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로 살기 시작한 날
나는 어릴 때부터
착한 아이였다.
화를 내지 않았고,
싫은 건 있어도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왠지 죄스러운 것 같았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며
“얘는 참 착해”라고 말했다.
그 말이 좋았다.
그 말 하나에
사랑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나는 착해서 그런 게 아니라,
버려질까 봐,
미움받을까 봐,
늘 애쓰고 있었던 거다.
공부 잘하는 둘째 딸.
사고 안 치는 둘째 딸.
엄마 아빠의 자랑인 둘째 딸.
나는 그런 역할 안에
스스로를 가뒀다.
감정을 삼키고,
갈등을 피하고,
늘 먼저 이해하고 양보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건 성격이 아니라,
습관이었다.
사랑받기 위해 배운 방식.
그래서인지
지금의 나는
잘 참지 않는다.
억울하면 말하고,
불편하면 선을 긋고,
무례한 상황 앞에서는
예의까지도 다시 생각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예전엔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너, 원래 착했잖아.”
나는 웃는다.
지금이, 원래의 나다.
어릴 땐 착한 아이여야만 했지만,
지금은
그 착함의 껍질에서 나와
나로 살고 싶다.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조이던 그 시절은
이제
조금씩 보내고 있다.
나는 이제,
이해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는 나를 감추지 않기 위해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럼에도 여전히
친절하려고 한다.
사랑받기 위한 착함이 아니라,
내가 지키고 싶은 태도로서의 친절.
억지로 참지 않고,
스스로를 잃지 않으면서도,
예의는
나답게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