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거리두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생각은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합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그리고 ‘나’에게 집중되어 편향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왜 그런 생각들에 매달리게 되는 걸까요? 왜 우리는 마음속에 레몬맛 팝콘이 떠오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곳을 향해 달려가게 되는 걸까요? 이는 마음의 본질적인 경향과 관련이 있습니다. 마음은 문제 해결을 위해 애씁니다. 우리의 마음은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 문제를 교정하고, 그것을 통해 상황을 통제하는 데에 있어서는 더할나위 없는 전문가입니다.
한 가지 실험을 해 보겠습니다. 역시나 경험적 지식이 중요하니 꼭 따라해 보시길 바랍니다. 잠시 눈을 감습니다. 눈앞에 책상이 놓여있다고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깨끗하고 넓은 책상입니다. 나는 책상에서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어라, 그런데 책상에 못이 하나 박혀있네요. 반쯤 박혀있는 못은 위험하기도 하고 걸리적거려서 공부를 하는 데에 방해가 됩니다. 마침 책상 한 켠에는 망치가 놓여있습니다. 망치의 뒤쪽 부분에는 못을 뺄 수 있는 홈이 있습니다. 자, 이제 머릿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10초만 상상해 볼까요? 좋습니다. 아마 손쉽게 문제를 해결했을 겁니다. 망치의 뒤쪽 부분을 통해 못을 뽑아내면 됩니다. 손쉽죠. 우리의 마음은 이러한 일을 아주 손쉽게 해냅니다. 그리곤 우리에게 말하죠. “자, 여기 답이 있어.”
이러한 마음의 특징은 아주 강력한 진화론적 이점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손으로 못을 뽑으려고 애쓰다가 손을 다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곰 조심”이라는 문구, 또는 포악한 곰이 그려져 있는 표지판을 보기만 하더라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인지합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애써 숲을 돌아다니며 곰을 마주할 필요는 없습니다. 곰에게 호되게 당해보기 전에도 우리는 현재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손쉽게 이해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마음은 그것을 아주 손쉽게 해냅니다.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문제 해결 과정은 아주 직관적이고 정확하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인류는 근력도 약하고, 달리기도 느리고, 날카로운 손톱도 없으며, 엄청난 후각, 시각, 초음파 사용 능력이 없음에도 지구의 정복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이 이유 때문에 인류는 지구에서 가장 불행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들만큼 명백히, 그리고 보편적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앓고 있는 종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는 마음이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도 여전히 문제 해결 중심적인 방법론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못이 박힌 책상과 망치.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직접 그 일을 하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버립니다. 자, 이제 비슷한 작업을 우리 내면에 대해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눈을 감습니다. 이번에는 제법 부정적인 경험을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수치심, 죄책감, 자기의심, 걱정, 후회, 외로움, 그냥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느낌.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나를 괴롭혔던 생각이나 감정, 또는 기억을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좋습니다. 이는 우리의 문제입니다. 우리 마음속에 박힌 못입니다. 자,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해보시길 바랍니다. 뭐든 좋습니다. 머릿속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보시길 바랍니다. 이번에는 30초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네요. 자, 시작하겠습니다.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보세요.
잘 되었나요? “네! 정말 효과적으로 못을 뽑을 수 있어요. 정답이 있는 문제였군요!” 축하드립니다. 깨달음을 얻으셨군요. 여기까지만 읽고 졸업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겁니다. 대부분 이 상황에 놓이면 아주 당황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하나? 해결책을 찾아볼까? 그때 어떻게 했어야 했지?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하나? 아니야. 그런다고 지금 당장 이 생각이나 감정이 해결될 것 같진 않아. 이 못을 어떻게 뽑지?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하며 30초를 흘려보냅니다. 그리고 삶 전체를 바라보면 30초가 300분이 되고, 300일이 되고, 300개월이 됩니다. 우리는 일평생을 그렇게 마음과 씨름하며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제법 심각한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하고, 공황장애가 찾아오기도 하죠. 번아웃으로 인해 아무것도 못하는 지경도 겪습니다. 그렇게 우리 중 1/3은 일평생 임상적인 수준으로 진단될 법한 정신건강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가 내면의 경험에도 문제 해결 방식을 내세우게 된 데에는 문화적인 메시지도 제법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는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품어야 한다고 배웁니다. 마음속에 밝고 깨끗하며 긍정적인 것들이 가득차야 한다고 믿죠. 그렇기 때문에 우울, 불안 등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오르면 어떻게든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의도치 않았지만 ‘항’우울제(‘anti’depressant)의 이름에조차 그 경향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티비 광고를 보더라도 행복은 부정적인 심리적 경험들이 온전히 사라진 상태라는 메시지를 한껏 강조합니다. 각종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광고 모델은 한없이 행복해 보입니다. “아, 불안, 우울, 걱정, 근심, 괴로움. 이 모든 것들은 제거되어야 하구나. 해결되어야 하구나.”
설상가상으로 이 문제 해결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제법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령 어릴 적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차별과 핍박을 받아왔던 사람은 마음속 깊은 곳에 “나는 부족하다”라는 뿌리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사람은 아주 열심히 공부합니다. 명문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좋은 직장도 구했네요. 승진도 잘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깊은 우울감에 휩싸입니다. 방황은 끝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그 모든 것을 이루고도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로 선택하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보상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할 때 자신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일시적으로 해결된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더 깊은 수렁에 빠졌을 뿐입니다. 이제 공든 탑이 무너질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문제 해결 방법론을 내면에 적용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외부 세계, 특히 물리적인 세계에 있어서는 “해결 방법을 찾아내서 문제를 없애라”라는 원칙이 아주 잘 작동합니다. 하지만 같은 방식을 우리 내면에 적용하면 혼란만 깊어집니다. 어쩌면 정확히 반대 원칙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해결 방법을 찾아내서 문제를 없애려고 시도를 해라. 이제 문제는 더 깊어질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서 생각이 어떻게 튀어오르고 어떤 효과를 지니는지, 그리고 마음이 본질적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 작동하고 있는지를 이해한다면 이 원칙은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합니다. “마음속에 떠오른 것들은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상황만 악화될 뿐이다.”
이제 제가 왜 그토록 반복적으로 ‘내용’에 집중하지 말고 ‘관계’에 초점을 맞추라고 강조했는지 이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용을 없애고, 바꾸고, 교정하고, 제거하려는 것에만 집착하면 오히려 정확히 그 노력 때문에 문제가 더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본질적으로 제거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것을 가지고 고군분투하게 될 테니까요. 마음은 문제 해결을 위해 애씁니다. 이 사실을 잘 기억한다면 생각과 지난한 전투를 하는 전쟁터에서 벗어나, 생각과 거리를 두고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나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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