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ianH Sep 03. 2019

하루의 시작과 끝은, '하루랑'

NO.4 - 이 계절을 겪어내는 사람들과, 33 apartment

에디터 & 포토그래퍼 - 최수훈



찜통 같은 더위가 지나가고, 어느새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초가을을 지나고 있다.

매번 찾아오는 더위는 어찌나 매번 새로운지, 올여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일, 사람, 사랑, 날씨에 치이다 보니 어느새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 왔다. 괜스레 따뜻한 차 한잔에, 그리운 이들이 가깝게 느껴지는 날들. 그렇다. 가을이다.


날도 시원해졌고 조금은 멀리 나가보자는 생각에 한남동 골목을 택했다. 한강진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카페 33apartment 다.



듁스원두, 공간, 33apartment.



카페를 찾을 때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 번째, 색상의 심플함이다. 필자에게 있어 카페는 모든 것에서 조금 떨어져 분리된 공간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오롯이 행위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나치게 밝거나 조잡한 색상들은 생각을 분산시킨다.

두 번째, 방해받지 않을 만큼의 소음이다. 개인의 공간이 아닌 만큼 소음은 피할 수 없다. 첫 번째 조건과 비슷한 의미로 파장이 울리지 않고, 무엇보다 큰 대화가 필요치 않다는 생각이 드는 공간들이 중요하다. 

세 번째, 조금 더 분리된 공간이다. 마치 미드 ‘빅뱅이론’에서 등장하는 쉘던이 자신의 집에서 많은 자리 중에 '외풍과 온도가 적당하며 티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대화에도 적당히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자신의 자리로 정하는 것과 비슷하다(쉘던의 방식이 다소 괴짜스럽긴 하지만).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카페, 한남동의 33apartment 다. 묵직한 바디감과 잘 잡힌 밸런스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듁스원두를 깔끔하면서 차분한 분위기의 조명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산미보다 묵직하고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커피 애호가들에게 듁스커피는 안성맞춤이다.



33apartment 커피는 블랙과 화이트로만 나뉜다. 필자는 듁스원두 에스프레소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플랫화이트, 라즈베리 스콘을 주문하고 지하 1층으로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2시 조금 넘어 들어간 카페는 예상대로 한산했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차기 시작했다. 오늘은 늘 언급했던 독서와의 조합이 아닌 대화를 선택했다. 친구와 동행해서 오랜만에 수다에 필요한 근육들을 움직이니 얽혀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것 같았다.


오래된 군대 후임 하나가 혼자서 전국 자전거 일주를 다녀와서는 말했다.

“ 형, 인생은 절대 혼자서 살 수없어. 그걸 뼈저리게 느꼈어.”

삶은 그렇다. 언제나 함께일 수 없듯 언제나 혼자로는 살아갈 수 없다. 늘 혼자서 갈만한 카페를 찾아왔기에 33apartment에서 대화는 누군가에게는 당연히 여겨졌을 일상이지만 기억할 만한 하루였다. 더위에 끓어오르던 아스팔트도 언젠가는 식어 내리듯이 지난 계절 동안 끈적하게 눌어붙은 고민들도 굳은살이 되어 떨어지기 마련이다. 날이 차고,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대화와 함께할 수 있었던 33apartment에서의 ‘하루랑’



Information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27길 33

연락처:  02 - 794 - 0033

가격대: 1만원 ~ 2만원 대 (2인 기준)

영업시간: 평일 토요일 09시 ~ 18시, 일요일 10시 ~ 18시




※ 위의 콘텐츠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매거진 랑', 그리고 산하 에디터에게 전적으로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랑' 다니고 즐기는, 쉼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