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다에 정박한 사람

닻을 내린 사랑

by 이지숲

그 시절의 나는, 꽤 예뻤다.

165에 45킬로.

마음고생이 몸까지 앗아가던 시절이었다.


소개팅도, 미팅도

참 많이 들어왔다.

주변에선 “너 정도면 누구든 고를 수 있어”라며

잘생기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소개해줬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져 있었다.

겪어낸 일들이

내 마음을 바닥까지 끌고 내려간 뒤였으니까.


그 바닥에서 올려다본 세상은

완전히 달랐다.


화려함보단 따뜻함.

말솜씨보단 침묵 속의 안정감.

사랑의 말보단 사랑의 행동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많고 많은,

바다 같은 남자들 사이에서

홀로 배를 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내 남편이었다.


바람처럼 다가오지 않았고,

태풍처럼 흔들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항로를 지키며

내가 손을 내밀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준 사람.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나는 아마,

그 모든 외로움과 상처를

견뎌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그 배에 타고 싶어졌다.


잔잔한 바다,

과장 없는 사람,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마음.


그와 함께라면

흔들리지 않아도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