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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young Dec 17. 2020

보고 싶어 죽겠다

몇년전 나를 평생 키워주신 고모가 돌아가셨다. 삼일장을 지내고 장례가 마무리 된 후 집에 와서 몰려오는 피곤함과 허전함에 잠을 청했고 그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고모의 죽음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었다.

심바가 사람이었다면 어제 발인을 하고 장례식을 했을것이다. 나도 똑같이 슬프기는 하지만 피곤함에 잠에 빠졌을 것이고. 그래서 그런가.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갑자기 심바의 부재가 좀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심바가 떠난 월요일 부터 화요일, 수요일은 나만큼 슬퍼하는 주변 지인들과 선생님들, 나를 조심스럽게 위로하는 회사 사람들에게 나도 감사와 위로를 하느라 정신이 조금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의 슬픔은 지난 며칠간의 감정과는 또 조금 달랐다. 심바의 이불이나 약봉지를 봐서가 아니었다. 그냥 너무 보고 싶어 미칠것 같다.


안그래도 잘 붓는 눈꺼풀은 이제 회복 불능이다. 삼각형 눈을 어찌어찌 찜질을 해대며 회사로 향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MS Team으로 미팅들을 하다가도 갑자기 욱 하고 올라온다.

심바의 까만 코가 생각났던것도 아닌데, 심바 냄새가 스쳐지나간것도 아닌데.


회사 내 자리는 다른 사람들과 거의 완벽하게 차단이 되어있어 구지 참지 않아도 된다.

단지 나의 휴지들이 급하게 팍팍팍 올라오는 소리, 어쩔 수 없이 흐르는 훌쩍훌쩍 소리에

내가 심바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고 있는 동료들은 모른 척하며 넘어가 준다.


며칠 간 나도 심바가 고통스러워 하지 않고 자고 있다 갑자기 떠난것에 안도했고

심바의 소식을 알릴때도 요 몇주간 밥도 잘먹고 죽기 전날도 밥과 간식 물 엄청 먹고 배부르게 떠났다고 했다.

모두 심바는 정말 평생 이쁜 짓만 하다가 떠날때도 본인 성격대로 깔끔하게, 아픔없이 떠나서 너무나도 기특하다고 한다. 너무나도 행복한 아이였으니 많이 슬퍼하지 말라고.


오늘 갑자기 못난 생각이 들었다.

왜 심바는 끝까지 착하고 이쁜 행동만 하고 혼자 떠나버렸을까.

만약 가기 전 많이 아파서 나를 엄청 고생시켜서 지치게 만든 다음에 갔으면 내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가벼워졌을까.


물론 답은 아닌건 나도 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냥 너무 착한 아이었기에 마음이 아프다.

혹시 알아, 그닥 먹고 싶지 않았는데 언니가 너무 마음이 아플까봐 억지로 열심히 챙겨먹고 갔는지.

아니다. 내가 아는 심바는 그렇게 배려심이 깊은 아이는 아니다.

그냥 이제는 고단하니 나 이제 좀 쉴래. 하는 평소 깍쟁이 같은 얼굴이 떠올라 눈물 속에 미소가 살짝 띠어진다.


심바가 어떻게 떠났던지 간에 결론은 지금은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중이다.

나는 빨리 괜찮아지려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우리답게 천천히 이별하려 한다.

오늘은 정말 보고싶어 죽겠다.


자는거 깨우면 대략 이런 모습.  그날 새벽에도 깨웠으면 화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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