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

- 나는 잡초

by 그래

봄은 위험하다. 살랑 일렁이는 바람은 꽃 잎을 품은 봉우리를 간지럽힌다.

봄바람에 꽃잎이 만개하면, 덩달아 우리도 어느새 봉우리 하나씩 품고 싶어 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분명, 이건 계절 탓이라고 생각했다. 들뜨는 이 마음은 봄의 문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자꾸만 눈에 밟히는 그의 모습에 마음은 쉽사리 안정이 되지 않았고,

그런 마음을 나는 늘 안된다고만 눌러 왔다. 하지만 혜린의 말 한마디가 이 모든 장벽을 무너뜨렸다.


나는 꽃봉오리가 아니라, 잡초다.

봄에만 피우는 꽃이 아니고, 언제든 자라고 피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제 때, 제 곳에 자리잡지 못한다면 쉽게 뽑혀 버릴 수도 있는 찰나의 생명 같은 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까짓 거, 사회초년생이 퇴사한다고 해도, 크게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갑자기 그런 용기가 용솟음쳤다.


『아니요. 저 잘 못 들어갔어요.』

혜린과 서둘러 인사를 마친 나는 집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헉,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문제는 도하님이 있는 거 같아서요.』

『저요? 제가 무슨 문제요?』

『도하님, 오늘 저 없이 달렸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회사의 막내 사원이 선배 허락 없이 그러면 안돼요.』

『ㅋㅋㅋㅋ 맞아요. 그래서 선배한테 보고 하려고요. 그래서 지원님은 어디예요?』

『ㅋㅋ 이제 집 근처 공원이에요. 들어가려고요.』

『혹시 잠깐만 기다릴 수 있어요? 저 곧 도착해요.』

『네?? 어딜요?? 어딜 곧 도착해요?』

더 이상 그에게선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나는 내가 잘 못 이해 한 건 아닌지, 지난 메시지를 다시 되새겨 보고 있었다.


"여기가 맞았네요!"

진도하이다. 분명 회사 근처에서 회식하고 있다던 그가 어느새 내 눈앞에 서 있었다.


"아니.. 아니 어떻게??"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그에게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도무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씩 웃던 진도하는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앉았다.

"아, 목마르다."

나는 그저 그런 진도하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목마르다고요."

내 놀란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러웠을까, 진도하가 나를 보며 또 웃는다.

"저기.. 저기 편의점이 있긴 한데.."

"네! 좋아요. 같이 갈게요."

얼떨결에 나는 그에게 음료 한잔하고 가라며 먼저 권한 꼴이 되어 버렸다.


우린 편의점의 노상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처음 집을 바래다주었던 그날처럼 말이다. 살랑, 봄바람이 늦은 밤 볼을 간지럽힌다.

조금은 답답했던 마음이 일렁, 바람결에 맞춰 풀어진다.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깜깜한 밤하늘을 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좀 괜찮아요?"

왠지 평소보다 술을 더 한 듯한 그에게 뒤늦게 안부를 묻는다.

"네, 이제 좀 나아요. 역시 회식 후엔 지원님을 봐야 하나 봐요."

"네?!"

"그래서 이제 큰일 났어요. 어떻게 해요?"

그 순간 밤하늘을 바라보던 진도하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못한 채, 서로 마주 보게 되었다.

"음... 그런 건 인수인계 항목이 아닌데.. 저도 사실 회사 선배역할은 처음이라. 하하"

싱거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애써 넘겨보려 했다. 하지만 빤히 바라보는 진도하의 시선에 더 이상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럼 선배 역할 하지 마요. 그냥, 그거 안 하면 되죠."

"네?!"

그는 날 또 당황시킨다. 캄캄한 별빛 사이로 나의 발그레진 양볼이 그 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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