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에 관하여

진부하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by 이지안

'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이 평소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 중 특별히 다른 태도(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를 보여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을까. 물론 스스로의 일하는 태도를 점검한 적은 있다. 하지만 태도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습관적인 자기성찰 루틴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일하는 태도를 화두로 삼을 만큼 태도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있었다.


가까운 지인이 겪은 일이다. 팀원 A에게 팀장이 프로젝트를 할당했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었고, 당연히 프로젝트를 준비할 시간은 촉박했다. 프로젝트에 관해 제공된 정보도 명확하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할당한 팀장은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다. 팀장이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아 프로젝트는 시작하는 일정이었다. 팀원 A는 거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프로젝트를 리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크게 봤을 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벌어진 상황을 인정하고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거나 불평하기. 당연히 결과는 전자가 좋을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당연히 전자를 선택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다행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높은 확률로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것이다. 하지만 지인의 동료 A는 후자를 택했다.


팀장이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동안 그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마음이 없음을 다른 팀원에게 자주 내비쳤다. "이거 안 할 방법 없을까요?", "저 대신 이번 프로젝트 해주실래요?" 업무 몰입도는 낮았고 당연히 프로젝트 준비도 미흡했다. '저렇게 준비하면 분명히 프로젝트 진행할 때 문제 생길 것 같은데...'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조마조마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아니나 다를까 걱정했던 것처럼 프로젝트 진행 초반에 크고 작은 이슈가 있었다. 준비만 충실히 했어도 피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나중에야 밝혀진 사실이지만 사실 그 프로젝트는 팀원 A에게 '기회'였다. 팀장은 장기 해외출장으로 프로젝트 준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미 유사한 프로젝트에 서포트 역할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 팀원에게 프로젝트 리드 역할을 맡긴 것이었다. 팀장은 이제는 팀원 A에게 더 큰 역할을 맡길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만약 팀원 A가 준비를 잘해서 본인의 실력을 입증했다면 팀장에게 인정받는 것과 동시에 기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역할을 수행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팀원 A는 이번 프로젝트를 '하기 싫은 일'로만 생각했고 소극적인 자세로 접근했다.


동일한 프로젝트가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도, 스트레스만 받는 그저 하기 싫은 일이 될 수도 있다니. 도대체 무엇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다른 성격으로 만들었을까?


"20대 초반이면 너희 때 제일 중요한 건 일을 하는 태도야. 일을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만 배우면, 그것만 가지고 있으면 너희들은 나중에 훌륭한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거야,라는 멘트를 꼭 해주거든요"


미슐랭 1 스타 이충후 셰프는 면접 보러 오는 20대 지원자들에게 항상 녹음기처럼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태도의 중요성이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일은 그 자체만 놓고는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다. 이 일이 기회인지, 위기인지, 즐거움인지, 고통인지 순수하게 일만 떼어놓고는 알 수 없다. 일의 가치가 결정되는 건 그 일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달렸다. 그 사람이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기회가 위기가 되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즐거운 일이 되기도 한다. 각자가 일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 즉 '태도'에 따라 동일한 재료(현상)로 다른 요리(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너무나 진부한 말이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일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를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그냥 열심히 한다. 어떤 일에 대한 가치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우리가 일을 접한 순간에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쉬운 태도는 그냥 하는 것이다.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최소 50대 50이니까 그냥 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인상 쓰지 말고 웃으면서.


추신)믿거나 말거나인데, 보통은 태도가 좋은 사람에게 온 우주의 기운이 몰려서 항상 잘 되더라. 지금까지 주변을 봤을 때는 그랬다.


*참고자료

- 안성재 유튜브, <프렌치 다이닝의 1세대 레전드 윤화영 셰프와 9년 연속 미슐랭 1 스타 이충후 셰프 PICK 최애 족발 맛집 | 별들의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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