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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Aug 23. 2021

조직문화 진단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해볼 것들

조직문화 진단 회고 1편

0. 들어가며: 조직문화 진단은 나에게 무엇을 남겼나 


20년 상반기는 조직문화 진단으로 시작해서 조직문화 진단으로 끝났다. 1월 계획 보고로 시작해서 7월 결과보고를 마칠 때까지 총 6개월이 걸렸다. 중간중간 팀원들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거의 모든 과정을 혼자서 진행했다. 회사 들어와서 처음 해 본 장기 단독 프로젝트였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내 역량 이상의 도전적인 과제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았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니까 씩씩하게 '제가 해보겠습니다' 손들고 자원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과거의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던 주인공이 자주 생각났다. '조직문화 진단하겠다고 손들지 마. 네가 얼마나 개고생을 하게 되는데!' 


중간에 후회한 적도 있긴 했지만...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조직문화 진단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정말 다행이다) 진단 결과에 최고경영진이 공감해주었고, 후속 활동에도 힘을 실어주었다. 어려웠던 과제였던 만큼 많이 배웠다. 개인적인 수확은 1.현재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2. 문항 개발부터 결과 분석까지 모두 직접 해보는 경험을 했다(추가 스터디가 필요함도 절실히 느꼈다) 3. 자발적으로 기획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킴으로써 성취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힘들지만 짜릿해!) 공식적으로, 개인적으로 남는 게 훨씬 많았던 프로젝트였다. 


도입이 길었는데, 블로그에 조직문화 진단문항 개발부서 실행까지 전 과정을 정리해서 올리려고 한다. 글을 남기는 이유는 진단개발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기에 내 작은 경험이라도 나누는 것이 도움 주신 분들에게 갚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간 사례발표 자리에서 조직문화 진단에 관한 높은 관심도를 느꼈던 점도 한몫했다.   


또 하나는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복기함으로써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일정에 쫓기다보니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던 점들이 좀 있다. 이번 기록을 통해서 다음에 진행할 때는 조금 더 나은 진단을 하고 싶다.   

 1. 조직문화 진단을 시작한 이유 : 뇌피셜을 오피셜로  


시작은 단순했다. 알고 싶었다. 현재 우리회사의 조직문화가 어떤 상태인지. 회사생활을 하면서 내가 느꼈던 조직문화상의 문제점이 나만 느끼는 건지, 아니면 조직 차원의 진짜 문제인지 명확히 알고 싶었다.  


확신은 있었다. 나는 조직문화 담당자이기 이전에 우리 조직의 구성원이니까 내가 느끼는 문제가 곧 우리 조직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걸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했다. 회사고, 조직이니까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해 일을 해야 했다. 나만의 뇌피셜을 회사 차원의 오피셜로 만들기 위해서 적합한 방법이 '조직문화 진단'이었다.  


'설문을 통해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이를 토대로 결과분석을 해서 현 조직문화를 데이터를 통해 시각화한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경영진을 설득하고 후속활동에 대한 동력을 얻는다' 

처음 진단을 시작할 때의 목표였다. 


2. 진단하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들  


1) 조직문화 진단은 양날의 검이다 


진단을 준비하면서 회사 외부의 전문가 분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특히 태니지먼트 장영학 대표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장 대표님의 첫 조언은 '조직문화 진단 사실은 비추합니다'였다. 진단을 비추하는 건 크게 2가지 이유였다.

  

첫 번째 이유는 '잘못된 기본 가정을 강화할 수 있다.'였다. 진단을 하면 우리 조직의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이걸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그럴 줄 알았어. 우리 회사가 바뀌겠어'라는 부정적 기본 가정이 더 강화되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있던 희망마저 꺾을 수 있다'였다. 진단을 실시한다고 하면 직원들에게는 조직이 변화하겠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여진다. 몇몇 직원들은 '회사가 바뀌려나?' 하고 기대하고 희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막상 진단 이후에 바뀐 게 없다면 그 희망까지 꺾이게 된다.   


조직문화 진단은 분명 조직문화팀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업무다. 조직문화 팀의 약점이라면 결과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진단은 어찌됐든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수치로 나온다. 전사적으로 실시한 설문이기 때문에 결과가 파워풀하다. 경영진에게 어필하기 좋다. 쉽게 말해 일한 티 내기 좋다. 이런 이유로 실무자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업무다.  


하지만 진단 이후에 제대로 된 후속액션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하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진단을 마음먹었다면 도출되는 과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도 있어야 한다.  진단은 조직문화 진단-과제 도출-후속활동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한 싸이클로 돌아갈 때 의미가 있다.    


2) 진단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진단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앞에서 말한 이유로 조직문화 진단보다 조직문화 진단 이후의 활동이 더 중요하다. 나는 "조직문화 진단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만 묻고 다녔는데 사실 내가 해야 되는 질문은 "조직문화 진단 이후에 후속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였다.    


진단 이후에 뭘 할지가 더 중요하기에 문항별로 결과가 나왔을 때 어떤 활동을 할지 정해놓고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조직문화 팀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질문을 해야 한다.   

영화 올드보이의 명대사, "자꾸 틀린 질문을 하니까 틀린 답을 하는 거예요"처럼 어떤 질문을 처음에 하는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진단 문항 중에 승진,보상,평가 같은 인사제도에 관한 문항을 넣었다고 하자. 만약 이 문항들이 낮게 나왔을 때 조직문화팀에서 제도를 바꾸자고 할 수 있는가? '우리 회사의 전략은 경쟁력 있는가?'를 물었을 때 낮게 나왔다고 회사 전략을 바꾸자고 할 수 있는가?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조직문화 팀의 입장이 애매해질 수 있다. '이럴 거면 진단 왜 했냐'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그럴 바에는 진단 준비 단계부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 정도만 발굴할 수 있게 문항을 세팅하는 게 낫다.   


'그럼 뻔히 있는 문제를 모른 척 하라는 이야기입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고 욕심부리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것보다 단계적으로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하나씩 해결해가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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