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싫지만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2011년 golden globes awards에서 코미디 부문의 best actor 는 빅뱅이론에서 쉘든 쿠퍼 역을 맡은 짐 파슨스(Jim Parsons)였다.
이것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고 귀여운 해프닝으로 넘겼을 그 장면이 나에게는 마음에 먹먹하게 울림을 주는 장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수상자를 호명하기 위해 무대에 등장한 배우는 빅뱅이론의 페니 역의 Kaley였다.
그녀는 수상자가 적힌 카드를 꺼내자마자
“The golden globes goes to.. oh my god…Jim Parsons!!!” 라고 외치며 울먹인다.
그리고 그녀의 동료가 올라오자 진심어린 축하와 포옹을 건넨다. -쉘든과 페니의 포옹이라니!!-
이 장면은 아무리 다시봐도 뭉클하다.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해 줄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두세명만 있어도 인생은 성공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각박한 경쟁사회에서 누군가에게 정을 붙이고 그들이 잘되는 걸-어쩌면 나보다 훨씬 잘되는 걸- 흠뻑 축하해주기 쉽지 않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 아니면 입사하고도 몇년간 나에게 그런 친구는 재수할 때 사귀었던 친구 한명, 대학친구 두어명 정도 인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이 회사에서 누렸다. 살아가며 다시는 이런 친구를 가지지 못할 것 같은 감정이 그들을 보며 들었다. 어쩌면 유년시절 청춘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들보다 더 진짜 내모습을 보여주며 지난 10 년간 서로의 모든것을 공유했던 동기들. 동기를 넘어 인생의 친구들.
그래서 이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때 가장 마음에 까끌거리며 남아있던 것은 내 친구들이었다.
사람때문에 이 회사에서 떠나고 싶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때문에 여기에 남아있고 싶었다.
지난 10년간 내 사소한 성취나 즐거움부터 시작해서 인생에 닥친 큰 파도나 역경들도 옆에서 지켜봐주고 이겨낼 수 있게 힘을 주던 친구들.
어쩌면 삶이 너무 달라져버린 중고등학교 친구들보다 내 인생에서 더 큰 존재들이 되어버린,
10년전 동기로 만났지만 지금은 친구라는 이름으로도 설명이 잘 안되는 그들.
매일 대화하고 일이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만나며 근심걱정 잊은 채 회사이야기 연애이야기 개인고민 이야기를 소소하게 살아냈던 시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하다.
날 불행하게 만드는 것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한 공간에 존재하며, 날 혼란스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