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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토록 Aug 28. 2019

통으로 구워라 애송이

반전과 진격의 새송이의 맛

 

오랜만에 동기와 함께 전 직장의 선배님을 만났습니다

선배님은 모가지에 걸치는 이어폰과 날렵하게 빠진 안경

정열맨처럼 강렬한 붉은 셔츠를 입고 진갈색 구두를 신었으나

그분의 손에 들린 뜬금없는 새송이 버섯 한 봉다리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어쩐지 뿌듯한 표정으로 저희를 반긴 그분은

새송이를 소중히 품고 시뻘건 SUV에 일행을 태워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새송이 크기만 큰 맹탕아닌가

저는 새송이를 고기 옆 데코정도로 쓰는

값싸고 수율 좋은 구색갖추기용 버섯으로 알고있었어요.

 흔히 만나는 다른 버섯들은

그래도 각자 특징이 비교적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향과 맛이 진하고 꼬다리가 고기 같은 치감의 표고
오독하니 쫄깃하며 순한 향내의 느타리
 품위 있는 향긋함과 오동통한 식감이 반가운 양송이
오도도독 호로록- 재미있는 식감과 버터 두른 듯 은은한 향내를 내는 팽이버섯
이미 흔하고 맛있는 버섯이 많았다.


선배님이 저희를 데려간 곳은 고기와 자리 세팅만 제공하고

그 외 재료는 가져와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청계산 자락의 어울더울이라는 고깃집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주문한 소고기가 나오기도 전에,선임은 야릇한 미소를 내비치며

 달궈진 숯불 위로버섯을 봉투 째로 쏟아붓는 것 이었습니다.


새송이 별로 기대도 안되는데 이걸 손질도 않고 냅다 들이부어버리다니,

 뭔그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서 동기와 함께 이게 무슨상황인가 싶었습니다.


융단 새송이 폭격

 숯불 위에 직화로 놓은 새송이는 용하게도 타지 않았습니다.

 노릇하니 몽글하게 적갈색을 띠며

 수분을 잔뜩 머금은 채로 구워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소고기가 익는 시간보다 조금 더 공을 들여 쪼글쪼글 갈색빛이 돌았을 떄

 가위를 든 선임은 버섯을 결 반대로 뭉텅뭉텅 썰어냈습니다.

 

그 썰어내는 가위에 수분이 맺혀 떨어지자 숯은 불 내음 가득한 연기와 소리를 올렸고.

가려진 시야 뒤로 멀거니 앉아있는 후배 애송이들의 소금장 위로 

새송이를 얹어놓은 선임은 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고기먼저 먹고싶은데 하며 입에 넣은 새송이.


쫄깃하니 폭발하는 수분감과 함꼐

있는 줄도 몰랐던 향내를 품어 놀라운 맛이었습니다.


오바 조금 더하면 

마치 치즈 같은 풍미와

조갯살 같은 치감까지 가지고 있었고.


오바 많이 더하면 

소고기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새로운 발견과 놀라움 덕인지,

즐거운 시간 끝에 선임은 뿌듯한 얼굴로 2차를 외쳤습니다.


 식재료는 조리법에 따라 맛이 하늘과 땅으로 갈린다더니. 

통째로 구워내는 박력답게 풍부한 맛이어쎈요.


 버섯계의 강호동 아저씨가 틀림이 없었습니다.

방송에서 친절하게 방긋방긋 웃고 계시던 강호동 아저씨가

조폭 뺨 싸다구 올릴만한 거물임을 몰라 뵌 격이지요.


조금만 굴려가며 지져주면 알참을 뽐내는 새송이를을 맹탕이라고 매도한 애송이였음을 후회하며,

새송이를 통째로 구워 먹기를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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