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결이다.
찰랑이며 다가가고,
하루에도 몇 번씩 결이 바뀐다.
햇살 아래선 투명하고,
어둠 속에선 깊어진다.
그는 바다다.
넓고, 고요하고, 깊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그는 더 조용해지고,
내가 격해질수록
그는 더 넓어지며 잠잠해진다.
내 안의 수많은 감정이 출렁일 때,
그는 아무 말 없이
그 모든 파도를 받아낸다.
흔들리는 나를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안아준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마음껏 헤엄쳐도 괜찮아.
하지만 우리 사이 이 바다에는
서로 지켜야 할 선 하나쯤은 있어야 해.”
그가 그어준 선은
경계가 아니라 신뢰의 선이었다.
나를 가두는 줄이 아니라,
우리를 지켜주는 약속이었다.
그 선이 있기에
나는 더 자유롭고,
그를 더 믿게 되었다.
어쩌면, 이 사랑은
요란한 말보다
조용한 견딤과 믿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날마다 찰랑이고,
그는 날마다 품어준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신뢰라는 선 위에서
물결과 바다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