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생산된 물건과 서비스들은 누군가에게 소득의 형태로 나누어져 소비되는데, 이것을 크게 노동과 자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물론 노동에게 돌아가는 몫은 임금이다. 그리고 자본에게 돌아가는 몫은 이자, 임대 수익, 이윤(배당금) 등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한 해에 백만 원만큼 생산물이 생산되었다면 이 중 60만 원은 노동자들에게 임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 40만 원은 자본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이자, 이윤, 임대 수익 등으로 나누어진다.
흔히 잘못된 생각 중 하나가 생산물의 몫을 기업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기업이 착취해 가는 바람에 우리는 가난하고 빈곤해졌다. 하지만 이 생각은 잘못되었다. 기업은 실체가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기업이라는 존재를 만든다. 사람들이 자본을 모으고 일할 사람들을 고용해 조직을 만든다. 그러니 기업은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노동이 모인 조직이다. 기업은 사람들 머릿속에만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기업이라고 불리는 조직이 생산한 생산물은 노동을 제공한 노동자들과 자본을 제공한 자본가들에게 돌아간다. 앞서 말했듯이 임금과 이윤, 이자, 임대 수익 등으로 나누어진다. 참고로 기업의 이윤을 가져가는 사람들은 주주이다.
그러니 기업이 몫을 가져간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소리다. 정치적인 이야기 아니다. 그냥 틀린 소리다. 기업은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과 국민들로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자본으로 분배된다고 바라봐야 한다.
그러니 소득의 불평등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임금으로부터 오는 불평등이다. 사람들이 받는 임금은 모두 동일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수십 억 연봉을 받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2천만 원 연봉을 받는다. 사람들이 받는 임금은 동일하지 않다.
두 번째로는 자본을 고르게 소유하지 않는다. 생산물은 자본으로 분배되는데 이 자본을 사람들이 평등하게 가지고 있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엄청나게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있는 반면 많은 사람들은 거의 자본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생산물이 자본으로 분배되는 몫에서 사람들 간 차이가 발생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역사적으로 지난 시간 동안 생산물이 자본과 노동으로 분배되는 비율이 변하지 않고 안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통계적인 이유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2(노동): 1(자본)의 비율로 분배되었다. 100만 원만큼 생산된다면 대략 66만 원은 임금으로 지급되고 33만 원가량은 자본 소득으로 지급되었다.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경제 성장, 무역 등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산물이 노동과 자본으로 일정하게 분배되는 것을 두고 경제 현상 중에서 가장 놀랍고도 확실한 통계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경제학자 칼도어는 이렇게 노동과 자본의 분배 비율이 일정한 것을 경제 성장 가운데 일어나는 확고한 사실들 중 첫 번째 사실로 지목했다 (Kaldor's stylized fact). 그 후로 경제학의 이론은 노동과 자본이 2:1로 일정하게 분배된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1980~90년 대를 기점으로 이렇게 견고해 보였던 사실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등 여러 국가들에서 노동의 몫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명 학술지에 한국 데이터는 잘 없기도 하고 한국의 경우 아직은 논란이 있기 때문에 자료를 넣지 않았다)
여러 국가들에서 노동 분배율이 낮아지고 있다 (출처: THE FALL OF THE LABOR SHARE AND THE RISE OF SUPERSTAR FIRMS)
노동 분배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사회적으로 시사할까?
사실 사람들이 자본을 고르게 소유하고 있다면 노동 분배율이 하락하는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니다. 또 자본이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분포해 있다면 노동 분배율이 하락하고 자본 분배율이 상승하는 것은 오히려 불평등을 낮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본의 소유는 극히 불평등하다. 자본은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 분배율이 하락한다는 사실은 불평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50년 간 관찰해왔던 당연한 사실이 깨졌으니 당연히 경제학계에서는 큰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노동 분배율이 하락한 이유를 설명한 책과 논문이 굉장히 많이 출간되었다. 모두를 소개할 수는 없지만 설득력 있는 설명 몇 개를 앞으로 소개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