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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H Jun 16. 2019

'동네랑', 공간이 함께 써가는 이야기

NO.2 - 느리디 느린 파주의 책 읽는 공간, 지지향

에디터 YY

포토그래퍼 이땡땡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책이나 읽으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특히 일과 사람에게 치일 대로 치이고 나면, 그런 공간과 시간이 더욱 절실해진다. 

파주 출판단지에 위치한 ‘지지향’은 그 ‘어디’가 되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느린 속도를 가진 동네 


서울의 속도는 빠르다. 차는 빠르게 달리고, 사람은 바쁘게 걷고, 일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그 안에서 살다 보면 속도를 맞추기 위해 어느새 가속 페달만 밟고 있는 스스로를 보게 된다. 속도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너무 과열되지 않기 위해 잠시 쉬어 갈 필요도 있지 않을까.



파주 출판단지는 느리다. 

사람도 차도 서울보다 조금 느리게 다닌다. 버스에서 내리면 낮은 건물들과 수많은 녹지가 보인다. 차와 사람은 줄고 하늘과 나무는 늘었다. 


자연스럽게 서울에서만큼 서두르지 않게 된다. 걷는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둘러보면 재밌고, 아름다운 건물들도 많이 보인다. 출판단지답게 대부분은 출판사 건물들이어서, 걷다 보면 아는 출판사 이름들을 꽤 많이 찾을 수 있다. 익숙한 이름들을 보며 걷다 보면 정말 책을 위한 동네에 왔다는 기분이 든다.


책으로 이루어진 숲 속의 숲



게스트하우스 ‘지지향’건물의 1층에는 북카페 ‘지혜의 숲’이 있다. 책을 위한 동네에 있는 북카페와 스테이라니, 책 읽으면서 쉬고 싶은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책장으로 만들어진 벽과 기둥마다 책이 가득 꽂혀 있으니 ‘지혜의 숲’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고층 천창높이까지 책장이 있고, 책장마다 책이 가득 꽂혀 있으니 책에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을 준다.



‘지혜의 숲’은 책으로 이루어진 숲이기도 하지만 정말 숲속에서 책을 읽고 있다고 느낄 만큼 창 밖에 풀과 나무가 많다. 책을 읽다가 눈을 들면 푸르른 외부를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숲 속에 있는 책의 숲이다.



지지향



‘지지향’은 종이의 고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지향’을 둘러보면 정말 종이의 고향 다운 숙소가 아닌가 싶다. 1층에서 체크인을 하고 올라가면 ‘지지향’의 복도에는 책이 놓여 있고 방을 들어가기 전 문 앞에는 작가가 쓰여 있다. 각각의 방에는 국내작가의 이름 또는 출판사명이 붙어있다. 머물게 된 방은 조정래의 방이었는데 태백산맥과 아리랑 등 저자의 작품이 객실 내부에 꽂혀 있었다. 이쯤되면 ‘지지향’에 머무는 이상 책 좀 읽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듯하다. 심지어 티비도 없는 걸 보면 적어도 책 한 권은 읽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객실 내부는 전체가 나무 톤으로 되어있다. 벽, 침대, 책장, 가구까지 통일된 톤이다. 2007년에 오픈한 지지향은 벌써 12년이 넘었는데 비교적 깔끔하고 단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이라고 되어있지만, 욕실을 공용으로 사용하거나 도미토리가 운영되고 있진 않으니 호텔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퀄리티 있는 어메니티나 객실 서비스 같은 요소에 기대를 가지고 온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다만 객실에서도, 카페에서도 책을 읽고 싶게 해줄 곳을 찾는다면 지지향 만한 곳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지혜의 숲’은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니 언제든 어디서든 책을 마음껏 읽어도 된다.



객실에서 밖을 내다보면 도시에서와 사뭇 다른 풍경이 보인다. 건물보다 하늘과 나무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건물높이가 낮은 덕분이다. 외부에는 녹지가, 내부에는 우드톤의 벽이, 그리고 언제든 읽을 수 있도록 손 닿을 거리에는 책이 있다. 지혜의 숲에 있었던 구성을 그대로 객실에서도 만날 수 있다.


파주 출판단지 내 ‘지지향’에 머물면서 딱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식사를 할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같은 건물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다이닝 노을’은 생각보다 일찍 닫기 때문에 미리 체크해 두는 것이 좋다. 동네를 돌아다녀봐도 밤 늦게 마땅히 먹을 만한 곳은 없고 식당보다는 카페가 많은 편이다. 심지어 배달음식도 마땅치 않았다. 밤낮없이 돌아가는 서울의 시스템에서 벗어난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어쩌면 이런 평화로움과 여유 속에서 책을 읽기 위해서는 그런 것 정도는 포기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



지지향 Information

주소: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사이트: http://www.jijihyang.com



※ 위의 콘텐츠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매거진 랑', 그리고 산하 에디터에게 전적으로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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