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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H Aug 12. 2019

'동네랑', 공간이 함께 써가는 이야기

NO.4 - [Life in JeJu] 치타델레

에디터 & 포토그래퍼 - YY



시골에 위치한 공간과 동네의 관계는 도시에서의 그것과 또 다르다. 도시에서 보이는 동네와 공간의 관계는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개인과 사회의 관계로 볼 수 있다. 주변의 사람들, 환경에 따라 개인이 영향을 받듯이 공간도 주변 공간의 성격, 분위기 등에 영향을 받는다. 도시만큼 사람과 건물들이 빼곡하게 모여서 하나의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는 곳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제주 조천읍 대흘리에 위치한 카페 치타델레는 그런 곳에 위치해 있다.   


인적 드문 마을에 홀로 떨어진 상자


조천읍 대흘리는 조용하다. 치타델레가 없었다면 여행하면서 들를 일이 없을 것 같은, 인위적인 여행지 느낌이 전혀 없는 마을이다. 곱은달길을 따라가다 보면 알록달록한 의자가 인상적인 대흘 2리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주변에는 나무와 녹지가 보이고 그 사이로 띄엄띄엄 낮은 지붕들이 흩어져 있다. 그리고 홀로 떨어진 콘크리트 상자 같은 치타델레가 보인다.




카페 이름 치타델레는 독일어로 요새 안의 독립된 보루라는 뜻이다.. ‘독립된’이라는 단어가 특히 잘 어울리는 곳이다. 치타델레 주위에는 건물이 없다. 홀로 놓인 건물 앞에 두 그루의 야자수가 높이 솟아 있고 건물 뒤에는 감귤밭이, 옆에는 연못이 있다. 치타델레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주변의 건물들이 아니라 이런 요소들이다. 


야자수 나무 옆에 있는 어두운 톤의 나무문과 내부가 보이는 큰 창, 그리고 시멘트 벽이 치타델레의 정면이다. 홀로 솟은 야자수 때문인지 차분한 나무톤 때문인지 치타델레는 정면부터 어딘지 모르게 고요하다. 입구에 달린 작은 종과 잘 깎인 문 손잡이와 같은 작은 요소들은 내부를 보기도 전에 애정이 담긴 공간이라는 것을 말해주기 충분하다.



고요함 그리고 여유로움


잘 깎인 손잡이를 돌리고 들어가면 왼쪽에는 나무 톤의 커피 바와 바 뒤로 가지런히 정리된 선반이 보인다. 치타델레의 내부는 역시나 고요하다. 실제로 고요하다기보다는 고요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여유롭다. 커피 바 반대편으로는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생각보다 적은 개수의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의자와 테이블은 서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다. 공간을 최대한 아껴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서울의 카페들과는 대조적이다. 빼곡한 테이블 대신 공간 한가운데에는 물컵과 주전자, 난로가 있다. 



정면에는 민트색과 분홍색이 칠해진 벽이 있다. 벽 전체를 칠하지 않고 중간의 금을 따라서 페인트칠을 한 것이 인상적이다. 그 벽을 배경으로 교회 의자가 놓여있다. 카페에서 보기에는 흔하지 않은 조합이다. 교회 의자는 종교적 공간인 듯한 느낌과 시골의 역사인 듯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옆문을 나가면 기차를 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문 밖에는 귤나무와 연못이 보인다. 고요한 공간에서 바라보는 자연은 한층 더 평화롭게 느껴진다.



한쪽에는 나무 톤으로 통일된 벽과 소품들이 잘 정돈되어 있다. 소품 중 하나인 라디오에서는 클래식이 흘러나온다. 공간이 주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은 말을 하기보다 혼자 사색하게 만든다.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기도할 수 있는 마크 로스코의 채플에 가면 이런 비슷한 느낌일까. 제주에 가서 혼자 사색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꼭 한번 가 보길 추천한다. 공간만큼 커피 맛이 중요한 사람을 위해 덧붙이자면 브루잉 전문 카페라는 점과 듁스커피의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이기도 하다.



치타델레 Information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곱은달길 25

영업시간: 11:00 – 18:00 수, 목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kaffee_zitadelle 




※ 위의 콘텐츠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매거진 랑', 그리고 산하 에디터에게 전적으로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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