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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H Aug 28. 2019

'나랑' 다니고 즐기는, 쉼 이야기

NO.6 - 정원과 함께하는 포근한 휴식, 코트야드 메리어트 

에디터 - Brian

포토그래퍼 - 석원



뉴욕의 추억, 서울에서 다시 만나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리던 2012년 겨울, 트렌디함을 쫓겠다고 무작정 뉴욕에 한 달 동안 살던 때였다. 시간도 많고, 할 일은 별로 없는 이가 가장 하기 쉬웠던 것은 무작정 걷는 것이었다. 마천루가 가득한 도시 한복판을 걷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형형색색의 자연이 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때 숙소에서 제법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품을 찾아 자주 드나들던 곳이 뉴욕 보태니컬 가든 (Botanical Garden)이었다. 겨울이었지만 아름다운 꽃들과 식물들이 만발한 정원 한가운데를 걸어 다닐 수 있는 사치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고, 다양한 색들로 가득한 식물원 안을 조금은 느리게, 귀에서 이어폰을 떼고 조용히 걷다 보면 말로만 들어왔던 만트라를 찾을 수 있었다.


From Unsplash. @Jyrki Sorjonen

 

서울로 돌아온 이후에도 그 포근한 추억이 자꾸만 생각났다. 몇 장 없던 사진과 기억만으로만 내내 추억하고 싶지 않아, 서울에서도 이를 되살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함께 종종 수도권 지역의 식물원들을 남몰래 방문하곤 했다. 하지만 그 희망은 아쉬움으로, 아쉬움에서 그리움으로 바뀌곤 했다. 

추억이 어느덧 7년째다. 7년 동안 희망을 품다 보니 이제는 포기를 해야 되나 싶었다. 그러던 찰나, 강서구 끄트머리에 드디어 식물원이라고 불릴 만한 곳이 생긴다고 들었다. '서울식물원'이라는 평범한 이름에 실망하기를 잠시 (마케팅적으로 이름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검색해본 사진들이 심상치 않다. 마침내 아름다운 기억을 다시 한 폭의 그림처럼 펼칠 있을까?


마침 그 옆에는 클래식한 호텔의 상징, 메리어트가 코트야드라는 산뜻한 체인명과 함께 개장했다고 한다. 한국 최초의 도심 식물원, 그리고 옆에 처음으로 개장한 호텔. 에디터로서도, 그리움에 가득했던 Brian으로서도 최고의 소재다. 급하게 객실을 예약하고, 잠잘 최소한의 옷 빼고는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 망설임 없이 머나먼 강서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예쁜 식물원의 보금자리, 코트야드 메리어트


공항철도 및 9호선과 연결된 마곡나루 역 옆에, 메리어트 그룹의 비즈니스호텔 버전인 코트야드 메리어트가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식물원이 보고 싶어서 가장 가까운 호텔로 달려갔던 취지가 더 강했던지라,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 저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호텔로 들어가는 입구가 처음부터 심상치 않다. 


호텔의 투숙객들을 정답게 맞이하는 돌길과 각종 식물들. 봄에 더 알록달록하다고 한다.


작은 정원과도 같은, 나무와 풀, 돌로 가득한 초입길이 에디터를 맞이한다. 코드야드라는 이름답게, 입구에서부터 뜰과 같은 느낌을 만들고 싶었나 보다. 에디터도 덕분에 비즈니스호텔이 아닌, 식물원 옆에 딸린 호텔에 놀러 가는 설렘을 가지고 입구에 들어설 수 있었다. 공항과 가까운 입지, 정원과도 같은 편안한 이미지, 메리어트라는 듣기만 해도 평타는 칠 것 같은 안정감.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당신 좀 느낌이 좋다.  



아이보리하고, 브라우니한


첫 발걸음을 호텔 안에 내딛자마자, 모든 호텔에서 보이는 드높은 1층 로비가 한눈에 들어온다. 높디높은 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로비는 아담해 보이는 편인데, 식물원의 뷰를 감상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에 많은 신경을 쓰느라 로비의 활용 공간을 많이 줄인듯해 보였다. 체크인하던 시간에는 어쩔 줄 모르는 채 방황하는 투숙객들이 몇 명 보였는데, 가운데 공간에 스톨이라도 몇 개 두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보타닉 파크의 뷰를 고스란히 당신의 것


하지만 디자인적으로는 식물원과 완벽한 매치를 이룬다. 편안하면서도 지나치게 다채롭지 않은 아이보리 톤의 벽과, 마치 숲 속에 들어온 듯한 브라운 톤의 기둥과 각종 장식들이 로비를 심플하지만, 풍성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표준에 가까우면서도 지역의 색채를 잘 입히는 메리어트 특유의 센스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로비에 대한 짧은 감상과 함께 체크인을 마무리하려는 찰나, 재밌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코봇이라는 로봇이다. 일본 캡슐 호텔에서 셀프 체크인 기계가 고장 나는 것을 보고, 레스케이프 호텔에서 AI 스피커가 계속 엉뚱한 음악을 추천하는 것을 보고 아직 한창 모자라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어매니티를 객실까지 배달해준다고 한다. 신기하고 귀엽기만 하다. 체크인 후에 한번 요청해보고 싶었는데 에디터는 어매니티의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어 체험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꼭 그 귀여운 친구를 한번 객실 앞으로 초대해보기를. (다른 리뷰를 통해 나중에 한번 봤는데, 매우 귀엽다.)


