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병원을 몇 주 가량 다녔다.
직장이나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회사 점심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서 일주일에 한번씩 꾸준히 찾아갔다.
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고, 지금까지 먹었던 약이랑 비슷한 약도 처방받아서 먹었다.
고질적인 술 문제가 사실 아직 다 해결되지 않아서 술을 마실때는 약을 못먹는 날들도 많았지만, 진단서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 나에게 잘 맞는 사람을 찾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 그리고 내가 하도 난리를 쳐서 그런지 더이상 날 그렇게까지는 괴롭히지 않는 팀장까지,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믿었다.
처음 의사 선생님이 진단서를 써줬을때, 인사부에 제출을 하고는 인사에 맞추어서 병가를 쓰겠다고 말했지만 인사부에서는 진단서 내 내용에 대해 이것저것 꼬투리를 잡으며 수정을 요한다고 했다. 그래서 몇번의 수정을 거친 뒤, 인사부에 최종 허가가 떨어지기 까지는 약 3주간의 시간이 걸렸다.
내 거취가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의 3주는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팀장은 부장까지 자기편으로 만들고는 나를 한시라도 내보내고 싶어 안달하고 있었고, 인사부와 협상에 실패하면 부서를 옮기는 것도 휴직을 하는 것도 불가능해서 또 지옥같은 반년을 견뎌야했다.
혹시라도 인사부에서 원하는 수준으로 진단서가 발급되지 않아서 휴직을 하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약을 먹어도 밤에 잠을 못이루고 계속 악몽을 꾸며 깨는 일들이 이어졌다.
우울증이 심할때도 어느정도 식사는 가능했었는데, 인사부와 이야기 하는 3주간의 시간동안은 거의 제대로된 식사도 하지 못할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매일 밤마다 울면서 믿지 않는 하느님, 천지신명님을 찾으면서 기도하고 잤다.
제발 저좀 살려달라고. 이렇게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실거면, 이렇게 불행속에서 살게하실거면 차라리 그냥 죽여달라고, 내일 다시 눈뜨지 못하게 해달라고 울고불고 기도하다, 결국 지쳐서 쓰러져서 잠같지도 않은 잠을 자고 회사에 출근하는 날들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마무리가 되어 팀장에게 병가를 쓴다고 말 하던 날,
잠시 회의실에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내가 먼저 말을 꺼냈고, 그녀와 몇달만에 회의실에서 단 둘이 앉아있게 되었다.
나 : “팀장님, 제가 사실 다른부서를 가려고했는데, 많이 힘들고 지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해서 병가를 몇 달만 쓰려고 합니다”
팀장 : “아 네네 그렇군요, 혹시 무슨 질병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나 : “아 질병은, 그냥 제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팀장 : (말을 끊으며) “아 개인적인 거니까 말은 됐어요”
나 : “네..”
팀장 : ”돌아오시나요?“
나 : “무슨 말씀이세요?”
팀장 : “이 부서에 다시 돌아오시는 거냐구요“
나 : “아 아마 쉬는 기간이 3개월 이상되면 재발령이 나서 이 부서에 다시 안오는 거로 알고있는데, 제가 정확히 하기위해서 휴직 전에 인사부에 다시 한번 확인 해보겠습니다“
팀장 : “네, 제대로 확인해보세요. 저랑 부장님은 이차장이 이 부서에서 나가는 걸로 알고있어서, 다시 돌아오거나 그러는건 아닌거 같아요“
이렇게 우리 대화는 끝이났다.
미친년.
뭐 어쨌든 나는 휴직하고, 너를 다시 볼일은 없을 거다.
그리고 아무리 회사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너라도, 팀원 하나 휴직 보낸 사람이 - 그리고 네 성격으로 보건데 앞으로 팀장 하면서 이런 일이 종종 있을것도 같은데- 과연 언제까지 평판이 유지될지 두고보자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일보다 사람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할거다. 조직관리자로서 사람관리를 이렇게 하고 팀 분위기를 개판내는 니가 과연 팀장 이상 더 올라갈 수 있을까?
오늘의 이 일이 너에게 어떤 나비효과가 되어 네 등에 비수를 꽂을지 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