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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May 10. 2024

의지가 아닌 환경에 집중하라

<꾸준함의 천재가 되는 법> 5화

“회사 다니면서 어떻게 책을 내셨어요?”


첫 책 <오늘부터 조직문화 담당자>를 출간하고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뒤이어 나오는 질문은 “일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책 쓸 시간을 만드셨어요?”다. 주변 지인 대부분이 현생에 치여 사는 직장인이다 보니 회사 일 외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시간을 만드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였나 보다. 그럴 때마다 멋쩍게 웃으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라고 답변하곤 했다.  


하지만 여러 번 질문을 받으며 생각해 보니 모든 일이 우연의 결과물은 아니었다. 나름의 책을 쓰기 위한 전략과 방법이 있었다. 책을 쓸 당시에는 내가 선택한 방법이 꾸준함으로 직결되는 방법인지 몰랐을 뿐이다. 책을 출간하고 어떻게 책을 출간할 수 있었는지 복기하다 보니 일정한 패턴을 찾았다. 나중에는 책을 출간할 때 발견한 방법을 새로운 일에 적용했다. 놀랍게도 동일한 패턴을 적용하자, 새롭게 시작한 일도 오랫동안 꾸준히 지속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사용한 방법이 꾸준함을 만드는 데 범용적으로 적용되는 전략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찾아낸 전략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가 꾸준함을 만들기 위해 일반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 보자. 이해를 돕기 위해 연말, 연초를 떠올려 보자. 보통 새해가 다가오면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내년에는 다이어트 꼭 성공한다’, ‘올해는 내가 영어 정복하고 만다”와 같이 ‘의지’를 다진다. 그리고 헬스장을 등록하고 영어 교재를 산다. 첫날부터 삼 일째까지는 의지를 불태우며 열심히 운동이나 공부를 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몸이 슬슬 거부 반응을 보인다. 정해진 시간에 운동이나 공부를 하는 일이 힘이 든다. 그러다가 친구나 가족과의 약속 같은 핑곗거리가 생기면 슬그머니 자신과 타협한다. ‘오늘 하루만 쉴까…?’ 의지를 불태웠던 그날의 다짐이 무색하게 쉬는 날은 하루, 이틀 늘어만 간다. 어느새 새로 산 운동화나 영어 교재 위에는 먼지만 쌓여간다. 결국 새롭게 만들고 싶었던 꾸준함은 사라진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겪는 악순환의 고리이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낀다면, 그만큼 이런 상황이 일반적이라는 뜻이다)


도대체 우리는 왜 매년 동일한 다짐과 실패를 반복하는 걸까?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에게 문제점을 찾는 방법이다. ‘나는 분명히 전생에 소였을 거야’ 아니면 이름 모를 조상 탓을 할 수 있다 ‘조상 중에 성인 ADHD 환자가 있었다에 손목을 건다. 그러니 내가 이 모양이지’ 이런 접근 방법은 자책하기 좋을 뿐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 다른 사람들은 한 가지를 꾸준히 잘만 하는데, 왜 나는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걸까? 도대체 꾸준히 뭔가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기쁜 소식부터 전하겠다. 꾸준함을 만드는 데 개인의 타고난 성향이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게 꾸준함을 만드는 비결의 전부는 아니다. 어쩌면 개인이 타고난 기질이나 유전적 요인이 아닌 더 큰 무엇인가가 꾸준함을 만드는 데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는 꾸준함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를 개인에게 찾기 바빠서 꾸준함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놓치고 있었던, 꾸준함을 만드는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환경’을 통제하고 재배치하는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것, 즉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을 가리킨다”, “함께하는 사람들, 때와 장소, 취하는 행동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¹ 책을 쓸 때 나는 환경을 통제하는데 힘썼다. 뒤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특히 시간과 장소를 통제하려고 노력했다. 고정된 시간을 확보한 뒤 일정 시간을 반드시 글쓰기에 투입했다.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서 출퇴근하듯이 방문했다. 내가 집중했던 것은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었다. 글쓰기가 가능한 시간과 장소만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망한 글일지라도 일단 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환경을 통제하는 전략은 주효했다. 글쓰기에 적합한 시간과 장소를 지속적으로 통제하자 250페이지에 달하는 책 원고를 쓸 수 있었다.


환경을 통제하는 전략은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방법이다. 인간 행동 연구 전문가이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웬디 우드는 자신의 책 <해빗>에서 말한다. "습관을 유지하고 싶다면 상황(환경)에 집중해야 한다" 연구 결과 꾸준히 한 가지 일을 지속하는 사람들은 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자신의 의지력을 믿기보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4회 이상 달리는 사람 중 93%는 날마다 운동하는 장소와 시간, 즉 '상황'에만 집중했다."²


우리는 지금까지 꾸준함을 만드는 데 실패하면 자신의 의지력에서 원인을 찾았다. 내가 의지력이 약해서, 집중력이 약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자체가 꾸준함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시간과 관심을 노리는 존재가 너무나 많다. 각종 앱은 끊임없이 푸시 알람을 보내고, 구글에서 검색 한 번만 하면 관련 광고가 불쾌한 스토커처럼 따라붙는다. SNS는 좋아요와 댓글을 사람들이 갈구하도록 만들어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도록 몰아간다. 꾸준함을 만드는 데 있어서 우리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이럴수록 자신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인식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재배치해야 한다. 특히 다른 누군가가 짜놓은 불리한 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의지보다는 환경의 힘이 더 강함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환경의 힘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지금부터 그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참고자료

1. 웬디 우드. (2019). <해빗>. 다산북스. p148

2. 같은 책.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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