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들을 만났다

낯선 사랑의 시작

by 이지숲

나는 언제나

내가 원하는 삶이 있었다.


딸이 있다면,

내가 살아내지 못한 길을

그 아이가 대신 걸어주길 바랐다.


그 마음은 구체적이었다.

스무 해 계획표를 짜두고,

태몽도, 태명도

당연히 ‘딸’을 전제로 했다.


그런데

초음파 속 화살을 보는 순간,

마음이 정지했다.


“… 아들이구나.”


나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남자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없었다.

아빠는 아빠였고,

남동생은 귀여운 머슴 같은 존재였으며,

지금껏 만난 남자들은

나를 알고 싶어 했을 뿐,

나는 그들의 세계를 알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남자’를 알아야 했다.


아들의 뇌,

남자아이의 기질,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책을 사들이고, 영상을 탐독하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현실은 너무도 낯설었다.


특히,

아침마다 아이의 소중한 것이

당당하게 솟아 있을 때

나는 다시 멈춰 섰다.


“… 이건 뭐지?”

“어떻게 해야 하지?”


엄마가 되는 길은

내가 짜두었던 계획표와는

전혀 다른 길이었다.


하지만

그 길이야말로

내가 정말 배워야 했던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들은,

내가 몰랐던

나의 반쪽이었다.


나는 이제,

이 낯선 길이

선물 같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