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 사십구재
아이가 떠난 지 벌써 7주가 지났다.
사실 떠난 후 어떤 날을 특별히 챙기는 것조차 의미 없다고 생각될 만큼 매일 보고 싶고 그립지만 49재는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승에서의 미련을 뒤로하고 영원히 떠나는 시간. 사실 누구의 49재라는 것을 챙겨본 적이 없어 단순히 7주가 지난 그날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찾아보니 사실 어제였다. 뭐, 이미 지난 건 어쩔 수 없으니 오늘이라도 아이가 마지막까지 잘 먹었던 조금 남겨둔 음식들을 냉동실에서 꺼냈다.
오랜만에 냄비에서 삶아져 가는 북어와 닭고기를 보며 정말 매일 당연하게 생각했던 이 행동을 다시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허전하다. 가끔씩 입에 넣어주면 좋아하던 토마토도 총총 썰어 넣어 보고. 아이가 어릴 때부터 썼던 숟가락과 밥그릇. 아이가 꿈에 찾아올 때마다 마법처럼 피어났던 동백꽃들. 이제는 아이와 편안한 이별을 하려고 한다.
식탐이 넘친다는 시츄임에도 아이는 사실 입이 짧았다. 어릴 때부터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도 해서 먹는 것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가급적 사료 외에는 아무것도 안 주려고 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내가 먹는 것은 다 궁금해했던 아이. 호기심에 가득한 동그란 눈과 촉촉해지는 코를 보면 나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누굴 위해 그렇게 맛없는 것만 잔뜩 먹였는지.
아이는 나이가 들며 장과 신장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입을 고집스럽게 다물고 밥 냄새도 맡으려 하지 않았다. 말을 못 하는 대신 "나 지금 몸이 안 좋아"라고 보내는 사인이었다. 그래서 아이의 식욕은 나의 하루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였다. 떠나기 전날 밤까지 밥을 싹 비워서 갑작스럽게 이별할 것이라 생각을 못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빈속으로 보내지 않아 감사한 마음이 크다.
49재라는 어찌 보면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 이젠 아이가 아픈 몸을 벗어던지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내가 가는 길을 바라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계속 슬픔에 빠져 있는 대신 아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맛있는 음식 앞에서 흥분하던 모습들을 기억하며. 아직은 아팠던 순간의 기억들이 조금 더 뚜렷하지만 그 몇 배로 맛있는 시간들이 많았다는 걸 기억하며. 반짝이는 아이의 코를 기억하며.
내 머리도 씹어먹었던 널 영원히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