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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May 01. 2023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감사

난 너가 뚱뚱하고 게으르고 하루종일 잠만 자도 사랑해 줄 수 있단다, 생강아.

우리는 보이는 세상에 집중할 때가 많다. 길거리의 노숙자가 구걸을 하고 있으면 '쯧쯧'하며 혀를 차고 지나가기도 하고, 직장이 없는 젊은이들이 취업을 할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으면 '게으르고 의지 없는 것들'이라고 비난하기 일쑤다. 누군가 좋지 않은 성적을 받으면 대책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꿈을 찾아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으면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제각기 나름의 이유가 있을 터인데 항상 보이는 결과로만 상대를 판단하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우리 사회가 너무 염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진 않나 싶기도 하다.


내과계 중환자실에 한 20대 환자가 입원했다. 호흡성산증(respiratory acidosis)과 급성호흡곤란증후군(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즉 정상적인 호흡이 되지 않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경우였다. 그런데 호흡 문제가 발생한 이유가 참 황당했던 것이다. 원인은 바로 비만. 환자는 180kg의 거구였다. 환자는 살이 너무 많이 쪄서 정상적인 호흡이 힘들었고 그 결과 결국 중환자실에까지 도착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고 오랜 기간 고군분투 끝에 환자를 100kg까지 감량시키고 퇴원시켰다. 그런데 약 3개월이 지난 후, 이 친구가 다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몸무게는 다시 180kg에 가깝게 늘어난 상태였다. 몇 개월 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상황이 되니 의료진은 환자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쟤는 진짜 더 안 좋아져도 할 말이 없어."

   "몸이 저지경인데 음식 하나 조절하지 못해서 저러고 있어? 진짜 말도 안 나와."

   "진짜 겨우 살 빼서 퇴원시키면 다시 죽어라고 먹고 입원하면 우린 뭘 하고 있는 거야."

180kg의 거구를 돌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에, 의료진은 다소 냉소적으로 반응하곤 했다.


하지만 환자가 그 지경까지 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는 망나니처럼 굴며 환자와 부인 학대했고, 그 결과 어머니는 일찍이 집을 나갔다. 그나마 할머니께서 잘 돌봐주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가끔은 보육원에 맡겨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손에서 양육되기도 하면서 환자의 마음은 엉킬대로 엉켜버렸다. 그러던 중 그나마 환자에게 위안이 되는 건 음식이었다. 맛있고 자극적인 음식. 그러한 음식을 먹을 때면 그래도 위로를 받았다. 어쩌면 그때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일평생 부정받던 자아가 그나마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감, 또렷한 감각. 그에게는 폭식이 일종의 실존적 문제였을 것이다.


그 맥락을 생각해보면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누가 그를 의지박약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 사회는 늘 이러한 이면을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살을 한 사람에게 "마음을 강하게 먹지 못하곤..."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니, 비만, 우울, 무기력, 히키코모리, 자살 등과 같은 현상에겐 그 어떤 이해와 포용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 어떠한 기술 혁신도 아니고, 정치적 혁신도 아닌, 삶의 행복을 바라볼 줄 알고 타인에게 관대할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 속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섬세함, 당연한 것들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태도, 타인의 상황에 대해서도 "오죽하면 그렇겠냐"고 이야기하며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함. 그러한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일이야 말로 우리가 사력을 다해 회복시켜야 할 사회적 원동력이 아닐까.


우리 모두가 모든 일에 조금만 더 이해하고 감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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