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yeah Nov 29. 2021

나의 빛나던 시절

- 나를 껴안는 글쓰기

‘축하합니다,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내 10대를 갈아넣어서 받은 대학 입학통지.

끊임없이 좌절하고 다시 스스로를 다독이며 일구어낸 인생의 달콤한 첫 수확의 열매였다.

 

엄마 손을 잡고 상경을 하여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고는, 묘한 떨림과 살짝씩 스며드는 두려움에 취해 나에게 주어진 작은 방 한칸을 정성스레 닦고 닦았던 기억이 난다.

어쩐지 포근하고 윤기있던 바닷바람과는 다르게 칼날처럼 날카롭고 메마르던 서울의 2월 바람,

원룸과 가로등이 빽빽히 모여있던 도시의 생경했던 첫 내음조차도 마냥 설렘으로 다가왔던 그때.

 

꽃망울이 톡톡 터질때즈음의 캠퍼스는 막연히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그제서야 나를 인생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수 있을 것 같은 내 앞의 온전한 자유,

내 시야로는 감당이 안될 정도로 넓어진 인맥의 반경,

정해지지 않은 시간표와, 흩뿌려진 동아리 전단지 만큼이나 다양한 기회가 주는 은근한 두려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이 한데 섞여 오묘한 공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밤새 유치한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이루어지지 않을 누군가에 대한 사랑으로 열렬하게 고민하고,

이름만 들으면 그럴듯한 다양한 행사와 학교이벤트에 참석하며 그속에서 울고 웃고 아프고 달뜨고, 또 어떤날은 행복에 겨워 어쩔줄을 모르던 환한 봄꽃같던 신입.

 

그 이후 인생의 환경이 달라지는 경험을 몇번을 더 했지만,

내가 처음 나로서 존재하던, 미처 빛나는 줄도 모르고 마냥 반짝거리며 빛났던 2009년 순수했던 청춘의 첫 시작을 생각하면 마음한쪽이 저릿하며 향수에 빠지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을 가장 빛나게 가장 초라하게 만들어 주는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