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내일이면 3월이다.
학교가 시작하고 모든 생명이 움츠리고 있던 긴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3월이 오면 진정한 새해가 되는 느낌이 든다.
매해 연말이 되면 자발적이거나 조직 축소, 계약만료 등 다양한 이유로 오랜 기간 몸을 담아왔던 조직을 떠나는 분들이 많다.
특히나 지금처럼 이직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 국가의 경제성장과 함께 성장해온 조직안에서 몇십년을 근무하셨던 많은 분들이
사회 생활 처음으로 무소속이 되신 경우가 많다.
앞만 보고 달려온 몇십년간의 세월동안 해보지 못했던 가족과의 여행, 연말 연초 특성 상 많은 모임과 그동안 쉽게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의 만남,
온전한 읽기의 즐거움을 위한 독서, 운동 등등 1-2월을 처음 느껴본 자유를 즐기고 오신 많은 분들도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며 이제 무엇을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가 지금이 아닐까 한다. 은퇴하기에는 대부분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평생 이직이라는 것을 해보시지 않은 분들도 많고 당연히 이력서는 80년대 이후 써보지 않은 분들도 많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A그룹 임원으로 5년간 재직 후 퇴직하신 B상무님은 물론 2년간 그룹 고문으로 여러 해택을 누리실 수 있지만 아직 너무 젊은 나이에 2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나를 찾으셨다. B상무님은 A그룹의 핵심계열사의 주요사업부에서 다양한 업무를 총괄해 본 경험이 있으신 훌륭한 경력을 보유하셨다. 외국어실력도 뛰어나고 온화한 성품과 덕장 리더십을 갖춘 뛰어난 후보이시다. 기존에 재직하셨던 조직의 한 사업무 매출보다 작지만 핵심기술력을 보유한 C신생업체를 소개해 드렸고 C사도 큰 조직에서 사업을 이끌어본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신 B 상무님을 적극적으로 영입하였다.
안타깝게도 B 상무님과 C사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가능성이 많은 회사이긴 하지만 시스템들이 기존 회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C사에서 B상무님은 방황하셨고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셨다. C사 입장에서도 'A사에서는 이러지 않았는데'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번씩 되풀이하시는 상무님의 태도가 달갑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B상무님은 잘 갖춰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큰 조직안에서만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와 함꼐 퇴사하셨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D전자에서 주요 해외 지사를 총괄한 경험을 보유하신 E 부장님은 최근 불안정한 시장상황으로 줄어든 매출 때문에 임원승진에 두번 누락하시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30년간 몸담으신 조직을 떠나셨다. 30년 중 입사 초기 몇년을 제외하고는 20년 넘게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지사를 설립하며 D전자의 주요 가전을 판매하며 조직성장에 기여하셨다. 덕분에 영어를 비롯한 몇개의 외국어에도 익숙하시고 글로벌 사업 환경에 최적화된 인물이다. E부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당연히 그의 경력에 대하여 심도있게 얘기를 나누었는데 문뜩 드는 생각이 이분이 D전자 브랜드가 아니었어도 해외에서 이런 성과를 거두셨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몇분마다 나오는 단어들이 '우리 D전자는' '범 D그룹의' 등등 아직 D의 옷을 입고 계신 느낌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외 신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자 하는 몇몇 기업을 소개해 드렸지만 매번 인터뷰에서 탈락하셨다.
B 상무님과 E부장님 모두 단단한 경력과 인품을 보유하신 훌륭한 인재들임에는 분명하다. 굴지의 기업들에서 청춘을 불태우며 기업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하셨던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력은 후보자의 역사이자 재산인것도 틀림없다. 하지만 이력만큼 중요한 것은 개인의 역량이다. 또한 성장해왔던 기존 조직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A그룹과 D전자여서가 아니라 B와 E의 핵심역량은 무엇인지 조금만 생각해도 답은 나올것이다. 남다른 식견과 전략 수립 역량이 될 수도 있고 무서운 추진력과 지구력이 될 수도 있다. 본인의 강점에 보다 집중하여 본인을 셀링하다 보면 A그룹과 D전자는 그 역량을 더욱 빛내줄 든든한 집이 될것이다.
난생 처음 무소속 신분으로 자유로운 시간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많은 분들이 계시겠지만, 특히 이 시기에 본인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다. 정말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더 나아가 기존 조직에서 목말랐던 부분은 어떻게 해소하고 싶은지. 모든 생각의 중심에 자신을 놓고 생각하다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재취업이나 경력의 연장이라는 진부한 표현 대신 당신의 위대한 시작을 봄의 기운과 함께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