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 나는 무너졌다

글을 쓰게 된 이유

by 이지숲

아무 일 없던 하루에,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는데,

나는 무너졌다.


그날 밤,

아빠가 돌아가시는 꿈을 꿨다.


깊은 울음을 삼키며 깨어났고,

옆에서 자고 있던 아들이

내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엄마, 왜 울어?”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대신,

작은 팔이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 순간,

무너졌다.


괜찮은 줄 알았던 마음이

순식간에 쏟아졌다.

도대체 뭐가 이렇게까지 아팠을까.


행복해야 할 시간이었다.

가족이 있고,

내가 선택한 삶을 살고 있고,

별 탈 없는 하루였다.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다.

무너질 이유가 없는데,

나는 무너졌다.


그날 밤,

나는 글을 썼다.


처음엔 단 한 줄.

“나, 왜 이렇게까지 아프지?”


쓰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 참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생각보다 많이 쌓여 있었다는 걸 느꼈다.


도대체 내 안에

이토록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얼마나 많았던 걸까.


나는 지금,

정리와 분류가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과거에 묶여 사는 사람들을 보면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 역시,

그 시절 어딘가에

여전히 발을 딛고 있었다.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는데

나는 상처받아 있었고,

누구도 나를 탓하지 않았는데

나는 계속 나를 꾸짖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더는 쌓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너지기 전에, 꺼내기 위해서.


어릴 적부터

곪아온 감정들이 있다.

말하지 못했던 말들이 있고,

울지 못했던 순간들이 있다.


이제는 꺼내야 한다.


물론, 아플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고통은,

마침내 치유로 가는 시작이라는 것을.


그래서 쓴다.


이 상처를

문장이라는 연고로

하나씩 덮어주는 중이다.


지금,

내 안의 모든 에너지가

여기에 몰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