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속에 소리

내가 당신을 이해하게 된 날

by 이지숲

아빠는 늘 TV를 켜둔 채 잠드셨다.

리모컨을 누르는 손보다

침묵을 견디는 마음이 더 힘들었던 걸까.


어릴 적 나는 그 이유를 몰랐다.

잠들기 전엔 조용해야 한다고 믿었고,

잔소리를 하며 TV를 껐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안다.

혼자 호텔에 있을 때면

무심히 유튜브를 틀어놓고 잠든다.

화면 속 낯선 목소리들이

내 안의 고요를 덮어줄 때가 있다.


나는 이제야 알겠다.

아빠의 TV도,

내 유튜브도,

우리가 감당하지 못한

고요함 속의 외로움을 지우는 소리였다는 걸.


내 외로움이

아빠의 외로움과 겹칠 때,

나는 문득,

당신이 얼마나 외로웠을지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