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날 우린,
우린 한참을 말 없이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봤다.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유독 우리 둘만 고요하고 잔잔했다.
하나씩 나눠 가진 음료병은 어느새 비워져 갔고, 이젠 헤어져야 할 때임을 직감 하고 있었다.
"바래다 줄게요."
먼저 말 문을 연 건 진도하였다.
"네."
그는 어느새 익숙한 듯 우리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분명 다른 때 라면 누군가 우리집을 알고 있다는 것이 두렵고 무서울 법 한데, 어쩐지 오늘은 듬직하기 까지 하다. 어느새 나는 그의 등 뒤를 바라보며 한걸음 뒤쳐져 따라가고 있었다.
집 앞에 다다랐을 때, 그는 묵묵히 서 있었다.
"오늘 너무 늦었네요. 피곤 할 텐데 어서 들어가요. 내일 회사에서 뵈요."
궁금한 것이 무척 많았다. 선배를 하지 말라는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묻고 싶었지만, 어쩐지 그럴 용기가 나질 않았다. 태연하지 못한 내 자신이 좀 한탄스럽기 까지 했다.
"좋아해요."
"네?"
"좋아해요. 그러니 선배 안 하면 안되요?"
기대를 아예 안 했다면 거짓말 이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순수한 고백 또한 예상도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까지 솔직하게 마음을 들려줄 줄은 아예 몰랐다. 그의 거짓없는 표현에 더 이상 중요 한 것은 없었다.
나는 한걸음 그의 앞으로 다가가 살포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의 마음에 답하기로 했다.
"저두요."
귓가에 그의 심장박동 소리가 요동을 쳤다. 아마 나 역시 다르지 않았겠지.
그는 그의 가슴에 묻힌 나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안고 살포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확인 했다.
더 이상 회사의 선후배가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그리고 한참을 서로를 안고 있었다. 사실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저.. 근데 설마 오늘일 기억 못하는 건 아니죠?"
나의 걱정어린 질문에 진도하가 붙어있는 나를 떼어내고 바라본다.
"네?! 설마요. 지원님이야 말로 내일 저 모르는 척 하면 안되요? 알았죠?"
우린 둘다 마주보고 웃었다. 그렇게 진도하는 내가 집 안으로 들어갈 때 까지, 빌라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현관 문이 눈 앞에서 닫힐 때 까지 그를 향해 최대한 인사를 건넸다.
'휴...........'
긴장 됐던 마음이 사그라 드니, 온 몸에 힘이 같이 빠진다.
대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설명 해야 하나?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복잡했던 모든 감정이 순식간에 정리 되기도 했다.
단 한번도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던 일이, 오늘 하루 나에게 마법같이 일어난 것이다.
『잘자요. 나는 이제 도착!』
진도하에게 문자가 왔다. 집에 다다랐다는 문자였다. 정말 우린가 연인이라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네, 저도 이제 씻고 누웠어요.』
『네! 저도 씻고 나올게요.』
씻고 나온다는 진도하의 답장에 나는 그에게 다시 연락이 올 때 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띠리링 -
잠시 후, 전화벨이 울렸다. 진도하였다. 그동안 메세지는 주고 받았지만, 전화를 주고 받는 건 처음이었다.
전화벨은 마치 재촉이라도 하듯이 계속 울려 댔다. 나는 어찌해야 하나 허둥지둥 대다 그만 전화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