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마디가, 오래 남는다

by 이지숲


“나한테 화나셨어요?

나, 당신 오늘 처음 봤어요.”


그 한마디에

10시간 30분의 비행이 무너졌다.


내가 그 손님에게 건넨 말은

평소처럼 정중하고 간단했다.


“창문을 닫아주시겠습니까?”

“식사는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음료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그뿐이었다.

그런데,

그분은 그렇게 느낀 것이다.

내가 화가 나 있었다고.


나는 당황했고,

얼굴이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무언가 잘못된 건 알겠는데,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표정이었을까?

말투였을까?

아니면 그분의 기분이

이미 상해 있었던 걸까?



그 이후로

그분의 좌석을 지날 때마다

나는 조심스러워졌다.


손이 느려지고,

말이 더 부드러워지고,

생각은 자꾸 무겁고 길어졌다.


내가 늘 하던 말투였지만,

이제는 그 말이 나올까 두려워졌다.



승무원은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까지는 알 수 없다.

설명할 수 없는 오해,

해명할 수 없는 표정,

때로는

정중했기에 더 오해받는 순간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날 나는

억울했고, 속상했고, 참 서러웠다.


내가 무례하게 군 것도 아닌데,

그 한마디에

내 하루 전체가 흔들렸다.


정중하게 말한 것도,

감정을 억누르며 일한 것도

소용없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더 친절하게 하자.

다시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그건 어쩌면,

내 방식의 복수일지도 모른다.


무례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나를 지키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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