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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May 06. 2021

CEO 영상 메시지 제작 후기

회사 방향성을 조직에 알리는 방법

올해 1분기에 가장 주력한 업무는 CEO 영상 메시지 제작이다. 3월 말에 사내 포털을 통해 전사원에게 공유되었다. 현 CEO가 연임에 성공한 이후 처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피치였던 만큼 평소의 CEO 메시지보다 무게감이 실렸다. 신경을 많이 썼던 업무라서 진행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둔다.


CEO 메시지를 제작한 이유


작년에 시행한 조직문화 진단 결과 회사 비전, 방향성에 대한 직원들의 공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회사의 방향성을 공식적으로 접할 기회 자체가 너무 적었다. 새해가 되면 올라오는 CEO 신년사, 회사 설립일에 올라오는 CEO 메시지 정도가 공식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전부였다. 이 부분을 건드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1년에 2번 올라오는 CEO 메시지를 1년에 4번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최소 분기에 1번이라도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내부 직원들에게 알리자는 게 초기의 아이디어였다. 


CEO 메시지에 주목했던 이유는 책 <그로잉업>을 읽을 때 중간중간 담겨있는 LG생활건강 차석용 회장의 CEO 레터가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CEO라는 메신저를 통해 회사의 경영방침, 일하는 방식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전보다는 직원들의 공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업무 아이디어를 얻었던 <그로잉업>


CEO 메시지 제작은 어떻게?


'영상'메시지로 만들자


초기 아이디어 이후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 형태에 있어서는 '영상' 메시지로 제작하기로 했다. 기존 텍스트 형태는 너무 딱딱하게 느껴졌고 전달력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유튜브가 일상화된 요즘 같은 시기에는 영상 메시지가 직원들 눈높이에도 맞았다. 다행히 영상 메시지 기획 의도에 공감해서 위에서도 컨펌이 떨어졌다.


기존 행사 영상을 보니 CEO가 정장을 입고 단상에 앉아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st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렇게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생각이 없었다. 평소에 유튜브에서 태용 같은 인터뷰 영상을 재밌게 봐서, 요즘 스타일로 영상 제작을 준비했다. 몇몇 레퍼런스 영상을 찾아보니 높은 의자 활용, 핵심 키워드를 큰 자막으로 삽입, 인서트 영상 활용 같은 요즘 인터뷰 영상 콘텐츠의 공통점이 보였다.    


태용, 카카오 IF, EBR의 이승건 대표 영상을 주요 레퍼런스로 참고해서 사내방송팀과 영상 제작 방향을 협의했다. 아예 기존 레퍼런스에서 내가 원하는 컷들을 캡처해서 사내방송팀 PD님께 "이렇게 똑같이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했다. 초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덕분인지 최종 완성된 결과물은 내가 머릿속에 그린 그림대로 제작되었다.

가장 많이 참고했던 영상 레퍼런스, EBR <토스 이승건 대표>편

내용까지 관여하게 될 줄이야 


원래 기획은 메시지의 횟수(1년에 2번→4번), 형태(텍스트→영상)에 관한 것이었다. 메시지의 내용까지 관여할 생각은 없었다. 원래 메시지 내용 작성은 타 부서의 업무여서 자칫하면 월권행위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진 결과 내용까지 관여하게 됐다.  


영상 메시지로 제작하다 보니 사전 준비 때문에(자막 제작, 인서트 영상 등)  CEO 메시지 내용이 빨리 확정되어야 했다. 타 부서 입장에서는 우리 부서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일정을 당겨서 CEO 메시지 내용을 작성해야 됐고, 다른 업무 일정이 있는 상황에서 이게 쉽지 않았다. 결국 우리 부서가 기본적인 메시지의 방향성을 수립해서 CEO 보고를 하고, 이걸 글로 푸는 건 기존 부서에서 하기로 업무 협의가 됐다. 


그런데 여차저차 하다 보니 'CEO 메시지 방향성 수립' 업무가 'CEO 연임 이후 새로운 조직문화 전략방향 수립' 업무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또 여차저차 하여 우리 부서가 세운 전략방향이 잘 통과되어 최종 제작된 CEO 메시지에 거의 100% 반영되었다. 결과적으로 아예 내용까지 우리 부서가 기획한 셈이 되었다. (여차저차라고 표현한 부분에 정말 많은 일이 생략되었다...)


그렇게 일은 커져만 가고

개인적인 뿌듯함은 부서에서 세운 전략방향에 내 의견이 80% 이상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평소에 조직문화 관련 책들을 읽으며 우리 조직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개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하는 방식 개선 등이 새로운 전략 방향에 포함되었다. 평소에 틈틈이 읽어두었던 텍스트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CEO메시지 배포 결과와 느낀 점


3월의 마지막 날 CEO 메시지는 회사 게시판을 통해 전 직원들에게 공개됐다. 다른 동료에게 영상 어땠냐고 물었더니 "이번 메시지 너무 좋았다. 고양되는 기분이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부서 앞을 지나가다가 "CEO 메시지에 나왔던 내용 있잖아, 그거 업무 추진배경에 녹여"라는 말도 들었다. 진심으로 메시지에 공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CEO가 한 말이라 어찌 됐든 직원들이 신경 쓰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이 정도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부서 입장에서는 CEO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일 하는데 필요한 추진력을 얻었다. 일부러 일하는 방식 개선 메시지에 우리 부서가 계획하고 있는 일을 끼워 넣었다.  "너네 그거 왜 해?"라고 누가 묻는다면 "CEO 메시지에 있잖아. CEO 강조사항인 거 못 봤어?"라고 한마디만 하면 끝이다. 현실적으로 회사에서 일할 때는 명분이 중요한데, CEO 메시지로 무적의 명분을 얻었다고나 할까.  


내가 CEO 메시지를 준비한 건 다른 일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이번 CEO 메시지를 제작할 때 다른 부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작년까지는 혼자 하는 일이 많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회사 내에 다른 부서, 동료들과 협업하는 일이 많다. 그 과정에서 혼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임팩트보다 협업할 때 만들 수 있는 일의 임팩트가 더 크다는 걸 느꼈다. 이왕이면 판을 크게 키워서 많은 사람들을 일에 끌어들일 때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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