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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H Jul 22. 2019

'동네랑', 공간이 함께 써가는 이야기

NO.3 - 그럴법하지 않은, 그럴법한 을지로의 공간 '작은물'

에디터YY

포토그래퍼 이땡땡


동네와 잘 어울리는 곳에 위치해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곳들이 있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곳에 위치해서 재밌게 느껴지는 곳들이 있다. 을지로의 카페들은 후자에 더 가깝다. 인쇄소 골목에 자리한 카페 ‘작은 물’은 인쇄골목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재미들 중 하나이다.



오래된 인쇄골목에서 하는 숨바꼭질


을지로 인쇄골목의 겉모습인, 낡은 건물들과 오래된 디자인의 인쇄소 간판들을 보고 이 곳에 카페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을지로의 카페들은 지도를 보고 찾아가도 간판 하나 보이지 않아서 찾아가기 힘든 카페들이 허다하다. 건물 앞에 서서 한참을 두리번거린 뒤에야 조그맣게 구석진 자리에 쓰여 있는 이름을 발견하거나, 노트를 찢어서 적어 놓은 안내문을 찾게 된다. 숨은 카페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것은 을지로 카페들이 주는 색다른 재미다. 카페 ‘작은물’ 역시 간판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계단 위에 스티커로 쓰인 안내문 같은 간판을 발견했다.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계단실


‘작은물3F’라고 쓰인 문을 통과하면, 조명하나 없는 계단실 저 멀리 난 창으로 빛이 한줄기 들어온다. 이 좁고 어두운 공간을 통과하는 체험은 ‘작은물’이 주는 재미 중 하나이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옷장을 통과하면 현실에서 나니아로 이동하듯이 낡은 인쇄소 골목에서 이 계단실을 지나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 ‘작은물’로 이동할 수 있다. 어둠 뒤에 나타나는 빛은 더 밝게 느껴지고 이 좁고 긴 계단 뒤에 나타나는 카페‘작은물’은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럴 법하지 않은 사물들


그럴 법하지 않아 재미를 주는 을지로 카페들처럼, '작은물'의 소품들 역시 그럴 법하지 않은 사물들이 소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재미를 준다. 스케치할 때 사용하는 옐로 페이퍼를 메뉴판으로 사용하는 것과, 작업할 때나 사용할 법한 케이블 릴을 벽에 걸어놓고 그대로 콘센트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미적 즐거움이나 잘 갖춰진 세련됨은 없어도 재미와 신선한 충격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작은물’에는 재밌는 조명들이 많다. 조명 역시 예쁘고 일반적으로 보기 좋은 조명과는 거리가 멀다. 전구에 셀로판지를 붙여 만든 다양한 색의 조명, 반 이상 불이 켜지지 않는 오래된 나무 샹들리에, 조그만 모빌이 달린 붉은빛 도는 색조명까지. 조명에서도 통일된 디자인이라고는 없다. 그래서 생기는 매력이 있다. 조명이 위치한 자리마다 다른 느낌을 가지고 부분 부분의 느낌이 모여서 ‘작은물’만의 컨셉 없는 컨셉이 만들어진다. 



테이블마다 놓인 각기 다른 색의 천들과 벽 군데군데 붙어있는 포스터들, 의도를 알기 힘든 실험용 고글 등 다른 요소들도 한결같이 맥락 없음을 컨셉으로 가리키고 있다. 인쇄골목에서 카페를 찾아올 때 재밌었던 점은 카페를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페 공간 역시 어떤 디자인과 컨셉의 공간을 만들려고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재밌으면서 을지로의 카페와 잘 어울려 보이는 것이 아닐까.



작은물 Information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6길 6

운영시간: 매일 13:00 - 22:00 월요일 휴무



※ 위의 콘텐츠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매거진 랑', 그리고 산하 에디터에게 전적으로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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