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

- 사내연애 금지

by 그래

손에 쥔 작은 전화기를 멍하니 바라본다.

까만 화면에 비친 건, 초조한 내 얼굴뿐이었다.

망설이다가 결국 그의 전화를 놓쳤다.

서둘러 전화를 걸어 변명이라도 해볼까 했지만,

손가락은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 벌써 잠자리에 든 건 아닐까?’

‘아니면 화가 난 걸까?’

확신 없는 마음은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린다.

그날 밤, 나는 그렇게 괜한 불안에 흔들리다

결국 잠에 들고 말았다.


출근길 내내 핸드백 속 전화기가 마음에 걸렸다.

‘연락이라도 할 걸… 잘 잤냐고 인사 한마디라도 보낼 걸.’

그가 혹시 바쁜 출근길일까,

아니면 지난밤 일로 나를 오해하진 않았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선은 자꾸 발끝으로만 향했다.


“이번 정거장은…”

어느새 회사 앞이었다.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내렸다.

“이제 왔어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진도하였다.

양손에 1리터는 족히 돼 보이는 커피를 들고,

그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거 들고 오느라 연락도 못 했어요.

혹시 못 만날까 봐 내내 초조했거든요.”

아침 햇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미소가 너무 따뜻해서였을까.

잠시 눈앞이 아득해졌다.


“어… 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그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긴장이 스르르 풀리면서도,

지난밤 괜히 혼자 불안해했던 나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아니에요. 이 무거운 커피, 제가 들어도 될까요?”

“하하. 마셔도 되죠!”

“하하하.”

그가 준비한 커피를 들고

우린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나란히 걸었다.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에

어제의 일들이 오히려 선명해졌다.

그리고 내 옆에 선 그가,

아침부터 날 기다려준 그가,

더욱 또렷하게 느껴졌다.


“어제는…”

“음? 아, 전화요? 피곤할 것 같아서 그냥 안 했어요.

혹시 잠 못 잤어요?”

“아… 아니요. 전화를 못 받아서, 미안하다고요.”

“아! 괜찮아요. 이렇게 아침부터 만났잖아요.

그게 더 다행이죠.”

“그런가요?”

“그럼요. 오늘 아침만 기다렸는데요!”

“그럼 앞으로 전화 안 받아야겠네요?”

“네?!”


둘만의 대화에 빠져 걷다 보니,

어느새 회사 앞이었다.

자연스레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때—

“좋은 아침!”

익숙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대표님이었다.

“오! 막내들, 아침부터 아이스 커피라니.”

“아, 네… 네, 대표님!”

“좋아 좋아, 젊음이 그래서 좋은 거야!”

“하… 하하.”

[띠링—]

어색한 웃음을 남기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순서대로 탑승했다.

조용한 공간 속, 대표님이 나지막이 말했다.

“좋은 하루 보내요.

아, 참! 그거 기억하죠? 우리 회사는… 사내커플 금지예요.”

이전 13화사내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