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yeah May 14. 2024

연애와 결혼의 선택권이 자신에게 있을거라는 믿음

노처녀라고 해도 취향이 있답니다

나이가 들고 누군가를 만날 때 가장 어려워 진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전부 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주우재의 명언처럼 20대때는 하나만 맘에 들면 go 였는데 반해, 지금은 다 괜찮아도 하나가 맘에 걸리면 red flag가 금새 마음속에 펄럭인다.

그동안 숱하게 만나고 헤어졌던 남자들이 준 교훈(?)인지, 지식의 저주인지는 모를일이지만 언뜻 예전의 인연들에게서 보았던 참을 수 없는 단점이 잘 되가던 상대방에게서 조금이라도 보이면 육감적으로 이 사람은 아니라고 내 온몸과 마음이 말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누군가를 만날 때 가장 서러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 가지가 금새 떠오른다.

그건 마치 선택권이 본인들에게 있다고 믿는 남자들 이다.

연애를 시작할지 말지, 그리고 결혼을 해줄지 말지(!) 하는 선택권이 오롯이 본인에게 있다고 믿는 이 수많은 남자들을.. 대체 누가 만들어냈단 말인가?


특히나 요즘들어 연하인 남자들과 교류를 많이 하고 썸을 많이 타다보니 느낀걸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혹시나 부담을 느낄세라 나는 항상 두어번 만날때 쯤 그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하지만 나의 의견은 아주 분명하게 -말하곤 했다.

저는 결혼할 나이, 사회에서 말하는 결혼하기 늦은나이라는 건 알지만 당장 막 급하게 만나서 올해 내년에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결혼할 마음이 드는 남자를 안정적으로 만나다가 결혼할 인연이 되면 자연스럽게 하고싶어요’ 라고


그런데 그들의 귀에는 전혀 저 말이 들어오지 않는지 뇌에 흡수가 되지 않는지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노처녀가 자존심 챙기려고 그냥 하는말 정도로 치부해서 잊어버리는 듯 한데-

이미 수많은 데이터들과 그들의 말과 행동들을 이 삼주간 들으며 긴가민가 하거나, 심지어 아 이사람은 좀 아닌거같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대가


“너랑 너무 연애를 하고싶은데, 혹시 우리가 만나다 헤어지게 되면 나는 뭐 괜찮은데, 너 (나이랑 결혼) 어떻게 해? 그게 너무 부담스러워” 라고 물어본다던가

“근데 너랑 결혼하면 (너 나이 때문에) 애기 바로 낳아야 하는거야?”라는 물 마시다가도 체할 것 같은 말을 한다던가

“나도 너랑 결혼 해줄수 있어, 우리 사귀다 잘 맞으면 내가 결혼 해줄게“ 라고 선심쓰듯 결혼해준다는 말을 하면서 마치 나에게 큰 것 해준것마냥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을 본다던가,

“우리 엄마가 근데 나이 많은 여자 만나면 특히 임신 조심하래” 라며.. 어디 나이 많은 노처녀에 임신공격이라도 당한 양 말을 할때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게 머리가 멍해지고 만다.

나이 성별 상관없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 자연스럽게 헤어질 수도 있는건데 왜 헤어지면 너는 어떡하냐느니

아이는 어떻게 하냐느니, 썸탄지 몇일이나 됐다고 결혼을 해준다느니 어쨌다느니 라는 듣고싶지도 않은 말을 하는걸까?


결국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는 결혼과 출산이 급한 여자라서 아무나 만나서 빨리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인 것이고,

본인들이 나에게 어떤 사람이고 존재든 자신 혼자서 이 길고 긴 고민을 끝내 터널밖으로 나와 선심쓰듯 ‘오케이’만 하면

내가 ‘어머낫 감사해요!!!이런 절 받아주셔서 연하님’ 라고 폭삭 안기며 바로 연애든 결혼이든 진행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인 것이다.

마치 한사람의 인생이 그들에게 달린 양 아무도 요청하지 않고 요구하지 않은 책임감을 어깨 무겁게 느끼곤 하는 그런 사람들인 것이다.


근데 죄송한데… 전 당신과 연애할 생각이 전혀 생각이 없거든요.

저도 나름 취향이라는게 있어요..


이런 남자들의 무례와 오만은 개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다들 건실하고 착한 청년이었고 나에게 악의가 있어서 한 말로 보이지도 않았다.

단지 그들을 이렇게 만든 사회문화와 편견의 힘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낀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질혼과 현대판 신분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