헬로, 나는 코봇이라고 해


우리, 보타닉 파크 옆에서 결혼했어요


아담하지만 예쁜 로비도 다 봤겠다, 코봇도 신기하게 구경했겠다, 슬슬 객실로 이동할 차례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길에 잠시 발걸음이 멈춘 곳이 있었으니,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비치된 예쁜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개인 사진을 저렇게 놔도 되나 싶어 직원분께 여쭤보니 (원래 에디터는 오지랖을 잘 부려야 한다), 바로 위층에 결혼식장이 있다고 한다. 비즈니스호텔에 결혼식장이라니, 신기해서 객실은 조금 이따가 보기로 하고 바로 위층을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오늘은 천천히 식물원을 걸으러 왔으니, 시간은 남아도는 날이니까. 

  

컨셉 사진일까, 정말 결혼하시던 커플일까. 행복하세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의 2층에는 예쁜 뷰를 자랑하는 테라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개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안에서 지켜본 뷰만으로도 나무와 초목이 가득한 보타닉 파크의 전경이 펼쳐진다. 이렇게 흐린 날만 해도 이 정돈데 맑은 날은 얼마나 더 예쁠지 상상해보는 즐거운 시간과 함께 잠시 밖을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부모님 또는 연인의 손을 꼭 붙잡고 룰루랄라 산책을 나가고 싶은 기분이다.

비즈니스호텔이지만, 식물원 옆에 위치한 만큼 식물원을 통해 충족시킬 수 있는 요소는 가득가득 채우고 있었다. 보타닉 파크에서의 결혼이라니 얼마나 더 낭만적이겠는가. 



For the 식물원, By the 식물원, Of the 식물원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의 모든 것은, 보타닉 파크를 위해 지어졌고 보타닉 파크에 의해 살아난다.

나무 마감재와 다양한 식물을 연상케 하는 장식물들까지, 호텔의 구석구석은 식물원을 방문하지 않은 투숙객조차도 식물원에 머무르는 느낌을 주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았다.



이쯤 되면, 독자 모두가 객실에서의 사진 한 장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파크뷰를 꽉 차게 담아, 바로 예약을 하고 싶게 만드는 사진 한 장과 함께 대리만족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보타닉 파크를 보면서 잠들러 왔는데 정작 파크뷰 객실을 잡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에디터로서 약속컨대, 반드시 다시 방문해서 꼭 그 아름다운 풍경을 여러분에게 공유해드리도록 하겠다. 밖의 풍경을 잡지 못하는 만큼 (시티뷰는 그냥 공사장 뷰였다..), 객실에서 담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담아 독자들의 설렘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보고자 하였다.



비즈니스호텔답게, 할 일을 정리할 수 있는 투명 책상과 비즈니스용 의자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그런데 위치가 조금 이상하다. 보통 비즈니스호텔들은 밖의 뷰보다는, 안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벽을 바라보거나 객실 내부를 바라보도록 의자의 위치가 지정되어 있는데, 여기는 반대다. 비록 시티뷰지만, 밖의 풍경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을까? 덕분에 글의 소재들을 정리하면서 서울의 노을을 모처럼 퇴근하는 지하철이 아닌, 높은 고층 호텔에서 바라볼 수 있어 좋긴 했다. 

그러고 보니 객실도 온통 우드풍으로 가득하다. 나뭇가지 모양의 커버로 덮인 무드등, 마감재와 침대 위에 걸려있는 심플한 그림 하나까지 비즈니스호텔 특유의 딱딱함에서 탈피하고자 자연의 촉감과 시각을 극대화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욕실과 침실을 가르는 통유리 앞의 가림막이 약간은 묘한 느낌의 시스루다. 직접 샤워를 하면서 보니, 밖이 조금 보여서 가족이나 커플 같은 경우에는 난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도 좋고, 우디한 느낌도 좋지만 지나친 자연주의는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객실 안쪽에서 전체적으로 받은 느낌이었을까. 간단히 둘러본 욕실 안쪽도 여느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금은 더 포근하고 편안해 보인다. 욕실 안에 있던 알록달록한 어매니티는 온더바디와 엘라스틴. LG연구소 건물들에 둘러싸인 장소라 그런지, 호텔의 제품들도 협찬을 받은 모양이다. 



뷰에 대한 충족을 시키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카메라를 들고 조금 더 찍어보았다. 가을 식물들이 다시 예쁘게 펴는 장마철 이후, 꼭 다시 와서 오늘 채우지 못했던 글 속의 아름다움을 조금 더 채워보리라.



Others for rest


- 피트니스 센터는 여타 호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즈니스호텔이라 오히려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다. 역시 직장인들은 성실하다.

- 조식은 1층의 레스토랑에서 7시부터 즐길 수 있다. 뷔페식으로 주된 구성은 콘티넨탈이지만, 4성급의 비즈니스호텔에서 나올 수 있는 구성으로는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니 조식은 꼭 먹어볼 것.



Message by the editor


다음번에는 꼭 파크뷰와 식물원입니다. 다 못 보여드려서 오히려 기대가 더 남아있네요. 

 




※ 위의 콘텐츠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매거진 랑', 그리고 산하 에디터에게 전적으로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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