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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eah Jun 28. 2023

엄마가 <금쪽같은 내새끼>의 팬이라고??

매번 상처가 되는 엄마의 말


엄마가 가족을 위해 한 희생과, 딸인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와는 별개로, 나의 엄마는 자식을 따뜻하고 바람직하게 키울 수 있는 사람은 아님이 분명하다.

엄마와 3일만 같이 있어도 내마음은 엄마가 하는 수많은 말에 찔려 누더기가 되고 마는데,

그런 엄마가 <금쪽같은 내새끼>의 팬이라고 말할때 그만 실소를 감출 수 없었다.


나에게 있어 그 프로그램은 보며 울고 웃고 하는 힐링이자 치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모에 대한 - 말은 안하고 몇십년간 묵혀왔던 썩어빠진 내 감정을 탁자 위에 고스란히 꺼내서 바라보게 하는 아픈 프로그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도, 내 동생도 어렸을때 금쪽같은 내새끼에 나와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

동시대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랬겠지만 아빠의 무관심과 방치, 그리고 엄마의 남탓과 상처주는 말들 속에서 자라온 우리가 정상적인 유년시절을 보냈을리 만무하다.

금쪽이에 내가 나왔으면 어떤 주제였을까?

동생만 보면 때리고 미는 금쪽이? 거식증 금쪽이? 초등학교에서 관심받고 싶어서 일부러 매일매일 울음을 짜내서 우는 금쪽이?

매맞고 자해하는 금쪽이? 그것도 아니면 소리지르며 방안 물건을 다 집어던지며 우는 분노조절장애 금쪽이?


어느방향이건, 자식이 좀 특이하고 이상하다 싶으면 병원이고 상담이고를 다니는 요즘 부모님들의 노력이 가상하고,

티비에 나와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점차 고쳐지는 아이들을 보면 안심이 되면서도 우리 부모님은 대체 뭘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올바른 부모의 역할에 대한 고찰없이 무책임하게 아이만 많이 낳고, 알아서 자라겠지 하며 방치한 우리 부모님과 그 시대 사람들을 생각할때면 분노가 멈추지를 않는다.


이사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서울에 올라와서 내 집에 몇일간 머물다간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걱정해서 올라와서 이것저것 집안일을 끊임없이 하다간 엄마는,

사실 이번이 파혼 이후에 나를 처음으로 보는 거였다.

연락도 거의 안하다가 거진 반년만에 큰 일이 있고 나서 처음본 딸에게 엄마는 주변 사람들의 딸 아들 및 사촌 조카들의 결혼계획을 늘어놓는다.

사촌동생은 내년 2월에 결혼한대고, 내 동생은 내년 9월에 하고 싶다하고, 엄마 친구딸 누구는 어디서 치과의사를 만났는데 올해 가을에 결혼 한대고,

엄마 친구 아들 누구는 연상을 만나서 또 언제 결혼을 한대고..

듣고싶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수많은 결혼 정보들을 듣고있으면서 또 점점 내가 엄마의 마음속에 설자리가 없어짐을 느꼈다.

사교육없이 혼자 공부해서, 장학금 받고 스카이 졸업해서, 가기 어렵다는 직장에 한번에 입사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아파트에 이사온 나를 엄마는 여전히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 단 한번도 그런 나를 자랑스러워 한 적이 없었다.

동생에 비해 뛰어난 나를 항상 찍어 누르고, 동생은 항상 우쭈주하며 띄워줘 우리의 자존감과 자신감의 키를 맞추는 것이 엄마의 숙원인양-


남들다 하는 결혼, 그렇게 미친듯 하고 싶다가 코앞에서 돌아나온 딸을 처음 보고 한다는 얘기가 남들 결혼소식이라니

잠시 집을 보시겠다고 놀러온 외삼촌이 자꾸 내눈치를 보는게 느껴져서 괜히 더 괜찮은척을 했지만, 이미 그때부터내 마음은 다시금 우리 함께 살때인 고등학교때처럼 문드러져 가고있었다.


예민해서 잠을 잘 못자고, 내 집에 질서를 무너뜨리는걸 싫어해서 따라다니며 정리하는 나를 보더니

“아유 됐어 넌 그냥 혼자 살아라 혼자 살아. 맘편하게 그냥 혼자 살라고” 라며 다그친다.

아직 인연이 안온거겠지, 더 기다리다보면 좋은 인연 나타나겠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 만나서 평생 잘 살수 있을거야 라는

인터넷에 떠도는 말 정도 해줄수 없었을까?


우리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이 고모들인데, 엄마는 매일 나를 보며 고모닮았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일년에 두번 만나는 나에게 그 말을 하면서 빈정거리지 않으면 성이 안차는지,

이사 때문에 쿠팡에서 계속 배송이 오는걸 보더니, 이번에도 또 똑같은 레파토리로 말한다

“니는 참 사는거 좋아해, 니는 고모들이랑 똑 닮았어 욕심많고, 뭐 사대고..”

“니 고모들도 맨날 영양제 그렇게 먹어대던데, 너도 뭔놈의 영양제를 그렇게 먹어대니”

그럼 엄마 아빠 유전자 받아서 나온 사람이 난데, 대체 누굴 닮았어야 당신이 만족할 수 있었을까요.


카페에 가서 디카페인 콜드브루 라떼를 시켰더니 들은말

“어휴 입맛은 그냥 아주 청와대야, 꼭 비싼거만 먹지 그냥“




자식은 다 똑같이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을 나는 엄마를 보며 알았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더 가까이에서 더 자주보고 더 자신에게 잘해주는 자식에게 더 정이 가나보다.

그래서 우리엄마는 사회에서 남들에게서는 인정 못받지만 본인에게 제일 잘하는 둘째를 제일 자랑스러워한다.

삼일 내내 둘째 남동생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고, 가끔 내얘기를 물을때는 남동생과 연관지을때 뿐이었다.

무슨일을 하냐 왜출장은 그리 다니냐 물어 대답해주니 한참을 듣지도 않다가

“그래, 니동생이 너 그런일 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정보 있으면 동생한데 줘 주식좀 하게“란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나는 삼일간 나에 대한 이야기, 나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도 하지 못한채 엄마와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익숙한 일이었지만, 그래서 최소한의 도리만 하고 사는 나지만, 이런 비일상적이고 비정형적인 일들을 겪고나면 항상 몸과 마음이 지친다.


금쪽같은 내새끼를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속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주의깊게 들었다면, 엄마는 그속에서 과연 뭘 느꼈을까?


우리의 서로에 대한 마음은 너무나도 일방적이고 빗나가있어 서로에게 닿지를 않고,

엄마의 뱃속에서 내가 만들어져서 나왔다는 것이 아직도 나는 믿기지가 않는다.

아마 평생 믿을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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