많은 추억을 쌓으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김없이 이런 말들이 나에게 상처가 됐지만 나는 버티고 버텼다.

그리고 기도했다. 주님,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남편이 떠나고 한참을 원망과 불평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나는 더 이상 남겨진 나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았다. 기도하면 이뤄진다는 그 달콤한 말에 속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삐뚤어져만 갔다.


그런 나를 바로 세운 것은 아버지의 기도였다.

모두가 나의 장래를 걱정할 때 아빠는 이렇게 이야기해 주셨다.

그분이 다 준비해 두셨을 거야,

그분은 더 좋은 방향으로 우리를 인도하시는 분이시니까,

지금은 네 마음이 아프겠지만 분명 너를 통해 그분이 이루실 일이 분명히 있을 거야.

지금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기도하며 잘 견뎌 내 보자.

분명 좋은 길로,

아름다운 길로 너를 인도해 주실 거야.

난 그 분을 믿는다.


딸아, 널 위해 내가 기도하마.


나는 그렇게 아버지의 기도로 하루하루를 잘 버텨내고 있다.

그분이 원하고 바라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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