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

- 그래서 우린

by 그래

혜린의 메시지를 다 읽은 나는 흠칫 뒤를 돌아봤다. 사무실 뒤편에 앉아 있는 진도하는 아직 한창 업무를 마무리 중 인 것 같았다.

'잘됐다. 이게 맞지!'

더 이상 흔들리는 마음이 싫었 던 나는 혜린의 연락이 운명 이길 바랬다.

『응! 바로 퇴근할게. 도착하기 전에 연락 줄게』

나는 혜린에게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어느덧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 앞.

반갑게 인사하는 혜린 뒤로 낯선 이가 보인다.

'아마 저분 이신가 보다'


"안녕하세요."

큰 키에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하는 그는 정중하고 매너가 있어 보였다.

혜린은 인사를 주고받는 우리 둘을 보며 슬쩍 입꼬리가 올라가는 눈치였다.

"가볍게 맥주 한잔 같이 할까?"

혜린의 제안에 우리 둘은 이내 머쓱하게 그 뒤를 따랐다.


함께 주문 한 안주가 나오고 커다란 생맥주 잔이 각자 앞에 놓였을 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지원님, 어디예요?』

개발부 회사 과장님 이시다. 그는 평소에 회식을 사랑하는 사람이자, 진도하의 직속상사 이기도 하다.

『네, 저 이제 퇴근하고 집 근처입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부서가 다른 그가 퇴근 후 나에게 따로 연락할 일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혹시나 진도하의 어떤 소식을 들을 수 있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는 바로 답문을 보냈다.

『아! 저희 가볍게 회식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 근처에서요. 근처면 함께 자리를 할까 했어요.』

『네, 아쉽게도 저는 다음에 함께 하겠습니다. ^^』

기대와 다른 내용에 인사를 건네고 오늘 이 자리에 막 집중 하려던 찰나, 다시 문자가 왔다.

『진도하 씨가 지원님을 찾아서요.』

찾다니!! 그가 왜 나를 찾는 거지?


그 짧은 문자 하나에 난 흔들리고 있었다.


"회사야? 퇴근 후에 매너 없게 왜 그런대니? 무슨 일 있어?"

"응? 아.. 아니야! 회식하나 봐. 번개 하자고."

"급한 일 아니시면 다행이네요."

마주 앉은 A 오빠가 다정히 웃으며 말문을 건넨다.

나는 애써 그 문자를 잊기로 하며, 답장을 그만하기로 했다.


더 이상은 동료들 사이에서 가십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이 20명도 안 되는, 아주 작은 벤처기업이다. 이제 시작한 지 1년이 갓 넘은 회사는 상품개발과 론칭에 모두 열중해 있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막내 두 명의 가십은 너무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이라, 절대 해선 안될 일이 분명했다.


"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우선 이 자리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게 당장에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혜린은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었다.

유독 낯가림이 심한 나를 배려함과 동시에 어쩐지 불안한 나를 위한 것이었다.

모두 직장인 인 덕분에 오늘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성향들을 확인할 수 있는 대화를 짧게 나눈 게 전부였다.

"오늘은 내일의 출근도 있고 하니, 여기서 이만 자리를 파 할까요?"

눈치 좋은 혜린이 먼저 제안을 한다.

"그래, 그게 좋겠다. 오늘 봬서 반가웠어요."

나 역시 혜린의 말에 바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댁이 어디세요? 근처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생각지 못한 A오빠의 답에 나의 시선은 친구 혜린을 향했다. 역시나 눈치가 빠른 혜린은 단번에 내 마음을 알아챘다.

"오빠 얘는 집이 엄청 가까워서 나랑 둘이 가면 돼. 오늘은 내가 같이 갈게."

"아, 그.. 그래. 그럼 다음에 봬요."

혜린의 깔끔한 마무리를 마지막으로 우린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어땠어?"

집에 가는 길에 혜린이 묻는다.

"으.. 소개팅은 힘들어."

"후기가 그게 전부야?"

띠링- 휴대폰 알림음이 울렸다.

『지원님, 집에 잘 들어갔어요?』

진도하이다.


"헉?!!"

"왜?? 뭔데 뭔데?"

"혹시 기억해...? 내가 회사 동료 중, 자꾸 날 집에 바래다준다는 그분 있잖아. 갑자기 집이냐고 연락 왔어."

"뭐야 뭐야! 사내커플 안 한다며!! 뭐라는데?"

혜린은 화면을 빠르게 위아래로 오가며 그간의 대화를 살폈다.

"지원아, 뭐가 쫄리냐? 내가 전에도 말했지? 우린 잡초라고!"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와?"

"잡초는 언제 뽑힐지 모르는 안타까운 운명이란 말이다. 재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응??!!"

혜린이 얘기가 마음에 번개를 친다.

운명의 방향이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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