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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시즌 단상

어떻게 하면 인형 뽑기의 운명을 거부할 수 있을까

by 이지안

-인사시즌이 되면 항상 조직이 뒤숭숭하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 부장급 20명이 교체된다더라, 누가 파격 승진한다더라 식의 카더라만 무성하다. 중간관리자급의 인사 발표가 언제 나올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미 자리가 결정된 사람들은 표정 관리하기 바쁘다. 잘 되면 잘된 대로, 안 되면 안 된 대로. 대놓고 기뻐해도 안 되고 대놓고 슬퍼해도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의연해야 한다고, 어느 선배는 말했다.

-최근 인사이동을 둘러싼 해프닝을 보며 인형 뽑기를 생각했다. 인사 결과를 기다리는 직원들이 네모난 상자 속에서 누군가 선택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인형 같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인형 뽑기 속의 인형에게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선택되어야만 한다.

-인형 뽑기 속 인형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개인 성향이겠지만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기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항상 모든 일이 내 마음처럼 되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돌아갈 수 있도록 확률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떻게 하면 인형 뽑기의 운명을 거부할 수 있을까? 일단 지금 속해 있는 회사라는 하나의 박스 바깥에서 사고해야 한다. 회사에 있는 좋은 자리는 항상 그걸 원하는 사람의 숫자보다 적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사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면 어떨까? 더 많은 회사와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 굳이 내부에서 박 터지게 싸울 필요가 없다.

-단, 회사 바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시키지 않아도 뭔가 해보자고 제안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일하는 건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나에게 남는 경험이자 회사 바깥에서도 통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리듬에 내가 춤추는 것이 아니라 내 리듬에 회사가 춤추게 만들고 싶다고, 회사 따위에게 삶의 주도권을 넘기고 싶지 않다고, 더 많은 것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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