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씨든 너와 함께 할 거야
아이는 본격적으로 한파가 시작되는 날, 서울에 처음 눈이 쌓인 새벽 천사가 되었다. 작년 추석까지만 해도 하루에 한 번은 산책을 못하면 못 견디던 녀석은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산책이 어려워졌고 우리 집에 처음 온날부터 배변판에 성공한(누가 시츄가 멍청하댔어!) 아이였기에, 게다가 인지장애가 오기 시작하면서 하루에 몇 번씩 안고 나가 실외 배변을 몇 달간 할 수밖에 없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아이의 인내심도 점점 없어지면서 시간도 대중이 없었다. 새벽 2시, 해뜨기 전 아침, 늦은 밤 찬바람이 불긴 했지만 아이가 잘 먹고 잘 싸는 것에 감사했던 그때.
오늘은 오랜만에 겨울비가 내렸다. 추운 날씨보다 뭔가 하늘에서 내리는 날이 힘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아이가 실외 배변을 했던 몇 달간은 크게 힘든 날이 없었다.
며칠간 지속되던 지난 한파에 아이가 곁에 있었다면 얼마나 둘 다 고생했을까 싶고, 오늘과 같은 비가 꽤 오는 밤은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비에 젖을 아이가 떨지 않아 다행이다.
날씨가 친절하지 않을 때에는 아이가 고생하지 않는 것에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하지만, 이제 따뜻해지고 더워지고, 다시 가을이 되면 난 또 어떤 생각에 빠져 이 작은 녀석을 그리워할까. 우리가 커피나 쌀밥을 사진으로 매일 담아놓지 않는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했던 산책길의 모습을 많이 담아놓지 못해서, 갑자기 내 삶에서 사라진 아이가 오늘은 너무나도 그립다.
한강에서 잠시 함께 쉴때 불어오던 봄바람을 기억할 거고
함께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했던 늦여름 어느 주말을 늘 기억할 거야.
햇살 속에 빛나던 너와 늘 함께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